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카라 더배움] 글쓰기 강좌 후기
동물 에세이 쓰기 강좌가 절찬리에 진행중입니다.
카라 더배움에서는 동물과 관계 맺게 된 계기, 과정, 사랑, 상실 등 개인이 이 사회에서 동물을 경유해 겪게 되는 경험과 애틋한 감정이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구체화되고, 언어화(개념화)되고, 경험이 하나의 사건이 되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습니다.
‘이게 정말 전염병이 생겼을 때 돼지를 죽이는 방식이라고? 왜.......’ 외면하며 살고 싶었던 내 마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불편했지만 인정해야했고, 앞으로의 내 삶이 어떤 방식으로든 불편해지겠지만 그 한 장의 사진으로 나는 현실을 자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더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까몽-
안락사는 또리가 아프기 시작하며 계속 생각하던 일인데도 쉽지 않았다. 병원에서 나와 또리를 위해 면회실 한 켠에 자리를 마련해줬다. 선생님께서 마음의 준비가 되면 불러 달라고 했는데 또리랑 헤어지기가 싫어 그곳에서 반나절을 보냈다. 또리를 안았을 때의 무게와 따뜻한 체온, 털의 촉감을 다시는 영원히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계속 흘렀다. 소식을 듣고 온 친구에게 안겨 “또리랑 헤어지기 싫어” 라며 엉엉 울었다.
-지예-
“어치야!”
내 목소리에 놀란 듯 창문 쪽으로 날아가는 어치. 나는 얼른 집에 와서 어치에게 줄 사료와 물그릇을 챙겼다. 밤새 먹지도 못했을 거란 생각에 먹을 것부터 챙겨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젠 그만하라는 오빠의 말. 우리 손을 떠나 원래 자기의 세상으로 돌아간 어치의 돌봄을 그만하자고 한다. 맞다. 어치는 내 품을 떠났다. 더 이상 나의 아기 새가 아니다. 원래 있던 곳으로 간 것뿐이다. 놓아주어야만 했다. 나는 놓아주기로 한다. (처음부터 나의 '것'이 아니었음으로)
-예성-
‘비건 애인’을 만나는 일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나의 무식이 탄로 날까 늘 걱정했다. 친절한 애인은 나를 가르치려 들지 않으면서도 매일 깨닫게 했다. 과자 봉지의 뒷면을 난생처음 살펴보며, 식당에서 애인의 비빔밥 위에 얹어진 계란후라이를 대신 먹어주며 생각했다. ‘내가 모르던 세계를 만났구나.’
-슬하-
더배움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동물의 사이, 이 세계와 우리 인간의 사이 모두가 위계가 아닌 분할할 수 없는 존재들이 연결되는 세상을 상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은 각자에게 주어진 문턱을 자신의 사랑과 지혜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넘어서야 하는 만큼 동물에게로 향하는 과정은 누구 하나 동일하지 않았습니다. 정해진 답 없이 자신의 힘으로 찾아가는 여정에 용기를 낸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