체험 없이도 충분한 교육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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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7-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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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활동가 에세이_ 체험 없이도 충분한 교육 




거기 서서 걔 한번 만져봐.

 어릴 적 엄마를 따라 파충류 전시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아주 어렴풋한 기억 속에 커다란 뱀을 직접 만져보는 체험을 해본 것이 떠오른다.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줄을 서서 차례대로 무대에 올라가서 나란히 섰다. 테이블 위에 길게 고정된 뱀에 손을 올리면 무대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대기하던 학부모들이 여기를 보라고 소리를 지르며 사진을 찍었다. 전시 관계자들은 뱀과 깊이 교감할 수 있는 체험이벤트라며 시끄럽게 홍보했고 그 소리에 이끌려 엄마와 나도 줄을 섰다. 나는 겁이 많은 편이라서 뱀을 만지는 것이 무서웠지만 다른 애들도 다 한다는 엄마의 말에 겁쟁이가 되기 싫어서 무대위로 올라갔다.

 한편, 뱀은 어땠을까? 뱀은 냉혈동물로 체내의 물질대사가 외계의 온도에 영향을 받는다. 즉, 사람의 체온이 닿은 후에 물질대사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휴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체험이벤트 내내 뱀은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낯선 환경에 억지로 불려 나와 36.5 ℃짜리 무언가에 끊임없이 닿는다. 전시 관계자들의 말과는 달리, ‘체험’이 내 인생에 가져온 변화는 없었다. 나에게 뱀을 만지는 체험은 엄마가 시켜서 한, 또 남들이 하기에 따라 해본 수많은 행동 중에 하나였을 뿐이었다. 그 뒤로 생물학에 관심을 갖기는커녕 과학공부가 싫어 문과로 진학했고, 여전히 뱀을 무서워한다. 뱀은 그저 몇 권이나 되는 내 사진첩 중에 한 장의 사진이 되기 위해 그 모진 시간들을 견뎌야 했던 것이다.

 

체험은 교육이 될 수 있을까?

 요즘 체험 동물원이 인기다. 방학을 맞아서 이런 동물 체험 프로그램은 더욱 성수기를 맞을 것이다. 얼마 전 어린이 체험 행사가 끝나자 살아있는 작은 동물들을 폐기물로 처리했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접했다. 아이들의 잠깐의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해 동물들은 일회용품처럼 사용되고 버려진다. 종종 체험동물로 공개되는 새끼 야생동물들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모성애가 강한 야생동물에게서 새끼를 빼앗아오기 위해 수많은 어른동물을 죽여야 한다. 새끼 야생동물은 눈 앞에서 자신의 엄마, 아빠, 이모, 삼촌이 사람에게 죽임 당하는 것을 본 기억을 간직한 채 사람들 앞에 공개된다.

 체험 동물원을 찾는 부모들은 모두 아이가 동물학자나 생물학자가 되길 바라는 걸까? 이렇게 동물을 만지거나 가까이서 사진을 찍는 경험이 교육이 될 수 있는 걸까? 유명한 침팬지 연구가 제인 구달이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들어보자. 제인 구달은 5살 때 고향인 런던을 떠나 동물들이 많은 시골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시골에 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손 안에 이 달걀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제인구달의 어머니는 닭이 어떻게 알을 낳게 되는지 아주 자세히 가르쳐주었고, 이것이 제인 구달의 과학자로서의 첫 걸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11살 때 침팬지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아프리카에 가서 연구하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한다. 제인 구달의 삶을 움직인 교육은 한번의 체험이 아니라 일상에서 동물과 가까이 살며 나눈 교감, 그리고 진짜 동물의 삶을 알려줄 수 있는 책과 멘토(어머니)였다.  

 

호기심보다 더 중요한 것

 사실 동물원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들인 몸의 크기와 모양, 색깔 등은 동물에 대한 책이나 인터넷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오히려 행동이 제한된 동물원의 동물들보다 책이나 영상자료의 동물들이 그들의 실제적 삶을 더 잘 알려준다. 제인 구달도 처음엔 침팬지를 그렇게 만났다.

 만약 아이가 동물체험에 호기심을 가진다면 진실을 알려주고 스스로 선택을 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체험동물원은 마치 ‘궁금하면 동물은 만져도 되는 것’이라고 잘못 가르치고 있는 듯 하다. 이렇게 자신의 호기심을 최우선으로 하는 태도는 동물을 위해서도 아이들의 사회화를 위해서도 옳지 않다. 아이가 호기심이 들 때 무조건 행동으로 옮겨 손을 뻗기보다 타자가 나와의 접촉을 원하는지 관찰하고, 내 행동이 옳은지 고민하는 배려 깊은 사람으로 성장해야 하지 않을까? 체험에 알맞은 ‘아기 동물’을 얻으려면 그 아기를 지키려는 어른 동물들을 얼마나 많이 죽여야 하는지, 체험에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자라면 이 동물들은 어디로 보내지는지, 눈앞의 동물을 만지는 것이 꼭 옳은지 설명해주자. 아마도 아이들은 동물들의 일생에 슬퍼하며 우리가 동물원을 통해 가르쳐줄 수 없었던 진정한 교감을 보여줄 것이다. 




*본 글은 홈리스 자활을 돕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빅이슈'에 실린 원고입니다. 빅이슈 134호의 애니멀 라이츠 코너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모금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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