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사역견의 고통과 대리모견·난자공여견의 고통은 다른가?
- 동물학대실험 이병천 사태 국민청원에 대한 청와대 답변 내용 아쉬워
○ 서울대 이병천 교수 실험실에서 동물복제 연구에 이용되다 사망한 복제 사역견, ‘메이’의 뼈만 남은 앙상한 생전 모습이 알려지며 촉발된 청와대 국민청원이 21만여에 달해 청와대가 3일 이에 답변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답변은 메이를 비롯하여 이병천의 비윤리적 복제실험으로 인해 고통 속에 죽어가고 있는 실험견들을 염려하는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청와대는 왜 이번 이병천 사태가 가진 심각한 동물학대와 도덕성이 실종된 복제연구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본질을 비껴가는가. 특히 국비로 이뤄지고 있는 복제견 사업에 대해서는 반성은 커녕 동물복제 기술이 산업화 시대 세계 각국의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하여 한계를 남겼다.
○ 우선 이번 사태는 연구자 윤리가 이미 나락으로 떨어진, 국비 복제사업 독점적 수혜자의 끊임없는 일탈과 방치로 바라보아야 옳다. 이병천이 누구인가? 그는 오랜기간 소위 ‘식용’ 개농장과 결탁, 난자채취와 대리모견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농장으로부터 개(도사)들을 공급 받아 실험에 이용해 왔다. 또한 동물권행동 카라가 최근 밝혔듯 지난해 11월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감사기간을 피하여 상태가 나쁜 실험견(비글)들을 외부로 빼돌렸는데 이중 3마리는 개농장으로 빼돌렸으며 심지어 수술 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BG2’라는 실험견은 개농장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 해도 천인공노할 만행인데 국비 사업으로 이뤄진 이런 이병천의 부도덕한 동물실험과 엉망인 실험동물 관리를 들여다보고 제지하지는 않고 오히려 동물복제 기술을 두둔하며 개농장과 결탁한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외면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다. 떳떳한 실험이었다면 개농장이 아니라 현행법에 따라 등록된 시설을 통해 실험동물을 공급 받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감사를 피해 실험견들을 외부로, 그것도 개농장으로 빼돌릴 수 있다는 발상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이며 외부에서 사망한 실험견의 죽음은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 2018년 3월 서울대 이병천 교수 연구에 실험용으로 제공된 ‘메이’ ‘페브’ ‘천왕’은 검역탐지견으로 사역하던 동물로 검역탐지견 복제 프로젝트에 따라 탄생한 복제견이며 다시 그 프로젝트를 위해 실험 당하고 있었다. 현행법상 사역견은 동물실험이 금지되어 있다. 청와대는 농림부 유권 해석을 통해 ‘메이’ ‘페브’ ‘천왕’을 사역견으로 재확인, 사역견에 대한 동물실험 금지를 확실히 했으며 입양과 입양 후 관리, 동물장례업을 통한 장례 등 사역견의 처우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메이’는 사망했지만 ‘페브’, ‘천왕’에 대해서는 동물병원으로 옮겨진 상태라며 향후 퇴역 사역견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검역본부로 이동 조치할 예정이라 밝혔다.
사역견에 대한 적절한 처우와 보호도 중요하지만 청와대가 이병천 사태를 사역견에 대한 처우 문제로 축소 해서는 안될 것이다. 학대 정황에 있는 실험견들은 비단 ‘메이’ ‘페브’ ‘천왕’ 뿐만이 아니며 개농장서 사망한 ‘BG2’와 복제실험에 무단 사용되고 있는, 개농장에서 온 수많은 개들의 계속되는 희생을 막아야 한다. 이병천 복제 연구에 이용 당하는 제반 실험견들의 상태가 점검되어야 함에도 청와대의 답변은 일부 실험견의 안부 전하기에 그쳤다. 또한 해당 복제견 사업은 현재 연구가 중단된 상태라며 최종 결정은 검찰수사 결과 후에 있을 것이라 유보했다. 연구부정이 드러날 경우 연구과제가 중단되고 3년간 국가 연구과제 참여가 배제된다는 원칙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 ‘스마트탐지견 개발’ 사업은 논란이 불거지자 서울대가 일시 중지 시켰지만 이는 이병천 복제 실험의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거대 국비 사업 수혜자의 비윤리적 연구를 제지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청와대는 우수한 탐지견을 복제로 양성하겠다는 검역탐지견 복제 사업의 타당성 자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며 애둘러 우수탐지견의 자체번식을 확대함으로써 검역탐지견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고 했다. 복제견 사업에 대한 일말의 반성이 없는 게 아쉽다.
타당성 없는 개 복제 사업과 학대 실험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동물복제를 경쟁력 기술 운운하며 두둔할 게 아니라 현 사태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이병천은 국가가 오판하여 추진한 ‘사역견 복제’ 정책의 수족으로 쓰인 데 불과하다. 따라서 이병천의 처벌은 곧 사역견 복제라는 국가 정책의 실패와 과오의 인정, 그리고 개 복제 정책 폐기로 귀결되어야 옳다.
현재 한국은 세계 유일의 대규모 개농장 용인 국가이면서 이를 이용해 세계 부호들이 죽은 자신의 개를 대체할 복제견을 만들기 위해 찾는 상업적 개 복제가 가능한 나라가 되었다. 이게 사역견 복제 정책을 적극 추진한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국비 사업을 통해 이병천이 무단으로 개농장 개들을 실험에 희생시키고 있는 것부터 막고 지금이라도 그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국가가 잘못된 정책에 책임지는 모습은 언제나 볼 수 있는 건가.
2019년 6월 4일
동물권행동 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