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동물 생명 아닌 학교 행정만 고려된, 미성년자 해부실습 ‘이름만 금지’ 규정 비판한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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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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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동물 생명 아닌 학교 행정만 고려된,

미성년자 해부실습 이름만 금지’ 규정 비판한다

 

□ 2018년 3월 신설되어 2020년 3월 21일부로 시행되고 있는 동물보호법의 미성년자 동물 해부실습 금지’ 조항은 아직까지 관련 시행규칙이 제정되지 않았다예외적 허용을 규정하고자 하는 시행규칙()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최초 입법예고안부터 광범위한 예외적 사항들이 제시돼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발을 샀다그러나 이러한 예외규정마저 교육부는 학교의 행정을 가중한다 지적하고교육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이며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19세 미만의 사람에게 체험·교육·시험·연구 등의 목적으로 사체를 포함하여 동물 해부실습을 하게 해서는 아니된다는 미성년자 동물 해부실습 금지’ 조항은 동물실험이 수반하는 생명희생을 최소화하고 대체 방법이 확대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국내적으로도 생명존중 의식의 신장과 생명윤리 교육적 차원의 고려 속에 만들어졌다.

 

그런데 본 조항의 입법 취지는 무시한 채 주장된 교육부의 반대에 결국 본 시행규칙은 끊임없이 교육계의 의견에 따라 계속 퇴보를 거듭하며 수정되었다한편동물권행동 카라와 더불어 많은 동물보호단체 및 활동가들은 이러한 광범위한 예외규정이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며금지조항을 무색하게 만든다고 지적해왔다한편수정을 거듭하여 나온 시행규칙안에 대해서 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학교 심의위원회에 수의사 참여학생 선택권 보장 등을 권고하였다그리고 이제 법제처 심사를 앞둔 마지막 시행규칙 안이 공개되었다.

 

□ 최종이 될 것으로 보이는 현재 제시된 시행규칙 안은 여전히 예외 가능조항이 광범위한데다 학교가 동물실험윤리위원회도 아닌 심의위원회를 구성하면 동물 해부실습을 자체 심의할 수 있게 하고 있어 금지 조항으로서 제 의미를 찾지 못했다.

 

현 시행규칙 안에 따르면 동물실험시행기관이 설치한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경우나 초··고등학교나 영재학교에서 구성한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의 장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미성년자의 동물 해부실습이 가능하다이는 미성년자 해부실습은 금지된 게 아니라 절차가 만들어진 것에 불과함을 여실히 드러내며 금지가 아니라 어떻게 해부실습을 할 수 있을지를 정해주는 기만적인 내용이다.

 

시행규칙안과 별표 항목 심의위원회 운영에 따르면 학교 심의위원회는 교원교육과정 전문가학부모지역사회 인사(수의사 또는 약사 또는 의사등을 각각 위원으로 1인 이상 포함하여 총 5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심의위원회가 진정한 심의단위로서 기능하기보다 해부실습 승인을 위하여 형식적으로 흐르게 될 우려가 큰데 특히 수의사가 필수는 아닌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동물 해부실습 지도 교원해부실습 방식사용동물의 종 및 숫자가 같은 경우 심의 결과의 효력은 2년으로 유지해부실습을 별도 심의 없이 반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 큰 문제다학교의 행정 편의를 고려하겠다는 이 조건은 동물 해부실습 금지법이 금지로 여겨지고 있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학교의 행정편의를 강조한다는 것은 계속되는 동물의 희생과 학생들에게 적절한 생명윤리 교육이 아닌 자극적인 충격만을 안겨주기에 동물 해부실습을 금지해야 한다는 그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여전히 해야하는 것으로 가정하기에 가능한 말이다정말 안타깝게도 금지법의 의도와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한 것이고 이것이 설령 의도를 고려하며 만들어져 규제하는 절차적 규정이라고 해도 너무 많은 구멍과 같은 한계를 가진 규정이다.

 

□ 한편학생의 거부권에 대해서도 심의 사항에 포함하였는데이는 그저 보기좋은 구색맞추기 조항이 아닐지 의심된다일단심의 사항에 있어서 거부권 행사와 그에 따른 대체 교육이 마련되어 있는지만일 학생의 선택에 따른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닌지 제대로 파악해 심의하도록 해야 하나 자세한 가이드는 현재 없다.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에서 학생들의 윤리적 선택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는 위원의 질문에 교육부는 이는 교육에 대한 거부권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 우려스럽다고 답했다이미 교육이라는 틀에 학생과 소통하는 학습보다는 지도와 지식 편달만 있는 교육부의 입장에서 과연 얼마나 주요한 사항으로 여겨질 수 있을까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할 명확한 심의 가이드라인이 없다면학생들은 심사가 되는지도 모른 채 실습을 진행한다면 그것에 끌려갈 것이 우리가 경험했던 학교이며앞으로도 학생들이 교육현장에서 경험할 학교일 것이다.

최초로 제안된 시행규칙안에서는 다른 동물실험에 관한 규정처럼, ‘우선 대체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이 선두에 있었다그러나 그마저도 이젠 별표의 심의 항목 일부로 밀려나동물실험의 기본적인 윤리마저 뒷전에 두고 있다이처럼 금지 조항으로서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금의 규정은 무엇을 나아지게 할 것인가많은 부분 축소되고 대체되고 있는 동물실험과 실습에 있어서 왜 미성년자의 해부실습에만 정체되어야만 하는가끊임없이 동물실험 대체기술과 그 법안이 논의되고 있고화장품에 대한 동물실험이 제한되고대학 수의대에서는 해부 모형을 통해서 해부학을 공부하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 흐름을 역행하는 미성년자 동물 해부실습이라는 교육의 성역은 무엇인가.

 

□ 어찌됐든 교육부는 이처럼 심의를 거친 동물 해부실습의 허용도 과도하다는 입장이며 학교 심의위원회 구성과 운영조차 대단히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상태에서 논의는 어떤 동물 해부실습이 학교 심의위원회 심의가 필요한 대상인가로 다시 공전되고 있다그만큼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은 이미 명문화된 미성년자 동물 해부실습 금지에 대하여 괴리가 크다.

 

학생들에게 생명윤리 감수성을 일깨우지도 못하고 그저 트라우마를 남기며동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미성년자 동물 해부실습은 금지되어야 마땅하다오히려 학교는 해부실습 대체 방법이 없지 않은 만큼 동물 해부실습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버리고 대체 교육 방법 개발에 힘써야 하며 생명윤리 교육을 고민해야 할 때다학교의 행정편의를 이유로 금지법 실행을 계속 지체할수록 교육은 명분을 잃고 그간 희생되는 생명에 대한 방임을 낳는 꼴이다.

 

이번 시행규칙이 공포되어 법안의 구색이 완성된다 해도 동물보호법의 제 24조의 미성년자 동물 해부실습 금지는 아직 없는 조항과 진배 없다동물권행동 카라는 예외조항 없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동물 해부실습이 완전히 금지될 때까지 계속 생명윤리 교육으로 전환을 요구할 것이며특히 앞으로 해부실습으로 일어날 동물 희생에 대해 교육계와 교육부의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다.

 

미성년자 동물 해부실습 완전’ 금지하라.

 

2020. 07. 21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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