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살 뚫린 고양이의 외로운 죽음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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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2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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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4일, 홍제동에서 볼살이 뚫린 상태로 구조된 길고양이 수리가 오늘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그동안 수리를 살리기 위해 의료진과 카라 활동가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녀석은 결국 짧고
고통스러운 삶은 마감했습니다.

 

수리는 귀엽고 동그란 눈, 영리한 눈빛을 가진 턱시도 고양이입니다. 얼굴 반쪽이 다 망가질 정도로
심한 염증을 앓는 수리를 보고, 그동안 밥을 주며 보살피던 분이 “이 아이를 구조만 해주신다면 아이의
치료는 물론 모든 최선을 다하겠으니 제발 구조만 도와달라”고 간절히 여러차례 부탁을 해오셨습니다.
구조자분의 책임 있는 보살핌을 전제로 카라의 활동가들은 다른 업무를 제치고 수리의 구조에 나섰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잘 구조되었습니다. 하지만, 얼굴의 염증 뿐 아니라 신체 다른 기능도 많이 망가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수리의 구조과정 보기 (링크)

 


 

그런데...

그토록 애타게 수리의 구조를 요청했던 분은 막상 수리가 구조된 후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구조 후 의지할 곳 없는 수리가 간절히 밥 엄마를 찾을 때, 그분은 수리의 곁에 없었습니다.

 

치료기간 내내 수리는 살기 위해 사투를 벌였지만 사랑과 보살핌으로 수리에게 살아갈 힘을 보태줘야
할 분은 수리를 매몰차게 외면했습니다.

 

밥 엄마인 구조자분을 대신해 카라 활동가들이 아이를 보살폈지만, 낯설고 무서운 병원 환경에서 낯익은
손길 눈길 한번 받아보지 못했던 수리는 쓸쓸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이가 죽기 전 모습이라도 한번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에 수리에게 와 달라고 백방으로 연락을 취했지만 그분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예 전화번호를 바꾸어버린 탓에, 화장장에라도 가서 아이의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함께
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카라에 많은 동물들이 맡겨졌습니다...

그리고 활동가들의 품에서 삶을 마쳤습니다...

카라 사무실에는 이런 아이들의 액자가 조용히 놓여집니다.

그리고 액자의 수는 점점 늘어납니다.

 

외롭게 하늘나라로 간 수리에게는 보호자가 사라졌다고 차마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늘나라로 간 이후라도 외롭지 말라고 소중히 직접 화장터에 데려갑니다.

천대받고 불쌍했던 삶이지만, 가는 길까지 외롭게 보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수리도 이렇게 해서 오롯이 카라 활동가들의 가슴에 작은 유골함과 액자로 남았습니다.

동물을 안타깝게 보내는 일, 누구에게나 너무나 큰 상처를 남기는 일입니다.

 

동물단체니까, 활동가들이니까 괜찮을 거라구요?

한 생명의 죽음 앞에 아무렇지도 않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누구보다 깊은 상처를 받습니다.
게다가 동물보호 활동에의 의지가 맥없이 꺾이기도 합니다.

 

‘거리의 동물들을 보살핀다‘는 것에는 ’끝까지 책임지고 함께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황을 가리지 않고 동물을 돌보는 자기희생 없이는 진정한 보살핌을 실천할 수 없습니다.

 

카라는 몇 안되는 동물을 전적으로 돕기보다,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에게 주기 위해 구조자
분과 함께 힘을 합쳐 동물을 돕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도움이 필요한 동물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보살펴주세요.

언제나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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