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의 또 다른 피해자, “반려동물”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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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0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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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와 반려동물에 대한 보호·지원 제도 마련이 시급합니다

 

동물학대와 가정폭력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성을 학대하는 가정폭력 가해자는 가정 내 반려동물 또한 학대한다는 유의미한 보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피학대 여성의 절반 가량이 자신의 반려동물도 같은 학대자에게 위협받거나 상처 입거나 살해당했다고 보고합니다.


가해자의 반려동물 학대는 피해자에 대한 폭력의 일환으로 이뤄지며 피해자를 통제하거나 위협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의도적 행위입니다. 가정폭력의 가해자는 남성이 83.8%로 집계되었으며 여성을 학대하는 남성 중 반려동물도 학대하는 남성은 동물을 학대하지 않은 남성보다 더 위험했으며, 여성에 대한 통제에도 더 적극적이었다고 보고됩니다.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에게 반려동물은 중요한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있는 피학대 여성의 경우 반려동물을 고려해 폭력 가정을 떠나는데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퍼듀 대학교에서 출판한 연구에 따르면 폭력피해 여성의 20 퍼센트는 반려동물의 안전 때문에 가해 남성을 떠나는 것을 미뤘으며, 동물도 함께 학대당했을 때 폭력 관계를 떠나는 것을 미룰 가능성이 증가했습니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가정폭력 상황에서 반려동물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피학대여성과 반려동물 모두 안전할 수 있는 환경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8년 미국에서는 반려동물 및 여성 안전법(Pet and Women Safety Act)이 농업법안의 일부로서 초당적인 지지로 통과했습니다. 본 법안은 가정폭력방지법을 확대하여 가정폭력 피해자의 반려동물도 입소 가능한 쉼터를 찾아주는 연방 보조 프로그램 등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보호하는 조항이 담겨 있습니다.


법집행 및 형사사법위원회로 구성된 유타주 하원의 상임위원회는 지난 20221HB175 법안을 승인했으며, 이는 개인들이 개인 보호 명령이나 스토킹 금지 명령에 (피해자 혹은 가해자 소유의) 반려 동물을 포함하도록 법원에 청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법안입니다. 이와 같이 가정폭력 피해자와 그의 반려동물을 보호하는 법안은 미국의 35개 주에서 시행 중에 있으며, 법 정책과 더불어 다양한 단체들이 가정폭력과 동물학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와 관련한 대책에 힘쓰고 있습니다.


SafePet Ontario는 캐나다에서 학대 위험에 처한 여성을 돕기 위해 피해자가 보호소에 머무는 동안 반려동물에게 무료 백신과 진료를 제공, 임시보호 가정 위탁, 필요에 따라 반려동물을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 연계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가정폭력 피해 쉼터에서 반려견들이 머물 수 있는 주거지를 짓거나, 위탁시설의 비용을 지원하는 등, 지역 사회와 연결하여 가정폭력 피해자와 반려동물의 안전을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상대방의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경우도 데이트 폭력으로 간주하는가 하면, 수원시 홈페이지에도 협박의 방법으로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것 또한 가정폭력의 정의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학대를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의 일부로 보는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반려동물과 동반 입소가 가능한 쉼터가 없습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정서적 지지가 큰 피해자들에게는 반려동물과 동반 입소 가능한 쉼터 마련이 가장 중요한 의제일 것입니다. 반려동물 동반 입소 제도는 가정폭력 문제뿐 아니라 재난재해 시에도 가동되어야 할 제도인 만큼 필요성이 부각됩니다.


반려동물 동반 입소 쉼터 마련 외에도 피해자가 소유권을 포기할 시에는 동물인수제도가 필요합니다.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지자체 등에서 가정폭력 피해 동물을 인수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그 범위와 기간이 협소합니다. 보다 더 적극적인 지자체의 역할 외에도 촘촘한 법제 정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난해 발의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에 "사육포기 동물 인수제도"가 담겨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본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앞으로 실효성있는 제도로 자리잡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더욱 요구됩니다.


카라에서 구조한 폭력가정 피해 고양이 가족도 친밀한 인간관계 내에서 발생한 폭력의 희생자입니다.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던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학대와 폭력 가정 내 반려동물에 대한 보호 장치가 부재하는 제도적 한계를 지적합니다. 카라는 폭력피해자와 반려동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해 지원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반려동물 인수제의 빠른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난 피해자의 용기와 구조된 고양이들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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