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속 동물학대' 2,055명이 답했습니다!

  • 카라
  • |
  • 2020-06-18 17:55
  • |
  • 7540

“영상 속 동물,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최근 구독자 50만 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버 채널 <갑수목장>의 동물학대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유튜브 등 개인방송에서의 동물학대와 동물권 침해의 문제도 끊이지 않습니다. 시민들은 ‘영상 속 동물’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22일까지 한 달 동안 <미디어 동물학대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동물 영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인지 2,055명의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카라의 설문조사는 총 34개의 문항으로, 내용을 크게 네 가지 ▶동물 출연 미디어에 대한 관심 ▶미디어에서 동물학대 영상을 본 경험 ▶미디어 동물학대 범위 ▶미디어 동물학대 방지 방안으로 구분했습니다. 우선 설문 답변 내용을 간략하게 공유해드리고자 합니다. 꼼꼼하게 검토한 분석 결과는 하반기에 제작될 <카라 미디어 가이드라인>에 담도록 하겠습니다.



동물이 나오는 영상 ‘얼마나’, ‘왜’ 보시나요?


설문조사 응답자의 대부분은 최근 동물관련 영상 콘텐츠가 예전보다 ‘많아’졌고 동물이 출연하는 영상을 ‘많이’ 본다고 답했습니다. 




사람들은 주로 반려동물 관련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려 전체 답변자의 83%가 개와 고양이가 출연하는 반려동물 일상 영상과 반려동물 훈련 정보 영상을 본다는 답했습니다.





동물 영상을 시청하는 이유로는 46%가 ‘귀여운 동물이 출연해서’라 답했으며, ‘반려동물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25%를 차지했습니다. 그 외에도 ‘정서적 안정과 쉼을 얻기 위해’, ‘대리 만족’, ‘찾아보지 않아도 동물 관련 콘텐츠가 많아 자주 보게 된다’는 등 다양한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귀여운 동물 영상으로 ‘힐링’, 하지만 동물을 ‘소품’처럼 여기는 악영향 우려

동물 영상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요? 긍정적 효과를 묻는 질문에 ‘동물에 관한 유익한 정보를 준다’는 답변이 61%, ‘귀엽고 즐거운 영상으로 사람의 스트레스가 감소된다’는 답변이 56%였습니다. 반면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동물이 소품처럼 이용되는 모습은 생명을 가볍게 여기게 만든다’는 답변이 72%로 가장 많았으며, ‘동물의 희귀성, 유행하는 품종 등이 노출되어서 생명을 구매하게 만든다’는 답변이 56%로 뒤를 이었습니다. 또한, 자극적인 영상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음을 우려하거나 귀여운 이미지로만 소비하고 동물이 처한 고통스러운 현실은 가려진다는 기타 의견도 있었습니다.


결국 ‘귀여운 동물’과 ‘정보’를 얻기 위해서 반려동물이 등장하는 영상을 많이 보며, 영상으로 ‘유익한 정보를 얻고’, ‘스트레스가 감소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동물이 소품처럼 이용되거나’, ‘희귀하거나 품종인 동물의 구매를 자극하게 하는’ 부정적인 우려도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동물 학대영상 봤다 70%, 주로 유튜브를 통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설문 응답자의 70%가 동물학대 영상을 본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동물학대 영상은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의 개인 방송 채널(49%)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47%)에서 주로 접했으며, 인터넷 이용 중 우연히 보게 되거나’(58%), ‘뉴스나 SNS에서 이슈가 되어 검색해서 찾아보았다’(49%)고 답변했습니다.


학대의 유형은 ‘신체적·물리적 폭력’이라 답한 응답자가 73%, ‘비정상적인 돌봄’은 66%, ‘유기, 투견 등의 불법행위’(41%)와 ‘언어적·정신적 폭력’(36%)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들은 동물학대 영상의 구체적인 예를 기타의견으로 작성했습니다. 개를 억지로 캣휠에 태우기, 개를 하늘로 던져 사진 찍기, 오로지 오락성을 위해 살아있는 어패류에 소금을 뿌리기, 강아지에게 맵고 자극적인 음식 먹이기, 닭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기, 동물의 털을 불로 태우기, 동물 전신 염색, 시끄러운 노래가 들리는 공간에 동물 방치, 낚시가방에 어린 강아지 가두고 방치, 햄스터 믹서기에 갈기, 전기덫을 설치해 쥐를 고통스럽게 죽이는 영상 등이 있었습니다.


동물학대 영상을 본 적 있는 응답자 중 33%가 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공론화하여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85%)가 압도적이었습니다. 



동물 학대영상을 보고 74%는 신고하지 않았고, 29%는 어디에 신고해야할지 몰랐다

하지만, 동물학대 영상 본 적 있는 응답자 중 26%만 동물학대 영상을 신고한 경험이 있었으며, ‘해당 사이트’(65%)에 신고하거나 ‘동물단체’(21%)에 신고했지만 신고 후 결과를 통지받거나 확인한 적은 대부분 ‘없음’(82%)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동물학대 영상을 봤지만 신고를 한 적이 없던 74%는 ‘어디에 신고해야할지 몰라서’(29%), 신고한다고 해도 처벌수위가 약할 것 같아서‘(14%)를 신고하지 않은 주요 이유로 선택했습니다. 



이 장면도 ‘동물학대’ 인가요?

미디어 동물학대 범위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12개의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물어보았습니다.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는 명백한 동물 학대는 제외하였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대부분은 카라가 제시한 12가지의 모든 상황을 동물학대라 답했습니다. 특히, 응답자의 80%가 ‘품종 고양이만 다루는 유튜브 방송에서 지속적으로 새끼 고양이가 태어나는 장면’을 동물학대라 지적했습니다. 이는 품종 유행과 펫샵 구매를 부추기는 심각한 동물 학대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분홍색으로 염색한 개의 등장, 고양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한 공간에 여러 종의 동물이 함께 지내는 모습, 살아있는 닭을 치킨으로 동일시하는 발언을 하거나 뱀에게 살아있는 쥐를 먹이는 방송도 동물학대라고 답한 답변자가 많았습니다. 응답자의 30%는 ‘드라마에서 여러 마리의 비둘기를 날리는 장면’도 동물학대라 답변했습니다.


동물이 출연하는 영상을 불편한 마음으로 보는 시청자들이 많았습니다. 부자연스러운 장면 속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동물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최근 유행하는 장애물(투명벽) 피하기 챌린지를 우려했습니다. 이외에도 동물에게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시키고, 각본에 따라 연기시키는 행위들, 구독수를 늘리기 위해 동물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촬영되는 현장 등을 비롯하여, 살아있는 동물을 음식으로 여기는 자막이나, 지나친 육류소비를 부추기는 먹방 프로그램, 인간의 오락을 위한 오지 체험 프로그램까지 동물학대 범주에 해당한다는 의견들이 모아졌습니다. 미디어 속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동물학대 범주를 확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디어 속 동물학대를 막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응답자들은 동물이 미디어에 출연하기 전에 제작자가 가장 고려해야하는 것으로 ‘동물의 안전과 복지’(67%)와 ‘동물보호법 준수’(15%)를 꼽았습니다.




미디어 동물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동물학대 처벌 강화’(66%)와 ‘동물 학대 범위 확대’, ‘공교육 내 동물권 교육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 응답했습니다.


전체 응답자들 중 600여 명이 미디어 동물학대 방지에 관해 구체적인 의견을 남겨주셨습니다. 

미디어 제작자의 동물 학대 방지 교육 의무화, 미디어 매체의 적극적인 관리와 삭제 협조, 공공기관의 미디어 동물학대 방지 캠페인, 시민 교육 등을 비롯하여, 정부가 제시하는 동물학대 가이드라인과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 협조 없이는 늘어나는 동물학대를 막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동물이 물건이 아닌 제3의 존재임을 헌법에 명시하고 펫숍에서 동물 판매 금지하고 반려동물 세금 의무화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동물학대를 막을 수 있다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미디어 동물 학대 감시 활동은 계속됩니다!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점점 자극적인 영상을 생산해내려고 애써서 그런지 일반 브이로그 같은 영상에서 동물을 귀여워하는 모습조차도 가끔은 기괴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구독수를 늘리기 위해 동물들을 무분별하게 촬영하는 모든 영상이 학대입니다.”

“동물학대를 보고 ‘좋아요’를 누르는 것도 동물학대입니다”

“이 설문조사를 하기 전에는 동물학대하면 신체적 폭력만을 떠올리기 쉬웠는데, 생각보다 당연하게 넘어갔던 행동들이 동물학대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귀엽고 희귀한 동물이 영상 속에 등장합니다. 더 귀여울수록 더 희귀할수록 더 우스꽝스럽거나 자극적일수록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고 ‘좋아요’와 ‘구독’이 늘어납니다. 이 악순환 속에서 동물학대 영상은 늘어나고 있지만, 미디어에서 동물학대 장면을 발견해도 무엇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어려운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해당 사이트에 신고하며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해당 영상은 삭제되겠지만 학대 행위자인 유튜버가 동물보호법으로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카라의 ‘미디어 동물학대 설문조사’를 통한 가장 큰 성과는 동물 영상들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지켜보는 많은 시민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미디어 동물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가는 활동도 중요하지만, ‘저 장면, 동물학대 아닌가요?’라고 꾸준히 질문하고 문제제기하는 시민들의 활동은 사회적인 논의를 만드는 가장 주요한 역할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카라는 시민대상 설문조사 결과 보고에 이어 지금도 진행 중인 15명의 시민으로 구성된 미디어 모니터링단의 감시활동 결과를 정리해 공유할 예정입니다. 이어질 카라의 미디어 속 동물 학대 방지 캠페인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의견 모아주시고 정성껏 답변해주신 모든 설문조사 참여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설문 응답자 통계


설문 참여자는 20대(36%)와 30대(33%)가 가장 많았으며 여성이 85%, 서울(28%)과 경기도(26%)에서 가장 많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