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난상황 '동물구조 매뉴얼' 수립 계획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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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대 규모였던 경북 산불이 149시간 만에 진화되었지만, 화마가 남긴 상처는 깊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 또한 고통 속에 남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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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70여 명의 인명 피해와 4,7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30건의 국가유산과 2,000여 건의 농업시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동물의 피해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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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관리하는 국가 시스템은 여전히 사람 중심입니다. 재난 발생 시 동물과의 동반 대피는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현장에 남겨진 동물들은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내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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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의 친구들은 산불 피해 지역 중 한 곳인 안동시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긴급 구조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습니다. 농림부, 경북도청, 안동시청 관계자들이 베이스캠프를 방문하여 민간 구호 시스템을 직접 확인하고 현황을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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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정부는 오늘(4월 3일) 재난 상황 시 동물 보호를 위한 민간 활동을 바탕으로 '동물구조 매뉴얼'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산불 피해 공식 집계가 마무리되는 대로, 동물보호단체, 수의사회, 한국동물약품협회, 펫사료협회 등과 함께 ‘원스톱’ 동물보호 인프라 구축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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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어제(4월 2일) 루시의 친구들을 포함한 시민단체가 발표한 공동성명에 대해 정부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보호받을 수 있는 임시보호소 지정과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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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재의 재난관리지침은 여전히 사람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의 사회재난 행동요령에는 '반려동물의 목줄을 느슨하게 풀어두라'는 정도의 단편적인 지침만 있을 뿐, 동물의 구조나 보호에 대한 체계적인 안내는 전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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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동물구조 매뉴얼이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법제화가 뒤따라야 합니다. 일회성 계획이 아닌 제도화된 안전망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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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 모두가 안전한 재난 대응 체계를 위해, 루시의 친구들은 앞으로도 정부와 협력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내실 있는 정책 마련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