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에 예정되어 있던 책읽기 소모임이 예상참석율 저조로 한 주 미뤄져서 27일 수요일 저녁에 열렸습니다. (※ 책읽기 소모임은 매달 세번째 수요일 저녁에 열립니다!)
이번 모임의 소재가 된 책은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이었습니다.
동물해방은 1975년(지금으로부터 무려 38년 전!) 초판이 나와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 동물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준 책으로 알려져 있지요.
그래서 이 책에 대해 다들 기대가 정말 컸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늘 모임의 이야기를 촉발한 인상깊은 구절들과, 그로 인해 이야기된 주요한 주제들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이하 내용 정리: 카라 교육센터 박아름)
1.
동물이 처한 현재의 상황이 흑인(노예제), 전쟁포로(홀로코스트 등), 여성 등 타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연장선이기에, 동물운동은 근대부터 이어져 온 해방운동의 하나라는 점
그래서 이익 동등 고려를 논의하는 (피터 싱어 자신과 같은) 철학자들이 (필연적으로) 동물 해방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는 점
2.
인간의 도덕에 한계가 있기에 성찰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점
'조건화된 윤리적 맹목성(conditioned ethical blindness)' - 135p
쥐가 먹이라는 보상을 받기 위해 레버를 누르도록 조건화될 수 있듯이, 사람들 또한 직업적인 보상을 받음으로써 동물 실험을 통해 제기되는 윤리적 문제들을 무시하도록 조건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136p
어떤 존재가 도덕적 관심의 범위 밖에 있을 경우, 그 존재에게 고통을 야기하는 것은 단순한 여흥거리에 불과했다. 일부 사람들-특히 죄인들과 전쟁포로-과 모든 동물들은 이러한 관심의 영역 밖에 놓여 있었다. - 326p
3.
구조적으로는 기득권의 문제가 있다는 점 (실험동물, 농장동물 등)
이처럼 오래된 편견과 강력한 기득관, 그리고 체질화된 습관을 극복하고 동물 해방 운동은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 412p
이와 같은 부분은 동물운동이 단순히 동물을 좋아해서 촉발되는 것만이 아니라, 약자를 향해 관심을 가지고 차별을 배제해 나가는 사회적 책임의식에서도 함께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상기해 주었습니다.
또 이 책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점은 피터싱어가 어떤 주장 뒤에, 반박으로 제시될 수 있는 의문이나 기존의 편견들을 즉각 배치하여 설명해 준다는 점이었는데요,
예를 들어, '동물실험의 즉각적인 폐지 요구가 대중들의 환심을 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와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주요 질병 치유법 발견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식으로 생각(159p)한다며, 하지만 이는지식 증진을 구실로 모든 것을 정당화하려는 연구자의 오만함(153)이고, 이 세상의 주요 건강 문제들은 우리가 (중략) 몰라서가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방식에 따라 실천하는 데 충분한 비용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데서 발생(167)할 뿐 아니라, 의약품 실험이 선의 최대화보다는 이익의 최대화에 대한 욕구의 추동을 받는다(121)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하얀 가운을 걸친 박사 학위 소지자를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134)라는 구절도 고개를 끄덕이며 실소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육식이나 동물 이용에 대해 '신이 허락했다(창세기의 '다스리라')'거나 '자연적이다(강자가 약자를..)'라는 논리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다루고 있는데요, 특히 우리가 도덕적인 선택을 할 능력이 없는 존재들의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선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379)며 진심으로 '자연'에 호소하고 싶다면 사고능력을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것(380)이라고 설명한 부분에서는 재밌고도 명쾌한 설명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이야기는 동물운동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369쪽에서 피터싱어는 동물단체가 '가장 중요한 형태의 잔혹한 처우에 반대하여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이유를 짚으며 동물 착취에 대한 급진적인 비판의 칼이 무뎌지는 것 같다고 동물운동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392~393쪽에서는 '파티에서 당신에게 제공된 케이크가 공장식 농장의 계란으로 만들어졌는지와 같은 지엽적인 문제에 대해서 걱정하기보다는, 주요한 목표가 무엇인가를 상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종교적인 식사법에나 잘 어울릴 것 같은 일종의 순수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투하기보다는 이상과 상식을 조화시키고자 할 경우,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동물운동이 동물을 위한 절실한 마음으로 비판의 각을 날카로이 함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전략적 '조화'를 잘 이루어야 함을 이야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두 구절의 온도차가 너무 뚜렷하게 느껴지기도 했지요.
이는 곧 동물들이 처한 작금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가능한 한 단시간에 모두 바꾸고 싶은 갈급함과, 생각의 지점이 모두 다른 많은 이들과 함께 가기 위해 단계를 설정하는 운신의 신중함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방대한 자료도 자료였지만, 날카로운 논리 제시와 미리 반박을 예상하며 풀어가는 풍부한 논의들은 저자인 피터 싱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얼마나 많은 반박을 만나면서 치열하게 토론한 결과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래서 고전이라고 하는구나"라는 이야기도 나누었다지요.^^
이번 독서 모임은 연말이다보니 다들 바쁘셔서 그런지 참석율이 조금 저조했답니다. 인원이 적다 보니 오붓하게 서로 기억에 남았던, 얘기나누고 싶은 구절들을 이야기하며 소소하고 진지한 논의를 함께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만 다음번엔 다른 분들도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어차피 미뤄도 출석율이 높아지지 않는다며.. ㅜㅜ
다음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미루지 말자는 결의를 했습니다.
(미루는 바람에 일정이 틀어져 못 오신 분들께는 다시 한번 고개숙여 사과의 말씀 드려요!)
책읽기 소모임의 다음 책은, 진 카제즈의 '동물에 대한 예의'(출판사 '책읽는수요일')로 정해졌습니다.
'동물에 대한 예의'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를 원하시는 분은
12월 13일 금요일 저녁 6시까지 이름, 휴대폰번호를 적어 educenter@ekara.org 로 신청메일을 보내주세요! ^^
[다음 모임 안내]
일시: 2013년 12월 18일 수요일 저녁 7시
장소: 카라(약수역 4번출구) 1층
준비: 진 카제즈 <동물에 대한 예의> (출판사 '책읽는수요일') 읽어오기
참가신청: 12월 13일 금요일 저녁 6시까지 이름, 휴대폰번호를 적어 educenter@ekara.org 로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