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개들의 삶다운 삶을 응원합니다.
- 이천 시골개들의 복지를 위한 손길 -
우리나라의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가 되었지만, 일부 가구는 반려동물 ‘복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여 방치하고 고통을 주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합니다. 특히 시골의 경우 많은 개들이 1m짧은 목줄에 평생 매여 살다 복날에 용돈 벌이로 팔려가기 일수입니다. 팔려가기 전 연이은 출산으로 많은 새끼들을 낳고 그 새끼들도 아무렇게 키워지다 역시 팔려가곤 합니다. 아직은 동물복지 인식이 낙후되어 있는 곳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한편 여전히 시골 지역은 동물의료복지가 구현되기에는 동물병원에 대한 접근성도 도심보다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앞마당에 자유롭게 키웠는데 어느 날 보니 새끼를 베어왔다는 말들도 쉽게 들을 수 있기도 합니다. 어릴 때 목줄을 맨 채 집을 나가 목이 조인 채 떠도는 개, 새끼에게 아프고 서러운 1m 목줄의 삶을 물려주고 자신은 개장수에게 팔려가야만 했던 어미개, 중성화 수술 없이 떠돌며 살며 비극적인 출산을 하거나 로드킬로 생을 마감하는 개... 불필요한 비극이 너무 많이 일어납니다. 이 모든 비극을 경감하는 일은 어떻게든 의도치 않게 개체수가 늘지 않도록, 또 현재 살고 있는 개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지원하는 일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천의 한 마을. 팔려가는 개, 떠도는 개, 버려진 개들을 외면하지 못하여 11마리의 대형 개들을 거두게 된 가족이 있습니다. 동네에 떠도는 개들, 암약하는 개장수, 이웃들의 눈총 때문에 매일의 삶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월담해 들어와 암컷을 임신시키는 바람에 4마리의 새끼까지 추가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개인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이 가족은 카라에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을 최대한 다 해왔고, 이후로의 보살핌을 약속하고 있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 경기도 동물보호과, 경기도수의사회는 시골개들을 위한 중성화 사업에 함께 손을 잡았습니다. 지난 4월 5일 중성화 수술이 시급한 5마리의 암컷 개들이 경기도 도우미견 센터로 이동하여 중성화수술을 받았습니다. 걱정했던 것처럼 개들 중 일부가 발정이 일어나 있었습니다. 안전하게 수술을 받고 귀가한 개들에게 가족들은 북어국을 먹이며 간호해 주셨습니다. 이로써 암컷 성견들에 대한 중성화가 말끔히 완료되었습니다.
4월 21일, 동네에 떠도는 개들, 이천 개들과 비슷한 처지의 시골 개들의 중성화가 추가로 시행되었습니다. 보호자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이웃에게 떠 넘겨진 대형 세퍼트와 이천의 대형견 수컷 등 총 7마리, 삼겹살 식당집에서 키우다 임신 상태로 개장수에게 팔려갈 위기에 이웃이 구조했고 이어 4마리의 새끼를 낳은 나이 많은 발바리 및 여러 차례의 출산에도 불구하고 형편이 어려워 중성화 수술을 못해 주었던 발바리 등 중소형견들, 그리고 이들이 낳은 새끼들 중 중성화 연령이 도달한 어린 개들 총 14마리가 안전하게 수술을 받았습니다. 아직 어려 수술이 불가능한 이천의 2마리 강아지들에 대해서는 경기도 수의사회와 카라의 협의에 따라 올 8월 경 추가 수술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모든 개들에 대한 사상충 검사와 전염병 검사 그리고 필수적인 예방접종도 지원되었습니다. 가슴 아프게도 예상했던 것처럼 아직 어린 1세령 미만 강아지 이외 모든 성견들이 심장사상충에 감염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날 치료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개들을 위한 별도의 약품과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사료도 함께 농가에 지원되었습니다. 수술 받은 개들 중 진드기로 심하게 고생하고 있던 1마리는 카라 병원에서 치료를 위해 이동했습니다. ‘진저’라고 이름 붙여진 이 개는 카라 활동가들의 보호를 받다 지난 5월 11일 입양파티에서 평생 가족을 찾기에 이르렀습니다.
현장 중성화 수술이 시행된 4월 21일로부터 꼭 한달이 지난 5월 20일 현재 4월 5일과 21일 중성화와 에방접종을 받은 모든 개들은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비록 이번에 작게 시작한 시골개 중성화 캠페인이었지만 많은 감동과 보람을 남겼습니다. 이후로도 카라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에 더 세심한 손길을 나누어 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자 합니다. 이번에 전폭적인 도움을 주신 경기도 수의사회와 경기도 동물보호과에 진심어린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이천의 보호자분들이 중성화가 끝나고 너무 고마워하시며 곱게 다듬은 파 한 단씩을 봉사자분들과 수의사님들께 건네셨습니다. 바로 이렇게 서로 돕고 이해하는 마음과 정성이 동물들을 위한 우리들의 실천을 확장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것입니다. 시골개들의 삶다운 삶을 응원하는 카라의 행보는 계속 됩니다.
혹자들은 중성화가 동물들의 번식 본능을 막는 잔인한 일이라 비난합니다.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동물을 생각한다면, 본능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중성화를 반대하는 것이 과연 윤리적이라 볼 수 있을까요? 자신의 가정 안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감당하지 못해 방치되거나 유기되는 동물들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관리하는 것이 동물권을 생각하는 윤리적인 보살핌이 아닐까요? 특히 암컷의 임신과 출산은 한 번에 많게는 10마리 이상 새끼를 출산하기 때문에 사람과 마찬가지로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일을 겪게 되고, 호르몬 관련 질병에 걸릴 확률도 많습니다. 게다가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거듭하면서 한 가정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새끼들이 늘어나면, 결국 유기하는 상황도 암암리에 벌어지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법으로 중성화가 있습니다. 중성화를 한 암컷은 그렇지 않은 암컷보다 유선종양에 걸릴 확률이 1/7로 낮고, 발정기로 오는 호르몬에 의한 불안감 고통을 해소하거나 공격성을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개체수를 통제하여 반복된 출산으로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 ‘[펫닥터스] 반려동물의 출산vs 중성화수술’ 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