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편향된 길고양이 살인진드기 매개 보도의 후속・정정 보도를 요구한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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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8-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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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MBC뉴스캡쳐)


편향된 길고양이 살인진드기 매개 보도의 
후속정정 보도를 요구한다.

  

지난 8월 26일 MBC는 서울대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인용, 치사율 30%에 달하는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 바이러스가 서울 시내 길고양이 17.5%에서 발견되었다며 “사람 간에 바이러스 전파 사례로 볼 때 길고양이와 사람 간에도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MBC는 길고양이에 대해 서울시와 검역본부가 더 광범위하게 시행 중인 공식 연구 결과 전혀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상반된 사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러한 MBC의 보도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이라면 이는 공정하고 과학적인 보도를 추구해야 할 공영방송으로서의 윤리와 역할을 다한 것이라 볼 수 없어 정정보도와 사과가 있어야 한다. 고의성이 없었다면 더더욱 편향된 정보 전달로 인해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와 학대를 증폭시킬 우려가 있는 방송 내용에 대한 후속보도가 필요하다.

 

MBC 보도의 문제를 살펴보자. 보도를 통해 MBC가 주장한 것은 ‘길고양이와 사람 간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우려’이다. 그런데 실제 이런 우려의 근거는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심지어 연구논문에도 없는 “길고양이서 살인진드기 발견”이라는 타이틀을 보도 시작 부분에 커다랗게 적시하고 있다. 사실은 어떠한가. 연구진은 연구용 샘플링 과정에서 고양이에게서 소참진드기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길고양이에서 살인진드기 발견’이라고 보도할 인과관계가 증명된바 없는 것이다. 사실 문제가 되는 소참진드기는 우리나라 전역에 흔히 분포하고 있으며, 고양이들의 귀에 감염되곤 하는 귀진드기와는 전혀 다른 종이다. 소참진드기에 의한 길고양이와 사람 간 전파를 우려한 방송 내용과는 달리 지금까지 세계적으로도 고양이와 사람 간 전파 사례는 보고된 바도 없다. 소참진드기에 의한 감염은 주로 풀숲이나 시골 지역 등 진드기 서식 지역 내 거주자 또는 방문자 중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에게 일어난다. 종간 감염 매개가 아니라 진드기와의 직접 접촉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MBC는 길고양이와 사람 간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주요 내용으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MBC는 ‘우려를 전달한 것일 뿐’이라 변명할 수 있겠으나, 근거 없이 치사율 30%인 질병의 감염 우려를 퍼트리는 보도는 대책 없는 사회적 불안과 공포만을 조장하는 것으로서 공정보도를 자기 소명으로 하는 방송사라면 마땅히 조심하고 피했어야 한다.

 

다음으로 인용한 서울대팀의 연구 결과에 대해 살펴보자. 보도에 인용한 서울대팀의 연구 결과만으로는 아무것도 ‘결론 내릴 수 없다’. 서울대팀의 연구 결과는 사람과 길고양이 그리고 도시에 사는 ‘사람 포함, 모든 동물’들의 건강을 위해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 바이러스 생활사 연구의 필요성 △그간 시골의 가축 중심으로 진행되어 오던 연구에 도시 거주 동물을 추가할 필요성 정도를 제안하고 있다. 환경, 동물, 사람의 건강은 함께 추구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신종 질병과 그 전파 경로에 대한 사전 연구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객관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서울대 연구팀은 서울시 TNR을 위해 7개 구(구로 11, 마포 8, 금천 60, 성동 30, 용산 4, 동대문구 12, 강남 1)의 총 126개 샘플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서울시의 <길고양이 중성화사업(TNR)>과정에서 포획한 길고양이들의 혈액표본을 중성화 시행 동물병원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서울시가 27일 MBC 보도 이후 발표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성동구, 동대문구 등 13개 지역의 길고양이 185두의 혈액 검사를 마쳤는데 바이러스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시가 실시한 조사의 경우 더 넓은 지역에서 더 많은 샘플을 취해서 분석했기 때문에, 그 결과는 의미가 크고 해석의 여지도 넓다. ‘서울시 TNR을 위해 포획된 같은 조건의 고양이’들이 이렇게 전혀 상반된 결과를 보일 확률적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서울시 TNR 이라는 공적 활동에서 개인적으로 혈액표본을 구한 연구 방식의 문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0%와 17.5%의 차이, 확률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실험 결과의 심대한 간극을 MBC는 무어라 설명할 것인가.

 

끝으로 설사 만에 하나 서울시 연구 결과가 전면 잘못되었고, 서울대팀의 연구 결과가 맞다고 할 경우도 가정해보자. 이 경우에도 서울시 길고양이에게서 17.5% 빈도로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정확히 정리되어야 한다. 사람과 도시에서 오랫동안 거주지를 공유하며 살아온 길고양이의 혈액에서 사람에게 질병을 초래하는 바이러스가 검출된 경과가 시사하는 바는 ‘정확히’ 무엇일까? 이는 분명 추가적 위험의 부과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길고양이에 대한 검사를 통해 그동안 몰랐으나 우리 곁에 존재하는 위험을 ‘발견’하여 합리적으로 관리 할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다. 즉, 길고양이는 질병을 옮기는 매개자가 아니라 위험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좋은 매개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길고양이 연구가 주는 메시지로 사람과 고양이는 물론 도시 동물들과 우리의 반려동물에게 모두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렇듯 전혀 상반되는 결과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 바이러스의 종간 감염에 대한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방송된 MBC의 황당한 보도에 대해 많은 시민이 분노하며 ‘우려’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지카 바이러스, 메르스 바이러스 등 신종 바이러스성 전염병에 대한 합리적 대응 부재로 국민의 공포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애꿎은 길고양이들에게 미움의 화살이 돌아갈까 걱정이다. 심심치 않게 길고양이에 대한 학대사례가 발생하는 한국사회에서 MBC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더 많은 길고양이가 혐오와 학대에 노출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진짜 ‘우려’일 것이다.

 

사회의 안녕과 시민의 안전에 위협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해 미리 경고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정확하고 과학적이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사태 해결이나 문제 대응을 위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러나 본인들조차 확신할 수 없는 내용을 함부로 보도하는 것은 스스로 언론의 소임을 저버리는 무책임한 행태일 뿐이다. MBC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이유 없는 혐오와 근거 없는 낙인찍기를 멈추고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후속・정정 보도를 통해 ‘공정한 언론’으로서의 자기 소임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20160830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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