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견을 죽이면 개물림 사고가 예방된다는 집단 착각에 대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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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1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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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견을 죽이면 개물림 사고가 예방된다는 집단 착각에 대해


2021년 2월 12일, 매일신문

<목줄 등 안전장치를 제대로 착용시키지 않고 진돗개 2마리를 산책시키다 사람을 물어 다치게 한 주인이 진돗개들을 살처분했음에도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잘못을 깊이 뉘우치는 점과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피고인 스스로 진돗개 2마리를 살처분해 재발 우려를 없앤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라고 판시했다.>

2022년 9월 13일, 아시아경제

<4세. 7세 이웃집 개에 머리와 목, 귀등 물려

견주는 "형님처럼 지내는 집 조카들이 다쳐 너무 안타깝다"며 "애들이 회복하는 게 우선이며, 보상도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보호소에 잡아둔 개가 돌아오면 안락사하겠다"고 덧붙였다.>

비극적인 개물림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모든 책임을 사고견에게 전가하는 퇴행적 사회분위기가 만연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정신적, 신체적 욕구가 높은 개들을 1m 목줄에 매어 평생 외로움과 고통을 강요하는 학대적 방치사육이 일상적입니다. 외부의 부적절한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울타리 하나, 자신의 배변이나 눈비로부터 몸을 숨길 집 하나 없이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평생 살아가는 개들에게 주변의 모든 자극은 공격을 유발할 수 있어 잠재적 사고견이 될 수 있습니다.

사고견 몇 마리를 ‘살처분’한다고 해서 재발 우려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고를 유발한 견주는 자신이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사고견을 당연한 듯 살처분하며 책임을 사고견에 전가합니다. 사회와 언론 재판부도 무책임한 책임 전가 행위를 반성의 징후로 착각하고 양형에 참고하고 있고, 일부 시민들은 '개념 견주'라며 옹호하기도 합니다.

개물림사고는 견주의 무책임한 방치 사육과 법적 사육관리 의무 불이행으로 유발된 것이며, 따라서 모든 책임은 견주에게 귀속됩니다. 그러나 견주의 책임전가 행위에 대한 집단적 동조는 사고견이 만연한 학대와 방치의 희생양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게 만듭니다. 이런 집단 착각 속에서 결정적으로 개물림 사고의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매번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라는 개. 인구 1500만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세상에서 4세, 7세 어린이들은 치명적 부상을 입은 것은 물론 평생 개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사고의 원인과 기질 평가 한번 없이 주범인 견주가 사고견을 안락사 시키겠다고 합니다. 형사사건의 피의자가 증거를 직접 없애는 것과 과연 크게 다른지 의문입니다.

왜 사고가 났으며 이후 사고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견주를 어떻게 처벌해야 할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스스로 없앨 권한을 주고 이를 두고 잘하는 일이라고 하는 우리사회는 본 사건 피해자 어린이들의 고통과 트라우마 앞에 정말 떳떳하고 공정하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영국의 경우, 1991년 ‘위험한 개 법(Dangerous Dogs Act)’을 제정·시행하며 특별통제견을 분류해 반려를 위해서는 자격증과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개의 보호자는 최대 징역 5년형에 처하고, 사람이 사망하게 되면 개의 보호자는 최대 징역 14년 형에 처합니다. 미국 역시 보호자의 관리 감독을 중요시하며, 개 물림 사고 발생 시 보호자에게 엄격한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합니다. 이들 국가의 법은 개 물림사고의 원인이 '개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는 보호자'에 있으며 한편으로 보호자의 역할에 따라 충분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2019년까지 국내 동물등록 된 반려견 수는 총 209만 2천 마리를 넘어섰습니다. 매년 늘어나는 반려견 수에 비례해 개 물림 사고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개 물림 사고 예방을 위해서 보호자 교육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방치 사육을 금지하며, 해당 개에 대한 사회화 교육 제공과 기질 평가를 진행하는 근거부터 조속히 마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이 사고의 책임을 개에게 전가해 목숨을 빼앗는 잔인한 행태가 당연시되는 비겁함을 더는 용인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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