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장식 농장, 동물의 수난 시대 - 농장 동물들, 폭염에 떼죽음 당하고 망치에 맞아 죽다
올 한해도 공장식 사육시설에 갇힌 동물들의 삶은 비참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무더워지는 여름 날씨는 열악한 사육환경에 처한 농장동물에게 큰 희생을 요구해, 올여름에만 8월 16일 기준 572만 마리의 농장 동물이 떼죽음 당했는데요. 기록적인 더위도 문제이지만, 닭의 경우만 해도 마리당 A4 용지의 2/3정도 면적인 배터리케이지 내 밀집 사육되는 까닭에 면역력 저하와 고온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불가피합니다. 케이지 철폐라는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없다면 내년에도 수많은 농장동물들이 폭염으로 죽음에 처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농장동물에 최소한의 복지라도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감금틀을 철폐해야 할 것입니다.
12월 초에는 경남에 위치한 대규모 공장식 돼지농장에서 아기돼지들을 망치로 때려죽이고 있는 충격적인 영상이 공개돼 대중의 공분을 샀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이하 카라)에서는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생명존중에 위배되는 방식의 ‘도태’ 행위를 하고 사체를 불법 매립한 혐의로 해당 농장을 진주지검에 고발하였고, 현재 엄벌 촉구 서명운동 중에 있습니다. 생명존중에 위배되는 이러한 행태의 재발과 고통사를 막기 위해서 농장동물 도태를 직접 규율하는 법 제정 역시 절실합니다.
2. 양진호의 엽기적 동물학대 - '슈퍼갑질'로 생명 희롱!
양진호는 사람, 동물 등 상대를 가리지 않는 엽기 폭력행위로 우리 사회를 경악시켰습니다. 특히 부하 직원에게 강요해 다른 사람들과 닭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석궁으로 닭을 겨냥하게 하거나 일본도로 닭을 죽이게 한 행위는 잔인한 학대 강요 고문과 동물 살해에 해당하며 명백한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입니다. 이러한 학대는 지켜본 이들에게도 강한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남겼을 것입니다. 동물학대와 인간학대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는 점에서도 이는 더욱 엄중 처벌되어야만 합니다.
대중에게 엽기적 장면을 선사한 일은 지난 9월 충주에서도 있었습니다. ‘2018년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등불축제’에서 전신의 가죽이 벗겨진 소의 피범벅된 사체가 공개 진열된 일이 그렇습니다.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 내용과도 무관할 뿐더러 무분별하게 동물 사체를 이용하는 이같은 행위는 재고되어야 하며, 이 땅에서 사라져야할 악습입니다.
인간의 먹거리로 희생되는 농장동물이라 할지라도 생명 그 자체는 존중되어야 마땅하며 죽음을 희화화하는 사체 유린은 없어져야 합니다.
3. 애니멀 호딩 문제 심각 - 동물과 사람 모두의 문제, 처벌보다는 예방과 지원을
도치, 꾹이, 애플, 코코,...모두 올해 카라가 애니멀 호더의 집에서 구조한 후 입양을 보냈거나 입양 대기중인 동물들의 이름입니다. 동물을 과도하고 부적절하게 사육하는 애니멀 호딩 문제가 최근 동물복지 이슈로 대두하고 있으며 그 사례가 빈번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 7월에도 카라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와 함께 안산시 한 노부부의 집에서 33 마리의 고양이들을 구조해 냈습니다. 노부부가 4년 전 데려온 3마리의 고양이들의 수가 열악한 환경에서 천천히 불어나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인데요. 자포자기 상태로 집밖에 방사할 생각까지 했던 노부부를 설득해 동물들을 구조하고 각종 질병에 걸린 고양이들을 치료하는 데 큰 비용과 노력이 소요되어야 했습니다.
카라는 이와 같은 사례들과 호딩 유형을 검토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애니멀 호딩의 실제와 대안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12월에 주관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자리한 전문가들은 애니멀 호딩에 대해 영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법적, 사회적 제도가 빨리 수립되어야함에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위해 카라도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4. 허울 좋게 포장된 실험동물공장 - 반려동물연구사업과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올해 농촌진흥청은 연 43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반려동물연구사업에 편성했고 여기에 2022년까지 5년간 약 220억 원의 연구비가 국민세금으로 투입되게 됩니다. 그러나 문제의 반려동물연구사업의 초기 주된 내용은 '복제 생산 기술 활성화'였으며, 15개 연구과제의 과반수 이상도 현실적 필요성이 결여된 희귀 질병 연구에 편중돼 불필요한 사업에 대한 과도한 예산 투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잘못된 인사에 있습니다. 사업단장으로 기용된 서울대 이병천 교수는 식용 개농장 개들을 불법 이용한 동물실험과 난자 채취로 얼룩진 복제견 사업으로 지속적인 물의를 빚어온 인물입니다. 이병천 교수가 진행하고 농진청이 주관한 이 ‘특수목적견 복제사업’에 대한 세부 정보를 밝히지 않아 카라는 농진청을 상대로 현재까지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이어가고 있으며, 계속해서 엉뚱한 연구에 예산을 낭비하고 동물복지로 포장하는 농진청의 사업을 주시할 것입니다.
11월에는 대규모 영장류 번식 및 실험시설이 전북 정읍에 세워졌다는 소식입니다. 이곳에는 무려 3,000여 마리 규모로 영장류 수용이 가능하며 자체 번식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합니다. 헌데 개소하던 날 붉은털원숭이 한 마리가 고압 전류가 흐르는 담장을 넘어 탈출하는 일이 벌어졌고, 인근 마을을 떠돌다가 2주여 만에 다시 포획되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카라에서는 자유를 찾아 목숨을 무릅쓰고 탈출했던 원숭이만이라도 실험용으로 죽어가지 않도록 구명운동을 하는 중입니다. ‘영장류자원지원시설’이라는 이름의 이곳은 동물실험을 줄이려는 세계적 노력에 역행하며 기실 원숭이들에게는 무덤의 다른 이름이지 않을까요?
5. 동물원 우리를 벗어난 퓨마 '뽀롱이'의 짧은 생과 긴 여운
대전 오월드 동물원의 퓨마, ‘뽀롱이’를 기억하시나요? 올 가을까지 일생을 우리 안에서만 살았던 뽀롱이는 출입구가 제대로 닫혀있지 않아 우리 밖으로 나갔다가, 나간 것을 확인한 지 4시간 30분 만에 사살되었습니다. 동물원 내에서 생포 작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 소식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고, 이는 동물원의 실태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동물원의 목적은 일부 야생생물 등을 보전·연구하는 데 있으나, 현재 법률상으로는 동물복지적 사육기준이 미흡하고 ‘관람 수익’을 목적으로 동물쇼를 하는 체험 동물원 및 실내 동물원의 난립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구나 한국에 야생동물 생태전문가들 자체가 매우 희소하며, 동물원에 가장 기본적인 인력 구성과 시설 정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동물원 관리 수준을 높여 본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동물원수족관법의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합니다.
한편, 동물원은 아니나 서산의 한 도살장에서 탈출한 암소 한 마리가 탈출 과정에서 사람을 해치게 되고 결국은 잡혀 도살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암소에게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겠지만, 사람을 해친 죄로 마취총을 맞고 밧줄에 묶여 비탈길 바닥으로 끌려 도살장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마취총으로 인해 고기로 쓸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동물을 손쉽게 도축했던 이 사건에서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농장동물이라 하더라도 선진국의 많은 생츄어리 팜에서 보살펴지는 동물들처럼 고깃덩어리가 아닌 하나의 생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내년에는 널리 퍼져나가길 바라봅니다.
올해의 좋은 소식 5
1. 한 걸음 더 다가선 개식용 종식 - 대법원 개 전기도살 사건 파기환송부터 태평동 도살장 영구폐쇄까지
올해는 개식용 종식에 있어 의미가 큰 해였습니다. 우선 초복을 앞두고 열린 개·고양이 도살 금지법을 촉구하는 국민대집회에 무려 1천여 명의 시민이 동참해 주셨습니다. 온라인상에서도 개식용 종식을 향한 열망은 이어져 '동물도살 금지법 지지',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등 두 청원이 국민청원 웹페이지에 올라 각각 20만 명이 넘는 동참을 이끌어 냈습니다. 청와대에서는 개식용 종식이라는 국가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답변을 주었고, 그간 입법을 위해 애써온 카라의 활동에 발맞춰 이상돈 표창원 한정애 의원은 소위 개식용 종식 트로이카 법안이라 불리는 개정안 발의와 활동으로 큰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2017년 1심과 2심에서 무죄로 선고된 개 전기도살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유죄취지로 파기환송 했습니다. 카라는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열린 날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유죄 판결 확정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연대 단위와 함께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내년에도 이어질 공판에 적극 동참하며 개 도살이 사라지는 일에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연말에 찾아온 가장 큰 희소식은 국내 최대 개 도살단지인 성남 태평동 도살장의 영구 폐쇄입니다. 카라는 동물자유연대, HSI와 연대하여 성남시와 함께 행정대집행을 준비해 왔으며, 11월 22일 마침내 태평동 도살장이 철거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전국에 있는 불법 개 도살장이 차례로 폐쇄되고 개농장이 축소된다면 개식용 종식의 그날은 그리 멀지 않을 것입니다.
2. 대통령 개헌안, 동물보호 의무 명시 발표
카라를 포함한 ‘개헌을위한동물권행동’에서는 그간 개헌특위에 제안서를 내고 시민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동물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확인하고 헌법에 명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쉼없이 전개해 왔습니다. 화답하듯 3월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안을 공개하며 이제 "지속 가능한 발전과 또한 동물보호에 대해서 국가가 그 정책을 수립하는 그런 조항을 신설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동물의 보호를 헌법에 명시하겠다는 국가적 의지가 확인된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대통령 개헌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국회에서 폐기되는 안타까운 수순을 밟았지만, 우리 헌법이 동물권·동물보호를 명시하는 날까지 카라는 계속해서 요구해 나갈 것입니다. 헌법에 정책 수립 의무가 명시된다면, 동물보호를 위한 법 제도적 장치가 강력한 힘을 얻을 것이고 사회 제도적 측면에서도 동물에 대한 배려가 점차 늘어나 생명존중의 대한민국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3. 달걀 사육환경표시제 도입 - 동물복지농장이라는 조금 더 나은 사육환경을 소비자 선택으로
8월 23일부터 달걀 사육환경표시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달걀의 난각을 보면 이 달걀을 낳은 닭이 어떤 환경에서 사육되는지 알 수 있는데요. 달걀 껍데기에 표기된 일련번호 중 마지막 숫자가 사육환경을 의미합니다. 3, 4번은 배터리 케이지를 사용하는 농장의 달걀이며, 1은 방목, 2번은 평사사육으로 동물복지를 고려하여 사육된 닭의 달걀입니다.
카라는 이미 2015년부터 지속해서 사육환경표시제의 시행을 주장해 왔고, 사육환경 개선과 관련해서는 케이지 사용울 하지 않는 동물복지농장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물이 습성에 부합하는 좀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며, 대량 살처분 문제에 있어 현시점의 동물복지농장이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동물복지농장으로서 예방적 살처분을 거부하고 5천 마리 닭들을 지켜낸 익산 참사랑 농장은 지금도 법정에서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공장식 농장 일변도인 현실 속에서 1,2번을 선택하는 윤리적 소비는 현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농장 동물 권익 활동일 것입니다.
4. '잔인한 방식'으로 포획되는 돌고래 수입 금지되다
올초 환경부의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의결됨으로써 ‘잔인한 방식’으로 포획된 돌고래의 국내 수입이 금지되었습니다. 기존 법에는 위와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잔인한 돌고래 포획으로 악명 높은 일본 다이지로부터 수십 마리의 큰돌고래가 수입돼 왔었습니다. 일본 다이지는 매년 청각이 뛰어난 돌고래들의 신경을 자극하고 떼몰이 해 쇠꼬챙이 등으로 찔러 죽이고 있고, 돌고래는 몇 분 동안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죽어가고 포획됐던 것입니다.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에서도 2015년 다이지에서 포획된 돌고래의 거래를 금지한 바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비인간 인격체’인 돌고래를 보호하는 길에 들어선 참입니다. ‘제돌이’를 포함해 남방큰돌고래 일곱 마리를 제주 앞바다로 돌려보낸 기쁜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산 시장이 돌고래 수족관을 찬성하는 발언을 하는 등 돌고래들을 수족관에 가두려는 지자체의 시대착오적 반생명적인 행정이 여전히 보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시의 ‘돌핀-프리 선언’으로 제주 퍼시픽랜드에 맡겨진 ‘태지’의 위탁 사육 기간이 종료를 앞두면서 거취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카라는 돌고래바다쉼터추진시민위원회와 함께 서울시가 마지막 책임을 다하고 대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하는 데 동참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고래류 수족관이 사라지고 한국에서 바다쉼터가 조성되는 날까지 시민사회와 적극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5. 제1회 카라 동물영화제의 성공적 개최
10월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간 제1회 카라 동물영화제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에서 열렸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언더독>, <블루>, <코끼리와 바나나>, <소닉 씨>, <매직 알프스>, <마지막 돼지> 총 6편의 의미 있는 영화가 상영되었고, 예매율이 90%에 다다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 관객의 만남에 국내 감독들을 비롯해 세계적인 코끼리 보호 활동가 상둔 렉 차일러 씨의 참여로 더욱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상영관 밖 로비에서는 카라 동물영화제 안내 부스 운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영화제를 위해 노력했으며 비건 굿즈 판매가 진행됐습니다. 특별가격으로 이벤트에 도움을 주시는 등 위드마이(WITHMY) , 닥터브로너스, 코르코(CORCO) 세 개 브랜드의 협력이 있어 가능하였습니다. 취지에 공감해 일회용 포장 없이 적당한 양의 굿즈를 구매해 주신 관객분들과 행사 진행을 같이 담당해주신 자원활동가분들도 카라 동물영화제의 한 축이 되어주셔서,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뜻깊은 영화제가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올해의 따뜻한 기억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와 함께 돌아올 다음 카라 동물영화제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