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동물 구조자들 (2) - 위기에서 다시 위기로 균형 잃은 쉼터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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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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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 대한 연민이 구조와 보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동물구조는 시작일 뿐 실로 많은 인적 물적 금전적 자원이 필요함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됩니다. 결국 구조자도 동물들도 위기에 내몰리거나 최초 의도와 다르게 애니멀호딩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카라에는 이렇게 위기에 처한 동물구조자들의 도움 요청이 끊이지 않습니다. 다 도와드릴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많습니다.
최근 도움을 드린 사례들 두 가지를 공유합니다.
이 사례들로부터 우리 사회의 동물보호 시스템이 얼마나 허약한지, 이로 인해 동물과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지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동물권단체로서 카라의 소명은 학대와 방치 상태의 동물들이 줄어들고 적정한 공적 보호 체계 속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시민들이 방치와 학대상황의 동물들로 인해 마음의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고 동물도 사람도 어딘가에서 도움을 구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연일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수많은 동물들을 모두 수용하고 보호할 역량을 갖추기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달라질 세상을 꿈꾸며 최근의 사례 2가지를 공유합니다. 동물의 구조도 나의 역량이 수용가능한 선에서 지속가능한 활동으로 이뤄지게 되는데 조금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구조자는 최초에 길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하여 돌보는 것을 시작으로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길고양이들을 돌보며 아프거나 부상당한 개체는 물론, 유기되어 길 위에서 살아가기 힘든 고양이들을 구조하여 치료하는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길고양이 구조를 지속해왔고 약 50여 마리의 고양이들을 구조하여 입양 보내게 되었습니다. 구조는 한 생명을 살려내는 고귀한 일이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구조자가 구조한 고양이들



구조된 고양이들은 구조자의 집 옥상에서 보호를 하고 있었지만, 주변의 민원으로 지속할 수 없었고 고양이들을 다른 쉼터로 옮겨야 했습니다.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고양이들의 치료비와 사료, 위탁비 등은 금전적으로도 많은 타격이 오게 되었습니다. 혹여나 돌보는 고양이들이 아프기라도 하게 되면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오기도 했습니다.


구내염을 앓고 있는 고양이들



구조된 고양이들 중에 구내염을 앓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해줄 경제적인 여력이 되지 않아 제때 치료를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구조자는 고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구조된 고양이들과 길고양이들의 돌봄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파산의 위기까지 맞게 되었고 일상적인 생활을 지속해나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구내염 치료중인 허스키



최초에는 고양이들을 살리고자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길 위의 동물들을 외면할 수 없었고 하나 둘 돕기 시작한 일이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었고 결국 사람과 동물의 생활조차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구조자는 그동안 힘들게 살려낸 고양이들을 포기할 수 없었고 카라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치료를 마치고 평온해진 길쭉이와 꽁냥이


쉼터에 남은 고양이는 17마리로 카라는 고양이들의 치료와 입양홍보를 지원하기로 하였습니다. 가장 치료가 시급한 6마리 고양이들의 진료가 이루어졌고 대부분 구내염 치료로 발치를 하게 되었고 검진 시 발견된 당뇨 등의 치료도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치료를 해서 더 이상 아프지 않자 열심히 그루밍을 하고 사람을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녀석들, 이 아이들을 치료해 줄 수 없었던 구조자님의 심정은 대체 어떠했을까요?


남아 있는 고양이들의 손을 놓지 않겠다는 구조자의 의지만큼 카라는 고양이들이 평생 가족을 만나 행복한 묘생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입양홍보 또한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비록 구내염을 앓고 있지만 가정으로 입양 가서 관리만 잘 받으면 재발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 아이들, 건강하고 예쁘지만 다만 아직 인연을 만나지 못한 아이들입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사람을 반기고 츄르를 좋아하는 고양이들은 여느 반려묘들과 어느 하나 다르지 않습니다. 고된 길 생활을 이겨내고 가족을 찾고 있는 17마리의 고양이들이 입양을 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쉼터에서 지내고 있는 고양이들



이 순간에도 위기의 동물들은 수없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모든 동물들을 살리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고 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면 누구나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동물구조는 나의 역량이 가능한지, 동물들이 최소한의 복지가 보장될 수 있는지 충분히 고려한 후 신중히 결정되어야 합니다. 동물의 복지만큼 구조자의 삶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동물을 방치하거나 학대 유기하지 않았다면, 또한 위기의 동물들을 구조하여 보호하고 치료와 입양이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면, 선한 마음으로 동물구조를 시작한 개인 구조자가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동물과 함께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누군가 무책임하게 저지른 행위의 결과를 선한 마음의 다른 누군가와 죄 없는 동물이 부담과 고통으로 감당해야 하는 부조리한 현실이 용납되어선 안됩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구조된 동물을 입양하는 문화를 확산하고 동물을 쉽게 매매하고 유기하는 행위를 강력히 제어하는 법적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활동을 이 부조리한 현실을 타개해 나가겠습니다.


17마리 고양이 입양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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