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가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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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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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작년 여름, 이이는 경기도 용두동 도살장에서 구조되었습니다.




좁디 좁은 뜬장에 힘없이 앉아있던 이이를 아직도 선명히 기억합니다. 이이의 옆 뜬장은 비어 있었고, 빈 뜬장에 갇혀 있던 개는 카라가 도살장을 급습하기 직전 도살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날 이이는 도살자 손에 끌려가는 옆 뜬장의 개를 바라보면서 모든 것을 체념했던 것 같습니다.



구조 후 이이는 더봄센터에서 지내며 금새 미소를 되찾았습니다. 순박한 성품을 지녔던 이이는 더봄센터의 모든 개들에게 그 넉넉한 품을 내주었습니다. 개구쟁이 빅토리도, 숫기없던 안톤도 이이 앞에서는 마음껏 떼를 쓰며 누웠고 이이는 순수하고 너그럽게 받아 주었습니다.



이이에게 사랑을 받은 것은 같은 개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이는 인간에게도 온전한 사랑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함께 산책할 때, 깨끗이 목욕시켜줄 때, 더봄센터를 찾아온 낯선 손님들에게도 성 한번 내지 않던 이이. 이런 이이는 활동가들에게 아주 오래전부터 알아 온 친구처럼 편안하고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였습니다. 순진한 미소와 성품 앞에서는 ‘도사견은 사납다’ 라는 거짓말은 힘을 잃었습니다.



이이가 더봄센터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기를, 그 끝에선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길지 못했습니다.

우리에게 오기 전, 소위 ‘식용개’로 사육되기 위해 강제교배로 태어난 이이는 도사견 특유의 커다란 몸집을 지녀야 했고 대형견들에게 자주 발발하는 급성 위염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전조증상 없이 위가 꼬여버리는 위염전은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급성 질환입니다. 이이의 컨디션이 저조한 것을 발견한 활동가들이 급히 병원으로 이이를 옮겼고, 급성 위염전 진단을 받은후 바로 응급 수술에 들어갔지만 끝내 이이는 감은 눈을 다시 뜨지 못했습니다. 활동가들은 큰 슬픔에 잠겼습니다.






세상에 가슴 아프지 않은 죽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이에게 받았던 사랑이 너무나 컸기에 이이의 빈자리는 마음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듯합니다.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이이의 발과 몸을 어루만지며 활동가들은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먼 훗날, 다시 만날 그곳은 뜬장 위가 아닌 푸르고 너른 들판이길 바라며 우리 곁을 떠나는 이이의 품에 소박한 꽃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이와 함께했던 시간이 우리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이이에게도 소중한 행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이의 삶은 짧았고 우리는 그 짧은 삶의 일부를 함께 했을 뿐이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오롯이 사랑으로 그 시간을 가득 채워준 이이에게 다시 한번 다정히 인사를 건넵니다.

‘고마워 이이, 이젠 편히 쉬어..’

이 땅에 ‘개식용’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이이가 도사견이 아니었다면, 이이가 좋은 가정으로 입양갈 수 있었더라면 달라졌을까요. 이이를 보낸 후에도 우리는 많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봅니다.

이이의 명복을 빌어주세요. 그리고, 이이와 수 많은 개들을 고통 속 죽음으로 몰고 간 ‘개식용’이 이 땅에서 완전히 뿌리 뽑히는 그날까지 카라와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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