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 안하는 ‘착한’ 화장품, 소비자가 발굴하다

  • 카라
  • |
  • 2018-06-29 22:29
  • |
  • 25714

동물실험 안하는 브랜드를 찾아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화장품 산업 뒤에 숨겨진 동물학대, 바로 동물실험이다. 화장품 동물실험을 추악하다고 부르는 까닭은 불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무의미하게 반복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화장품 동물실험이 피부 자극실험과 눈 자극실험이다. 피부 자극실험은 테스트 물질을 털을 제거한 토끼의 맨 피부에 계속하여 바른다. 그 결과 시험대상 토끼의 여린 피부는 염증, 발진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결국 피부조직이 파괴되고 만다. 눈 자극실험은 테스트 물질을 토끼의 눈에 직접 접촉시키는 것으로 ‘드레이즈 테스트’라고 불린다. 시험대상 토끼는 꼼짝 못한 채로 계속하여 테스트 물질을 시험 당하다 안구충혈, 염증, 궤양 증세를 보이고 심지어 시력을 잃기도 한다. 

동물실험의 귀결은 고귀한 생명체에 대한 파괴행위인 만큼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철처히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마땅하다. 그리고 비슷비슷한 화장품 동물실험은 더 이상 꼭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2017년 2월 한국에서도 화장품 동물실험이 금지됐다.


2011년 대한민국, 화장품 동물실험이 제도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던 때 동물권행동 카라의 활동가는 생각했다. 

“동물실험 안한 화장품 정보를 나처럼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해외에서는 다양한 인증을 통해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동물실험 여부나 동물성 원료 첨가 유무에 대한 구분이 쉬운 편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실정은 달랐다. 윤리적 소비를 하고 싶어도 정보가 없었던 것. 


활동가는 곧 수요조사에 착수했다. 화장품 선택에 있어 동물실험 여부가 중요한 요인인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브랜드 정보를 제공하면 이용하겠는지 등등. 아니나 다를까. 정보에 목말라 하는 이들은 의외로 많았다.

다음으로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회사가 정말 있는지 화장품 업체를 중심으로 파악에 나섰다. ‘착한 회사’ 목록에 올릴 수 있는 회사가 아예 없다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고 전해들은 몇몇 화장품 회사에 차례차례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몇몇 브랜드들은 실제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왜 그런 걸 묻느냐’는 듯한 태도였다. 당시에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아도 그것이 바람직한 일로서 홍보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매우 어려운 관문이 남아 있었다. 화장품 완제품에 대한 동물실험 여부 확인은 쉬웠다. 하지만 문제는 원료에 대한 동물실험 여부였다. 하나의 화장품에도 여러가지 원료가 쓰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공수된다. 이 때문에 원료 하나하나에 대한 동물실험 여부 확인은 회사로서도 긴 시간과 많은 에너지를 투여하지 않으면 확인이 어려운 일이었다. 고맙게도 카라의 캠페인 취지에 공감하고 공을 들여 개별 원료에 대한 동물실험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 주는 회사들이 있었다. 

이러한 준비 끝에 2012년 4월 24일, 카라의 ‘착한 회사’ 목록이 출시됐다!



착한회사 리스트를 골똘히 탐독하는 시민들


해마다 4월 24일은 실험동물의 희생을 상기하는 ‘세계 실험동물의 날’이다. 세계적으로 최소 약 1억5천만 마리의 동물들이 실험으로 희생된다고 알려져 있다. 2012년 4월 24일 카라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회사의 정보들을 한 데 모아 ‘착한 회사’를 목록화 하고 동물실험 여부, 동물성 원료 사용 여부 등을 알기 쉽게 표시하여 시민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카라는 ‘착한 회사’ 캠페인에 들어가며 화장품 동물실험이 왜 불필요한지 알리는 지하철 광고도 병행했다. 처음에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많았다. 하지만 점차 회사들의 문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착한 회사에 등재될 수 있는지, 어떤 조건들이 필요하며 자사는 이러고 싶지만 이러한 한계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등 다양한 상담이 오갔다. 카라의 ‘착한 회사’ 목록은 처음에 30곳이었는데 1년 뒤 40곳이 되는 등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7년 9월에는 81곳으로 증가했다.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은 사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의 의식이 카라의 ‘착한 회사’ 캠페인을 가능하게 했다. 보다 중요한 건 이 캠페인으로 인해 회사들 역시 소비자가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거리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화장품 동물실험이 금지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어 갔다


화장품 동물실험, ‘착한 회사’ 캠페인 확대로 법으로 금지되다

‘착한 회사’ 목록은 1년 주기로 갱신되었다. 해마다 참여사가 늘어났지만 그만큼 검증에 대한 책임 또한 무거워졌다. 검증의 절차는 회사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했다. 처음의 약속과 다르게 1년 주기 갱신 과정에 성실하게 답변을 보내주지 않은 회사들은 목록에서 자동 누락되었다. 

한 번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나 1년이 지나자 카라의 답변에 응해주지 않아 목록에서 빠지게 된 회사가 있었다. 그런데 ‘착한 회사’ 정보를 이용해오던 소비자들에겐 이 점이 매우 이상했던 모양이다. 해당 브랜드는 동물실험을 재개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시작했고 소문이 파다해지자 업체 쪽에서 다시 카라로 연락을 취해 왔다. 회사로 동물실험 여부 문의가 쇄도하고 있으니 목록에 자사를 다시 등재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착한 회사’ 검증 기준에 동물실험이 아니라 ‘중국 수출 여부’가 들어간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중국은 자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화장품에 대해 동물실험을 의무화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동물실험 안하는 착한 화장품도 중국으로 수출하려면 (똑같은 화장품인데도!) 동물실험을 거쳐야 하는 나쁜 화장품이 되어야 한다. 중국은 현재도 이러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자국 화장품에 대해서는 동물실험을 안해도 되지만 수입 화장품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동물실험이라도 꼭 거치게 되어 있는 것. 이 때문에 중국 수출 여부는 ‘착한 회사’ 캠페인이 제공해야 하는 주요한 정보 중 하나가 되었다. 


‘아로마티카’는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착한 회사’로 2012년 첫 캠페인 때부터 목록에 등재되어 있던 업체다. 아로마티카는 카라와 ‘착한 회사’ 등재를 논의하기 전부터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해 오고 있었다. 이 업체는 중국 수출을 위해서는 동물실험을 필수로 거쳐야 한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알게 된 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중국 진출을 과감히 포기했다. 


"저희가 2년 전부터 중국시장에 관심을 갖고 전시회도 여러번 참석 했었습니다. 대표제품 2개 품목에 대해서도 위생검사를 신청한 상태였고요. 최근에는 중국에서 화장품을 유통하는 업체로부터 제안이 와서 위생검사가 나오기 전까지 비정식통관(따이공)을 통해 수출계약도 맺었습니다.  

그런데 위생검사를 진행하던 중에 실제로 동물실험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식약청과 코트라에 문의해 본 결과, 전 품목은 아니지만 일부 기능성 제품(탈모, 미백 등)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천연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 한해서 동물실험을 실제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출의 경우, 이미 계약을 하고 결제도 받은 상황이라 저희도 참 당황했습니다. 저희 같은 작은 회사에서는 그 정도 규모의 수출이 매출에 큰 영향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로마티카가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에 동참하고 선도하는 회사로서 당연히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상대측 업체에서도 준비를 많이 해온 터라 적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되었지만 중국 정부에서 법을 바꾸기 전까지는 중국 수출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강하게 전달을 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막연하게 동물실험 금지 캠페인에 참여를 하게 되었지만 카라를 통해 저희도 동물실험과 원료에 대해 내부 규칙을 구체적으로 정하게 되고 좀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을 하고 계시지만 참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계신다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저희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으로 응원 하겠습니다." 


아로마티카 같은 회사도 있었지만 ‘착한 회사’에서 이탈 하는 회사도 있었다. 모 회사의 경우 자사 화장품에 쓰이는 원료에 대한 동물실험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원료에 대한 어독실험이 문제로 지적되자 업체는 해당 실험을 중단하기보다 ‘착한 회사’ 목록에서 빠지는 편을 선택했다. 



수입화장품에 대한 동물실험을 강제하는 중국으로의 수출 여부는 국내 화장품 동물실험이 금지된 지금 동물실험 여부를 알려주는 중요한 잣대다. 사진은 2016년 4월 24일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이뤄진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


‘착한 회사’에 대한 국제적인 문의도 하나 둘 늘었다. 예를 들어 칠레에서 문의가 오길 한국 화장품이 칠레로 많이 수입되고 있는데 동물실험 안하는 브랜드가 어딘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착한 회사’ 목록 영문판이 나오게 된 계기다. 


2013년 카라는 전문성을 배가하기 위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이하: HSI)과 파트너십을 맺는다. HSI는 화장품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국제적인 캠페인 ‘Be Cruelty Free’를 확장시켜 왔던 터다. 그 해 카라와 HSI는 국내에서 1,000인을 대상으로 화장품 동물실험에 대한 시민의식을 조사했다. 결과는 매우 희망적이었다. 화장품 동물실험을 금지하자는 의견이 70%를 넘었던 것. 동물실험이 왜 불필요한지 세미나가 개최되는가 하면 국회토론회까지 이어졌다.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 움직임이 드디어 제도적 변화까지 도모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신호였다. 

문정림 국회의원은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에 매우 적극적이었으며 2015년 화장품법 개정안을 발의하기에 이른다. 실험을 인정하는 예외조항이 좀더 없었더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어찌됐든 한국은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라는 역사적 진전을 맞게 되었다. 이 법은 같은 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 2017년 2월 시행되기에 이른다.  


인식 개선에서부터 제도 변화에 이르기까지 착한회사 캠페인은 한 걸음씩 나아갔다.


화장품 동물실험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동물실험은 모두 사라져야 한다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는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유럽연합 28개국, 이스라엘, 인도, 한국, 대만 등에서 화장품 동물실험을 법으로 금지했다. 

특히 유럽연합은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에 앞장서고 있다. 2009년 이래 유럽연합 28개국에서는 화장품 동물실험이 금지된 상태다. 이어서 유럽연합은 2013년 3월 이후 새로운 동물실험을 거쳐야 하는 화장품이나 화장품 원료에 대한 판매를 금지했다. 이후 지난 2016년 9월부터는 중국, 일본 등 제 3국에서 동물실험을 거친 성분을 포함하는 화장품도 유럽연합 역내에서 유통․판매 할 수 없게 됐다. 

이스라엘은 2007년 화장품 동물실험을 금지했으며 2013년에는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의 판매를 금지했다. 인도는 2013년, 대만은 2016년 화장품 동물실험을 법으로 금지했다. 

한국에서 화장품 동물실험은 2017년부터 제도적으로 금지 되었지만 예외조항이 살아 있기에 완전 금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이 2013년 5월 동물실험을 안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는 등 국내 다수의 화장품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추세 속에 있으며 이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 동물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들은 연간 10만~20만 마리로 전세계 실험동물의 극히 일부를 차지한다. 불필요한 실험을 완전 차단하는 노력을 경주하는 한편 더 많은 희생을 낳고 있는 동물실험에 대한 제재가 과제로 남아있는 것. 

동물실험 금지는 이제 화장품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고통을 수반하고 있는 제반 영역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실험 정보의 공유로 같은 실험이 반복되는 일을 막아야 하며 동물실험보다 정확한 대체시험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3R(Reduction, Refinement, Replacement)의 준수더 이상 권고가 아니라 의무사항이 되어야 한다. 

 




<카라의 착한회사 캠페인 연혁>


2012년 

-4월24일 세계실험동물의날, ‘착한 회사’ 캠페인 시작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 지하철 광고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서명운동 


2013년 

-‘착한 회사’ 캠페인 참여사 확대

-HSI-카라, 파트너십 시작: 카라는 Be Cruelty Free 캠페인의 한국측 파트너가 됨 

-카라-녹색당-문정림의원실-심상정의원실-진선미의원실,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 개최(주제: 실험동물)

-카라, <화장품 동물실험이 왜 불필요한 것인가> 세미나 개최

-카라-HSI, 화장품 동물실험 시민의식 조사

-카라, 제1회 동물실험 반대 엑스포 참가


2014년

-‘착한 회사’ 영문판 출시

-Animal Testing FREE 홈페이지 오픈 (2017년부터 중지)

-‘착한 회사’ 어플리케이션 출시 (2017년부터 중지)

-카라, 제2회 동물실험 반대 엑스포 참가

-식약처, OECD 승인 대체실험 방법을 기능성화장품 실험에 공식 인정하겠다고 밝힘


2015년 

-문정림 의원,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법(화장품법 개정안) 대표발의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법 국회 본회의 통과 


2016년

-카라, 세계실험동물의날 주한 중국대사관 앞 기자회견


2017년

-‘착한 회사’ 목록: 81곳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법 시행



*본 글은  서울시NPO지원센터가 지원하는 <시민사회가 만들어온 변화성과사례 프로젝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1

최희나 2018-10-28 20:08

앞으로 더 많은 착한 회사가 생겼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