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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대통령직속 국가동물복지위원회 설치하고
음식물류 폐기물 동물 급여를 즉각 전면 금지하라 ”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을 위한다며 군사분계선 남쪽 2km 밑으로 내려오는 멧돼지들을 모두 사살하라 지시했다.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ASF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된 데 이어 북한에서의 발병도 지난달 30일 공식보고되며 이뤄진 조치다. 정부가 ASF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는 멧돼지 사살에는 군이 나섰으며 민통선 내에서는 이를 위한 엽사도 운영된다. 멧돼지 감염 사례가 아직 국내에서 확인된 바 없건만 정부는 이른바 선제적 방역을 명목으로 멧돼지 무작위 사살이라는 방법을 택했으며 멧돼지 개체수가 최소화되어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동물의 생명권을 이토록 쉽게 포기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정부는 음식물류 폐기물, 즉 음식쓰레기 동물 급여에 대해서는 전면 금지를 피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독 동물희생에 대해서만 가차없는 것일 뿐 허점이 가득한 주먹구구식 방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음식쓰레기는 세계가 인정하는 ASF 등 전염병 확산의 주된 경로다. 실제 중국에서 발생한 ASF 111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9건(44%)이 음식쓰레기 동물 급여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진정 철통같은 방역을 위한다면 음식쓰레기 동물먹이 사용부터 전면 금지해야 마땅한 것이다.
국제기구에서는 동물에 대한 남은 음식물 급여를 금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해외 여러 국가에서도 음식쓰레기 급여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스페인은 1960년 ASF 발생으로 유럽 최초로 잔반 급여를 금지했고, 영국도 2001년 구제역 발생으로 남은 음식물 동물먹이 사용을 금지했으며, 유럽연합에서는 광우병, 구제역, 돼지열병 발생으로 2009년 관련 규정을 신설했을 정도다. 즉, 동물에게 잔반 급여를 금지하는 일이야말로 전염병 방역의 기본이며 세계적 추세이다.
‘재활용’으로 포장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발생 음식쓰레기를 ‘식용’ 개와 ‘잔반’ 돼지 등을 사육하는 농가에서 동물의 먹이로 직접 사용해 왔다. 제일 외곽에서 고통 받고 있는 말 못하는 동물들에게 지금까지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기 역할을 떠맡긴 셈이었다. 그러나 이는 동물에게 얼마나 가혹한 일이며 음식쓰레기를 동물에게 다시 먹이는 것은 또한 얼마나 위험한가. 어떤 바이러스가 얼마나 퍼져 있을지 모르는 음식쓰레기를 동물에게 급여하는 것은 ASF와 같은 전염병 방역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중국산 햄 등에서 ASF 유전자가 검출되고 있고 이같은 위험을 가진 돼지고기 가공식품이 국내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폐기되지 않고 동물의 먹이로 재사용 되고 있는 음식쓰레기는 국내 ASF 유입을 가져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음식쓰레기 동물 급여를 전면 금지할 경우, ‘음식물 대란’을 겪게 될 것을 우려하여 반쪽짜리 방침을 내놓았다.
환경부가 지난 5월 13일 입법예고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보면 가축전염병 위험시에만 음식물류 폐기물을 동물의 먹이로 자가급여하는 것을 부분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그것도 개는 놔두고 돼지에 대해서만 음식쓰레기 급여를 제한함으로써 바이러스 전파의 총체적 위험을 작위적으로 외면했다. ‘잔반’ 돼지에게는 전염병 우려가 있을 때에만 음식쓰레기를 제한하고 ‘식용’ 개에게는 어찌됐든 음식쓰레기를 계속 먹이겠다는 것인데 이래서야 방역이 되겠는가.
전국 곳곳에 산재한 채 방치되고 있는 수천의 ‘식용’ 개농장은 거의 모든 곳이 그 어떤 가공도 거치지 않은 악취나는 음식쓰레기를 동물에게 그대로 급여하고 있어 가히 종합 바이러스의 용광로라 불리울만 하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적반하장으로 개농장 음식쓰레기 급여로 ASF가 확산되는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오라 했다. 세계유일의 개농장 국가에서 개들을 음식쓰레기 처리용으로 이용하고 있으면서 대체 어디서 그런 연구자료를 가지고 오라는 것인지 참으로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다.
음식쓰레기 동물급여 전면 금지야말로 방역의 기본이다. 처리 못하는 ‘음식물 대란’이 두려워 바이러스 전파가 농후한 음식쓰레기 동물급여의 위험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으면서 남방한계선을 넘어오는 멧돼지는 모두 사살하라는 방침은, 방역에 대한 정책적 일관성을 결여한 채 오직 동물희생만을 공통적으로 강요하고 있을 뿐이다. 주먹구구식으로 애먼 동물들만 괴롭혀온 엉터리 방역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이번 ASF 건만 하더라도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를 보여주며 분명한 한계점을 드러내었다. 그사이 고통은 동물들의 몫이었고 국민 역시 ASF 발병 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에 살처분 남발과 같은 생명경시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국가적 동물보호 방향을 설정하고 범부처간 협력으로 이를 추진하여줄 적합한 단위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며 동물권행동 카라는 정부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정부는 대통령직속 '국가동물복지위원회' 설치하여 모든 정책에 생명경시를 막을 수 있도록 하라.
동물권행동 카라에서는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대통령직속 국가동물복지위원회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동물과 인간이 서로 의존하며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현실에서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해 동물보호·복지에 관한 한 그 방향성과 지향점 설정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정책 수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여기에 다양한 정책을 때로는 독립적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부처를 아우르며 추진하는 행정이 따라와 주어야 한다. 정책 수행을 범부처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집행기구를 만들어 살처분 남발과 같은 생명경시를 막고 모든 정책에 동물보호를 반영하여야 한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에 있어 역할이 제한적인 동물복지위원회를 격상하게 되면 지금과 같이 동물 관련 정책을 관할하는 정부부처가 각기 달라 생기는 비효율을 해소할 수 있다. ASF를 비롯한 집단 질병과 환경 재해 등 향후 예측가능한 대형사고 발생에 대비한 동물 재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국가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한 시점이다.
둘. 환경부는 동물에 대한 음식물류 폐기물 급여를 즉각 전면 금지하라.
동물에게 잔반 급여로 인한 전염병 발병은 꾸준히 반복돼 왔다. 현재 소해면상뇌병증(광우병) 등을 이유로 먹이를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에게 잔반 급여가 금지됐고,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을 위해 닭과 오리에게 수분 함량이 14% 이상인 잔반을 급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돼지나 개와 같은 동물에 대한 잔반 급여이다.
음식물류 폐기물을 동물들에게 매달려 처리해 온 것 자체가 옳지 않으며 이는 공중보건 위생을 무너뜨리고 방역을 와해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세계유일 ‘식용’ 개농장의 경우 음식쓰레기 처리를 위하여 환경부가 불법 개농장의 존재에 의존해서는 안될 것이다. ‘음식물 대란’을 피하기 위한 주먹구구식 대응 대신 음식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찾고 음식쓰레기 동물급여를 전면 금지하라.
셋. 농림축산식품부는 허점 없는 전염성 질병 방역체계 구축하라.
방역은 허점없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개농장의 음식쓰레기와 축산폐기물 수거 및 급여 행위는 총체적 방역망을 와해하고 추적관리할 수 없는 위험을 야기하고 있다. 재래 개시장, 가금류 농장, 그리고 이번 돼지농장에 이르기까지 개농장을 따라 전국으로 확산되는 오염은 누구도 관리할 수 없는 만큼 방역상 큰 구멍인 개농장은 오직 금지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농림부에서는 지난 6월 10일부터 ‘남은 음식물 사료 제조업체’에 특별 점검을 실시한다 밝혔으나, 이는 언발에 오줌누기식 미봉책에 불과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료관리법 개정으로 돼지, 개 등 동물에게도 가금류와 마찬가지로 기준에 적합한 건식 사료 급여 기준을 제정해 전염성 질병을 예방해야 한다. 특히 대규모 전염성 질병 방역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개농장을 방역검사 대상으로 해 허점 없는 방역체계를 구축할 것을 촉구한다.
2019년 6월 14일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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