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 없이도 충분한 화장대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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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6-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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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활동가 에세이_ 동물실험 없이도 충분한 화장대 




미안해, 몰라서 그랬어.

 

 고백하자면 나는 게으른 소비자다. 내가 화장품을 고르는 기준은 수년간 정체되어 있었다. 그냥 남들이 많이 쓰는 거, 좋다고들 하는 거. 그렇게 쉽게 화장품을 고르면서 내가 쓰는 화장품에 대해 더 알고자 하지 않았다.

 

내가 쓰는 화장품 때문에 수많은 동물들이 고문에 가까운 실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들을, 내가 그랬듯 아마 많은 사람들이 모르기 때문에 쉽게 소비할 것이다. 화장품 회사들은 말해주려고 하지 않으니 모를 수밖에 없다. 실험 때문에 눈이 짓무르거나 피부가 변형된 토끼들의 사진을 봤을 때 그리고 ‘온순한 성격’때문에 토끼를 실험동물로 삼는 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화장품 뒤에 숨겨진 잔인함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런데, 알면서도 계속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일단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자 논리적인 궁금증들이 일어났다. 그래도 동물실험은 필요한 것이 아닐까? 동물실험이 없으면 과학의 발전도 없는 것은 아닌가? 더 알려고 노력하자 더 잔인한 현실이 보였다.

 

동물은 사람과 DNA가 달라 동물실험을 통해서 사람에게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 게다가 피부세포를 배양하여 실험하는 대체실험들이 개발되었고, 동물실험을 신뢰할 수 없다는 과학자들의 양심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계속 실험동물들이 고통을 겪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불합리적이게도 ‘관료적 목적’이었다. 더 잔인한 현실이라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과학자들의 생계수단이 된 동물실험, 동물실험의 산업화와 거대화 그리고 권력화. 심지어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수 천 가지 화장품원료들에도 의례적으로 동물실험을 한다.

 

그래서 나는 신호를 보내기로 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왜 그 동안 이런 의문을 한번도 가져본 적 없는가? 알파고도 나오는 최첨단 과학시대에 왜 꼭 잔인함을 무릅쓰고 동물실험만 고집해야 하는지, 대체실험에 대한 개발들은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과학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 걸까? 과학이 알아서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길 바라기엔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신호를 보내기로 했다.

 

나는 동물실험을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불편한 소비를 하기로 했다. 내 화장품에 우선순위를 매긴 뒤, 하나씩 동물을 위해 양보해 갈 것이다. 우선 기초제품부터! 화장품 중 관여도가 가장 낮은 토너와 수분크림부터 바꿔보았다. 동물실험을 하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매장이 없는 브랜드는 인터넷 주문을 해야 했다. 게을렀던 내 소비과정에 단계들이 늘어났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동물실험이 만연해 착한 화장품을 찾는 것이 어렵긴 했지만 다시 못할 만큼 고된 일도 아니었다. 나의 번거로움이 고통 받는 동물들을 위한 어떤 신호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지금까지의 게으른 소비를 포기하겠다.


*본 글은 홈리스 자활을 돕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빅이슈'에 실린 원고입니다. 빅이슈 132호의 애니멀 라이츠 코너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모금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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