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산불 구호]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개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이름’없는 개가 산불로 죽었습니다.
개농장에서 살던 이 개는 태어나 생명으로 누려야 할 모든 걸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좁고 열악한 사면 철장이 유일한 세상이고 의지처였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땅과 바람의 감촉, 장난치고 뛰어놀 친구, 따뜻한 보호자의 사랑, 다정히 불리는 이름까지 여늬 개들이 누리는 이 모든 것들이 이 개에게는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어리고 무구하고 착하고 덩치만 큰 순둥이 개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어렵게 구해 낸 귀한 생명, 죽어간 다른 동물들에게 미안해서라도 꼭 살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개농장에서 허약해질데로 허약해졌을 녀석은 모진 화마의 상해까지 견뎌낼 힘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결국 매정한 산불과 개농장의 견고한 창살은 녀석이 가졌던 단 하나, 생명마저 고통스럽게 앗아가고 말았습니다.
떠난 녀석에게 이제야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샛별이.
아직 나이 어린 여아,
이 생에서의 모든 박탈과 고통을 벗어나 새벽의 동녘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샛별이에게 우리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사과와 용서를 구하기도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무지개다리 건너 재회할 보호자 없는 샛별이의 마지막 가는 길만이라도 외롭지 않게 해 주고 싶습니다. 샛별이 가는 마지막 길에...녀석을 꼭 살리고 싶었고 손 잡아주고 싶었던 진심만은 꼭 전하고 싶습니다.
샛별이의 힘들었던 삶을 애도합니다.
이제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개 ‘샛별이’의 명복을 빌어주세요.
700마리 중 살아남은 나머지 개들이 새 삶을 찾아 미국으로 가는 길, 이 녀석은 함께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샛별이는 이 세상에 한국이 2024년 1월 개식용종식이 선언되기까지 '세계 유일의 식용 개농장' 운영국이자 광범위한 '개식용 동물학대'가 용인되었던 OECD 선진국이었다는 사실을 증언하는 영원한 생존자로 남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