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x고보협] ➀ 애니멀호더가 된 노부부의 30여 마리 고양이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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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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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두고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라고 부릅니다. 동물들은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질병과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호더는 소음과 악취, 분뇨 등 여러 문제로 이웃과 갈등을 빚게 됩니다.

 

애니멀 호딩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대개 정서적인 결핍이나 정신적 문제로 동물을 수집하는 강박증의 발현부터 동물을 사랑하고 연민해서 시작했으나, 능력에 한계가 있어 호딩에 이르게 된 경위까지 그 원인과 과정은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지난 76, 동물권행동 카라와 한국고양이보호협회(이하 고보협)는 안산시에 위치한 한 노부부의 집에서 30여 마리 고양이들을 구조했습니다. 고양이들은 좁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 피부병과 장염을 비롯한 크고 작은 질병을 앓고 있었고, 이웃들은 그 집 할아버지, 할머니와는 같은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어떻게 해서 노부부가 30여 마리의 고양이와 살게 되었는지, 고양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애니멀 호딩의 방지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동물권을 위해 우리가 꼭 짚어야 하는 이야기를 카라와 고보협이 함께합니다.




 

 

캣맘으로부터 온 제보

 

지난 달, 카라와 고보협에 한 캣맘이 애니멀호더 수준의 환경에 처해 길로 내몰리게 된 30여 냥이 아이들 도움 요청 합니다.’라며 연락을 해왔습니다. 길고양이들의 밥을 주다가 만나게 된 할아버지의 집에 현재 40여 마리의 동물이 있고, 할아버지가 더 이상 고양이들이 감당이 되지 않는다며 길거리로 방사하려 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길거리에 버려지게 될 40여 마리 고양이들도 걱정이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길거리에 나타난 고양이 떼로 영역 다툼을 하게 될 길고양이들도 걱정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어린 개체들이 성묘가 된다면 고양이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어마어마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해결해야 했습니다.

 

활동가들은 사연을 듣고 서둘러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노부부의 집은 아파트 8층에 위치해 있었는데,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역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와줘서 고마워요, 고마워. 우린 그냥 우리 애들 좀 누가 데려가줬으면 좋겠어요.”

 

노부부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활동가들을 집 안으로 안내했습니다. 집안은 무척 처참했습니다. 도자기나 냄비 등을 비롯한 생활 집기가 가득 쌓여 있었고, 음식물이 썩어 구더기와 날파리가 득실거렸습니다. 그 사이사이로 고양이들이 빼꼼 고개를 내밀거나 후다닥 들어가 숨었습니다. 고양이 화장실이 따로 없어서 고양이들은 소파와 이불, 가구와 바닥에 되는대로 대소변을 누었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방바닥의 오줌이 쩍쩍 달라붙었습니다. 선풍기 바람을 타고 암모니아 냄새가 아득하게 피어올랐습니다.

 




 

 

고양이 3마리가 30여 마리가 되기까지

 

고양이들의 건강상태는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습니다. 아기 고양이들은 대부분 약간씩 말라 있었고, 털이 많이 빠지거나 눈이 부어있고 눈곱이 껴있는 등의 문제가 보였습니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밀집적으로 사육되었기 때문에 면역력이 무척이나 약해졌을 것입니다.

 

고양이들은 제 자리를 잡아 앉아 있다가, 활동가들이 가까이 오면 몸을 숨겼다가 활동가가 멀어지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물건이 많이 쌓여 있지만 어린 고양이들은 낯선 사람을 경계하며 몸을 숨기려 했지만 힘이 없어서 움직임이 몹시 느렸습니다.

 






개체 수를 조사해보니 대략적으로 성묘가 9마리, 6개월령 2마리, 새끼들이 약 20마리 정도였습니다. 임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성묘도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고양이들이 이 집에 살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노부부는 4년 전 3마리의 고양이를 데려왔다고 합니다. 수컷 한 마리가 암컷 진순이누렁이를 임신 시켰고, 발정이 나서 집을 나간 뒤로 고양이들의 수는 천천히 불어나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노부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해결 시기를 놓친 문제가 하루하루 확대되고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고양이가 새끼를 낳으면 시장에 나가서 고양이를 키우는 데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건네주는 등, 노부부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입양을 보내보려고도 노력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입양 홍보를 하거나, 입양을 보내며 중성화 약속을 하고 몇 개월 뒤에 확인해본다거나 하는 일은 노부부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결국 노부부는 불어난 집고양이들을 그들이 죽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바깥으로 내보내겠다는 자포자기 상황에 이르고 말았던 것일 테고요.

 



 

 

카라와 고보협, 취약계층의 애니멀호딩을 논합니다

 

카라와 고보협이 고양이들의 구조를 결정하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생명 그 자체에 대한 존중이었고, 두 번째는 노부부가 애니멀호딩으로 고양이들을 학대하게 된 것은 취약계층의 반려동물에 대한 복지지원, 애니멀호더의 동물에 대한 복지 시스템이 부재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우리는 뉴스와 인터넷 포털, SNS 등으로 숱하게 애니멀호더와 의도치 않게 학대받는 동물에 대한 소식을 접합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애니멀호딩에 대한 논문 한 편 없고, 제대로 된 연구 자료도 없습니다.

 

독거노인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부부 등의 반려동물에 대한 지원도 어렵습니다. 어느 날 하나뿐인 가족이었던 노인이 병원으로 입원하거나 실버타운 등으로 들어가게 되었을 때 남겨진 동물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안산 노부부는 동물들을 충분히 보살필만한 경제적인 힘이 없었고, 문제가 커지기 전에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도 몰랐습니다. 카라와 고보협은 노부부와 30여마리 고양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비단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애니멀호더와 학대동물들이 겪는 문제라고 판단합니다.

 

카라와 고보협은 30여 마리 동물들에 대한 구조와 노부부의 주거환경 개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함께 구조팀을 꾸렸고 좁고 물건이 많은 복닥복닥한 집에서 어떤 순서로 포획을 진행할지 논의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76, 카라와 고보협은 고양이들 구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의도치 않은 동물학대에서 구조된 29마리 고양이

 

우리 신랑은 8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냄새난다고 절대 안타요.”

“8? 어휴, 거기 고양이 엄청 키우죠? 몇 마리 키워요? 나도 고양이 키우는데, 그렇게 키우면 안 되지~ 동물한테도 이웃한테도 너무 고통스럽지.”

 

구조에 필요한 장비와 크롬 케이지, 이동장 등을 꺼내며 정비하자 이웃들이 지나가며 한 마디씩 거들었습니다. 활동가들은 혹여나 사람들이 고양이를 탓할까봐 걱정했지만, 이웃들은 대부분 고양이를 잘못 키우는 이웃에 대해서만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활동가들이 고양이들은 구조 후 입양처를 찾게 된다고 알려주자 잘 되었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구조 작업은 아침부터 점심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도자기를 비롯해 위험한 물건이 많았기에 무엇보다도 고양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구조 작업을 했습니다. 어린 새끼들은 할머니가 케이지에 넣고, 잡히지 않는 성묘들은 활동가들이 숱한 구조 노하우와 장비를 이용해 포획할 수 있었습니다.

 

구조 작업 도중 고보협 박선미 대표의 손가락 살점이 날아가기도 하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카라와 고보협 활동가들은 성묘 9마리, 4~7개월령 2마리, 3개월 이내 18마리 고양이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