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온 편지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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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0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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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800

지난 5월, 뜻밖의 편지가 카라 대표메일로 도착했습니다.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현재 수감중인 수감자가 자신과 자신의 반려견 ‘순심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길지 않은 내용의 편지였습니다.

수감자는 순심이에게 새로운 가족을 찾아줄 틈도 없이 수감된 탓에, 수감 이후로 내내 혼자 남겨진 순심이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수감 후 2년, 그 동안은 이웃 주민분이 사료는 챙겨주고 계셨지만 그 분도 내일 미국에 가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챙겨줄 수가 없어 순심이가 갈곳을 못찾는다면 유기동물보호센터(시보호소)에 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장 내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임시보호처를 찾아볼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이미 카라 더불어숨 센터도 포화상태이기에 더 이상의 보호는 불가한 상황이었지만, 순심이에게는 시간이 없었기에 우선은 센터로 순심이를 데려와 입양처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순심이를 만나러 갔습니다. 가족과는 헤어질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가정에서 돌보고 있다고 하니 사람의 품에서 보호를 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요?

 

순심이가 살고 있다는 집에 도착했고, 드디어 문이 열렸습니다.
열린 문 사이로 악취를 풍기며 나오는 어마어마한 털뭉치.
그 ‘물체’가 바로 순심이었습니다.

 

순심이를 마주한 순간, 동행했던 세 명의 활동가들은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 사연을 접하고 ‘가정에서 보호받는 순심이를 이미 포화상태인 센터로 데려와야 하나?’하고 고민했던 게 미안했습니다. 한때는 사랑받던 반려견이었던 순심이가 지난 2년간 느꼈을 감정들, 그리고 순심이와 같은 상황 속에 놓여있을 많은 동물들이 떠올라 울컥했습니다. 



순심이 뒤에는 한마리의 개가 더 있었습니다. 털뭉치가 된 순심이와 달리 온몸에 윤이 나고 한눈에 보기에도 관리를 잘 받은듯 말끔한 모습의 그 아이는 임시보호자의 반려견이었습니다. 임시보호자는 ‘10년 동안 키운 아이라서 내일 미국에 함께 간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순심이를 보았고, 또 한번 말문이 막혔습니다.

임시보호자는 순심이를 며칠만 맡아주면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고 했던 게 벌써 2년이 지났다고 했습니다. 갑자기 갈 곳이 없어진 순심이를 2년 동안 안전한 장소에서 보호해준 것은 감사하지만, 먹을 것과 잠잘 곳만 제공했을 뿐 딱히 관리를 해주거나 사랑을 주지는 않은 것에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순심이는 반려견으로 사랑을 받은 적이 있으니 임시보호자에게도 사랑을 바라는 눈빛을 보냈을텐데, 외면당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얼른 순심이를 데리고 나오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2년 동안 잊고 있었던 사랑과 따뜻함을 다시 찾아주어야 한다는 생각 말고 다른 생각은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활동가들은 침묵 속에서 분주하게 순심이의 이동을 준비했습니다.

순심이를 데리고 올 때 사용했다는 이동장에는, 털로 인해 부풀어진 몸집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카라에서 가져간 이동장을 분리해 겨우 순심이를 안전하게 넣고 마침내! 그 집을 나섰습니다.

‘가자 순심아. 이제 더 따뜻한 곳에서 사랑받게 해줄게!’

많이 당황했을 녀석에게 오는 내내 말을 걸어주며 이제는 괜찮다고 다독여주었습니다. 그동안 순심이는 따뜻한 목소리와 따뜻한 눈빛을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많이 놀랐을 순심이를 카라 동물병원으로 이동시켜 잠시 안정시키고,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갑옷같은 털을 제거했습니다. 눈 주변의 털은 눈물과 눈곱에 엉켜 고드름처럼 자랐고, 입 주변의 털은 침에 엉켜 고드름처럼 자랐습니다. 그 털들이 또 자라 하나로 뭉쳐버린 순심이의 얼굴은 눈, 코, 입의 식별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답답할지... 조심스럽게 얼굴의 털부터 잘라내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바뀐 환경과 낯선 손길 때문인지 순심이는 털을 밀어주려는 손길을 심하게 거부했습니다. 털이 어찌나 심하게 뭉쳤던지 혈액검사를 위한 주사바늘도 들어가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약간의 진정을 하고 순심이가 놀라지 않도록 털을 조금씩 조금씩 벗겨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처참하던 털뭉치를 벗겨내고 기본 검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순심이의 추정나이는 최소 10살에서 12살. 나이에 비해 다른 건강상의 결과가 나쁘지 않았지만, 방광결석이라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다행히 안정을 취하며 결석제거 수술과 약물치료를 하면 완치가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길다 못해 고리가 되어버린 발톱.


자기 몸보다 더 큰 갑옷같은 털뭉치.



드디어 순심이의 예쁜 얼굴이 드러났습니다.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 순심아!”
하지만 순심이는 눈을 맞춰주지도, 피하지도 않았습니다.

순심이의 눈은 양쪽 모두 시력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꽤 오래 전에 시력을 잃었기 때문에 이미 적응을 한 상태라서, 일상생활을 하기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개운하게 목욕을 한 순심이는 푹신한 잠자리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2년 동안 겨우 밥만 먹으며 순심이의 털은 뭉치고 뭉쳐 갑옷이 되었고, 발톱은 길다 못해 동그랗게 말려버렸습니다. 순심이는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며 혼자 외로이 그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하루빨리 순심이가 외롭고 힘들었던 아픈 기억들을 깎아낸 털뭉치와 발톱과 함께 모조리 털어버리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순심이에게는 행복한 일들만 있기를 바랍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작은 관심과 손길을 필요로 하는 많은 생명들이 있습니다.

외면하시지 마시고 도움의 손길을 부디 내밀어주세요.

위기에 처한 생명들에게 새로운 삶을 시작할 기회를 주세요.
우리의 작은 관심이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댓글 4

서은영 2015-08-04 17:28

어이가 없어서 할말이 나오질않네요. 내자식 소중하면 다른 자식도 소중한것을 어떻게 저렇게 처참히도 방치를 할수가 있는건가요. 기가막힙니다... 저렇게 예쁜아이를... 이제 사랑받으며 살아야합니다,,,행복해져야합니다... 그렇게 될거예요...


임정민 2015-07-04 12:25

참.. 슬프네요.. 순심이가 꼭 행복을 되찾기를 진심으로 기도할게요


이현정 2015-07-03 01:48

저렇게 이쁘게 생긴 아이를 방치했다니...ㅠㅠ 순심이가 너무 안타깝네요. 13살된 저희 강아지도 시츄라서 그런지 유독 시츄에 더 눈이가요. 순심이 좋은 주인만나서 다시 사랑받으며 지낼 수 있길 바랍니다.


양찬모 2015-07-02 15:01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네요... 2년동안 순심이가 느꼇을 그 감정들... 주인과 갑작스럽게 떨어져야 하는 이유도 몰랐을 순심이 마음을 토닥여주기는 커녕... 이렇게 혼자 방치되어 얼마가 슬펐을까요.. 앞으로는 순심이 꼭 사랑받으며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