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화요일마다 여름의 더위보다 더 열띠게 펼쳐졌던 다섯 차례의 동물권 강연들이 막을 내렸습니다.
작년부터 시작한 <카라 동물권 더배움> 프로그램은 과학/철학/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동물과 동물권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교육 활동입니다.
이번 더배움에서는 에코페미니즘, 야생동물, 반려견, 동물법, 농장동물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동물권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생명에 대해, 공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자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현장에서 함께하지 못한 분들에게 더배움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나눔해 봅니다 :)
6월 2일, 에코페미니즘으로 본 동물윤리와 동물운동
생태 공동체 안에서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탐구하게 되는, 에코페미니즘을 공부하고 계신 작가 황주영님의 강연입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성/종 차별주의의 정의를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
종 차별주의는 생명 종에 가치를 부과하여 우열 관계를 만들어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다.
성 차별주의는 성별마다 가치를 부과하여 우열 관계를 만들어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다.
위 두 문장의 공통점을 찾으셨나요? 종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가 연계되어 조명 받는 이유는 편견과 폭력에 근거한 ‘OO차별주의’의 피해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차별을 사회로 드러내고 남아있는 지배 구조에 대해 같이 고민하며 나아가야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인간이 동물을 소유하고 사용할 권리는 없다." (동물권리론 중에서)
비인간동물을 마음대로 전시하고, 소유하고 지배해온 모든 것이 일상생활에서 당연하게 녹아져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비인간 동물과 인간이 생태 공동체 안에서 상호 의존하는 구성원임을 인식하고 각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윤리적 방향을 모색해야 함에 대해 모두 끄덕이며 마음 깊게 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6월 9일, 야생으로 돌아온 문명- 야생동물의 의미와 생태적 감수성
한국 최초 야생 영장류 학자이자 현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이자 환경운동가 겸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산하 박사님의 생태적 감수성에 대한 강연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물은 누구일까요? 바로, 호랑이입니다.
하지만 한국 야생 호랑이는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현존하지 않는 동물에 부여하는 우리나라의 텅 빈 상징성으로부터 강연의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동물은 반려, 전시, 식용 위주로 축소되었습니다. 야생 동물의 존재가 설 자리 없이 물리적으로, 문화적으로, 왜소화 되었습니다. 도심에서 멧돼지가 등장할 때면 동물 복지 원칙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위협의 대상으로 바라본 채 문제의 뿌리를 뽑듯 사살하곤 합니다. 그렇게 야생성의 뿌리도 뽑혀 야생 동물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자연 전체와 인류의 공존을 생각하는 생명감수성을 회복해야 함을 다시금 주목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6월 16일,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자격, 동물을 대하는 나라의 품격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갈등들이 함께 발생하고 있는 현 사회에 대해, 독일 뮌헨에서 동물복지 및 동물행동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하신 이혜원님과 함께 풀어보는 강연입니다.
맹견법은 품종에 따라 맹견임을 나누는 법입니다. 사람이 아닌 개에게 죄를 묻는 맹견법이, 과연 증가하는 개 물림 사고의 방안이 될지 의논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강연자 이혜원님은 개 물림 사고 이후 다시 사고가 발생할지를 판가름 하는 것은 개의 품종이 아닌 보호자에게 달려 있다고 했습니다. 개 물림 사고 이후에도 개의 문제 행동을 방치한다면 반복될 가능성이 있지만, 보호자가 반려견 교육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반려견의 행동은 개선될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법, 체계가 선진인 독일의 사례를 들으며 ‘반려견 트레이너 면허증’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우리가 자동차를 타려면 운전면허증을 따듯, 강아지를 키우기 위해서는 반려견 사육 면허증을 취득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적용됨을 상상해보면, 반려동물을 쉽게 사고 파는 풍조가 사라지고 평생 돌봄에 대한 시민 의식이 확고해짐을 기대해 봅니다.
6월 23일, 우리나라 동물법 현황과 동물 입법 시민운동
"인간이든 동물이든 ‘생명’의 주체는 법적으로도 마땅히 보호되어야 한다."
이번 강의는 법체계 안에서 동물의 지위와 우리 사회에서 동물 입법운동의 방향성에 대해,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함태성님의 강연입니다.
반려동물을 생명으로서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남에도 개인적 가치관과 사회적 가치관의 괴리감은 크기에, 현재 법 체계 안에서는 동물은 물건으로 분류됩니다. 반려동물이 물건 또는 재산으로 분류가 되기에 학대 받더라도 재물손괴죄로 처벌받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법은 강제력이 따릅니다. 그렇지만 법의 또 다른 성질은 기존의 보편적인 가치를 담는 것으로, 한발 뒤에서 사회의 이동에 맞추어 변화합니다. 사회에서 동물의 권리를 생각하는 시민의식이 생길수록 동물권이 향상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져 봅니다!
6월 30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농장동물 캠페인 향방
농장동물들을 죽음의 구덩이로 밀며 예방과 방역이라는 명목을 내세우는 모습을 직시하게 되는, 카라 상임이사 전진경님의 강연입니다.
전염병이 돌아서 동물을 살처분 할 때 ‘인도적 폐기’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실제는 ‘용도 폐기’와 다름 없습니다. 단지 목적을 잃은 동물을 많은 자원을 투입해 없애는 것입니다. 그 동안의 구제역 뿐만 아니라 최근의 아프리카 돼지 열병 사태 등에 있어서, 도축 출하 전 농가당 16마리를 샘플링하여 병의 유무를 검사하였다고 합니다. 예방적 살처분을 포함하여 생명을 잃은 돼지는 수십만 마리가 넘지만 불과 16마리 돼지의 샘플링의 결과에 따라 운명이 좌우된다는 현실.. 과학 기술과 제도의 한계에 유감스러울 수 밖에 없는 지점입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대량 살처분은 동물들에게 비인도적이며 노동자에게는 인권유린 등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살처분의 원인 중 하나는 밀폐되고 비위생적인 공장식 축산에 있습니다. 정부의 법과 제도 개선을 촉구함과 동시에 육식을 한다면 동물 복지 인증마크의 유무를 확인하고, 육식을 점점 줄이며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상에서 지속가능한 윤리적 소비의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많은 참가자 분들께서 공감해 주셨습니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코로나-19로 움츠러드는 상황에서도 5회차의 더배움 강연은 안전하게 성황리에 끝이 났습니다.
매회의 강연을 하기 전 입장하시는 모든 분들의 체온을 재고 손소독을 실시했습니다. 교육장 내 사회적 거리두기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모집 인원을제한하고, 강연을 듣는 와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조금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참여자 분들 모두 생활 속 방역을 하며 강연을 수강을 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더 배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다음번의 더! 더배움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