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동물권 활동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틴카라' 후기

  • 카라
  • |
  • 2022-06-14 09:44
  • |
  • 1362



틴카라(TeenKara)는 동물권행동 카라가 2018년부터 매년 진행해온 10대 동물권 활동가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올해 틴카라는 4월 30일부터 5월 8일까지, 2주에 걸쳐 총 4일간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틴카라에서는 입시 위주로 진행되는 공교육을 돌아보며, 10대가 실제로 원하고 필요로 하는 수업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학교와 동물의 연결성을 발견하고, 동물권 교육의 필요성을 고민하며, 다양한 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문가 특강 외에도 참가자가 자기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토론과 활동 프로그램으로 구성했으며, 특히 매시간 뒤풀이를 진행해 10대 활동가들의 네트워킹을 도모했습니다.


이번 틴카라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6/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4일간의 배움을 교육감 후보 정책질의서 쓰기 활동에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카라는 10대의 목소리와 희망사항이 담긴 정책질의서를 실제 교육감 후보들에게 발송하여 답변을 취합했으며,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답변 내용을 분석하여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번 게시글에서는 틴카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지 소개하며 그 후기를 전합니다.


※ 관련 게시글 보러 가기

10대가 교육감에게 바라는 동물권 교육 정책은?

2022 전국 교육감 후보의 정책질의 답변을 공개합니다.

2022 전국 교육감 당선인들의 약속


1일차(4/30)

→ 틴카라 오리엔테이션 / 활동① 지금 우리 학교는 / 활동② 학교와 동물




틴카라 첫날에는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비전과 미션, 최근 활동을 소개하고 틴카라 참가자들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우선 서로 인사를 나누기 전에, 카라의 <동물권 활동가를 위한 인권길라잡이> 내용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서로에게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약속이 필요할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가령,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자가 있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별칭을 부르며 존대하고, 학교에 다니지 않기로 선택하는 10대도 있으므로 다양한 교육 형태를 인정하는 태도를 갖자는 약속 등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서로 친해지기 위한 미니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각자 쪽지에 질문을 적어 상자에 담고, 다같이 랜덤으로 뽑아서 답해보는 방식이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지, 어떤 동물권 이슈에 관심이 있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요즘 묻지 않을 수 없는!) MBTI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질문이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나서는, 현재 우리의 교육 현실을 돌아보고 학교와 동물의 관련성을 발견해보는 본격적인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우선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각자 어떤 24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일과표를 공유했습니다. 역시 대부분의 참가자가 학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새벽에 자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는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각자 다니는 학교의 시간표를 살펴보면서, 내가 학교에서 꼭 듣고 싶은 수업은 무엇인지, 나의 하루를 어떤 교육과 활동으로 보내고 싶은지 고민해 봤습니다. 동물권, 환경 문제에 대한 수업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뿐 아니라, 성평등 교육, 실용적인 자산관리 교육, 취미 생활을 위한 교육, 독서 및 토론 교육, 노동법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교육이나 수업이 아니더라도 학교라는 공간은 여러 측면에서 동물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마인드맵 그리기 활동을 통해 이런 연결성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2일차(5/1)

→ 동물의 현실① 길고양이 / 동물의 현실② 실험동물



틴카라 둘째날에는 '길고양이'와 '실험동물'이 처한 현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길고양이 관련해서는 올해 3월 개봉작이며, 길고양이를 위험에 빠뜨리는 도시 재개발 및 아파트 재건축의 문제를 다룬 영화인 <고양이들의 아파트>를 단체 관람했습니다. 영화를 통해 길고양이들의 생태와 구체적인 삶의 방식에 대해 알게 되자, 자연스럽게 길고양이 돌봄 경험이나 교내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참가자들이 교내에 동물 관련 동아리가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가 따로 있는 경우도 있었고 유기견 보호소 봉사 동아리가 교내 길고양이를 함께 돌보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평소에 반려동물이나 농장동물에 관한 문제들에 관심이 많았던 참가자들은 영화를 감상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며 새로운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소감을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실험동물'을 둘러싼 문제들에 대해서 카라 활동가들이 직접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1차시에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 가령 기초제품이나 색조제품을 비롯해 샴푸, 바디워시, 치약 등의 바디용품에도 동물실험이 진행되는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동물실험의 현황과 문제점뿐 아니라 그 대안도 함께 다뤘습니다. 동물실험을 대체하기 위해 최근 과학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체실험법 연구의 동향을 살펴보고, 동물실험이나 동물성 원료와 무관한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했습니다. 2차시의 주제는 동물해부실습이었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해부실습을 금지하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학교에서 진행되는 실습은 허용합니다. 살아 있는 생명체를, 혹은 실제 생명체의 신체 일부를 학습의 도구로 사용하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그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해부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았습니다.


3일차(5/7)

→ 동물의 현실③ 전시동물 / 동물의 현실④ 농장동물 / 활동3 우리 학교 급식은






틴카라 셋째날에는 '전시동물'과 '농장동물'을 주제로 세 차례의 특강이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안 신비한 동물사전>의 공저자이자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의 활동가이신 긴수염 님을 초청해 전시동물이 처한 현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동물원의 종류별 특징과 사례, 전시동물의 고통과 5대 자유, 외국 생츄어리 사례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교실에서 학습을 이유로 동물을 기르거나 교정에 사육장을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교내 동물 사육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논거를 모두 이해하여 자신만의 관점을 정립하기 위해, 찬반 입장을 랜덤으로 정해서 모둠별로 토론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 전에 '아름품'에 들러 카라 센터에서 보호 중인 동물들을 만나보았는데, 틴카라가 가장 좋아했던 순서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




농장동물에 관련해서는 1차시에 카라 활동가가 '공장식 축산'과 '비거니즘' 등을 주제로 강의했고, 2차시에는 인스타에서 비건밥(@vegan_bab) 계정을 운영하고 계신 박성연 님을 모셔 비건식이 얼마나 다채롭고 풍성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봤습니다. 채식이 동물의 권리와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식습관임을 이해하고, 샐러드나 나물뿐인 급식이 아니라 비건인 것을 모를 정도로 다양하고 맛있는 채식 급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강연이 모두 끝난 뒤에는 각자 준비해온 학교 급식표를 분석하며, 기존 급식에서 비건 메뉴는 얼마나 있는지, 또 동물성 식품이 주재료인 음식이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 살펴봤습니다. 채식을 실천하는 학생들은 육류와 어류 등을 제외하면 밥이나 과일, 가끔 나오는 버섯류나 나물류밖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었습니다. 채식 급식을 최소 주 1회 진행하거나 채식급식 선택제를 시행하는 등 대책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4일차(5/8)
→ 함께하는 비건 점심식사 / 활동④ 교육감 후보에게 묻는다 / 틴카라 수료식



틴카라 마지막 날에는 카라 센터의 교육장이 아닌, 근처 비건 맛집에서 만났습니다. 동물성 식품이 전혀 안 들어가도 이렇게나 맛있는 음식들을 만들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확인하며! 틴카라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후 센터로 복귀해서는, 이 날의 핵심 활동이자 그간의 교육 과정을 마무리하는 순서로 '교육감 후보에게 보내는 정책질의서 쓰기' 활동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2018년 당시 교육감 당선인들의 5대 공약을 살펴보며 교육 정책은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중에서 동물권 교육과 연결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10대가 원하는 동물권 교육 정책에는 무엇이 있는지 토론하며 정책질의서 내용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결과적으로 틴카라 참가자들이 선정한 여섯 가지의 정책질의 영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동물권 교육 의무화 △ 동물권 교사연수 진행 △ 주1회 채식급식의 정착 △ 교내 동물 사육 금지 △ 동물을 존중하는 현장학습 △ 교내 야생동물 보호

이후 수료식과 단체사진 촬영을 끝으로, 4일에 걸친 모든 틴카라 프로그램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틴카라는 연속 4시간 이상 진행해도 매번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꽉채운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매순간이 참가자들에게 소중한 추억이자 뜻깊은 계기로 남았기를, 틴카라가 동물권을 생각하며 제안한 모든 정책이 실현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