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도살장 탈출 소를 위한 변명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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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22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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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359

327일 서산의 한 도축장에서 암소 한 마리가 탈출했습니다.

이 소는 당일 날 새벽 도살장을 탈출 했다가 인근 야산에서 마취총을 맞고 포획되어 도살되었습니다. 소는 살기 위해 도살장에서 1.5 Km나 떨어진 야산까지 갔었습니다.

 

같은 날, 경기도 김포 대곶면 율생리에서 국내 최초로 A형 구제역이 확진되었습니다. 이번 구제역으로 총 11726마리의 돼지가 살처분 되었으며 전국적으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소가 죽은지 여러 날이 지났습니다. 도살장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거나 돌아가셨기에 이 탈출 소에 대해 언급하기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이 세상에 자비를 설파하신 부처님이 오신 날입니다. 불교와 소는 깊은 인연을 가진 동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오늘이 가기 전 용기내서 탈출 소를 위한 변명을 해보고자 합니다.

 

카라는 이 탈출소를 살리고 싶었습니다. 포획이 되면 매입을 해서 그저 조용히 돌보고자 했습니다. 훗날 카라에 농장동물의 보호소가 생기면 그리로 옮겨와 그토록 갈구했던 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인명사고를 냈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죽음이 두려워 탈출을 감행한 불쌍한 생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살릴 수 없었습니다. 이미 도살장을 향했던 생명, 도살로 방향을 정하고 진행된 꽉 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속에서 살고자 발버둥 쳤던 이 생명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죽어가야 했습니다. 인명사고를 낸 난동 소또는 살인 소였기 때문일까요?

 

녀석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합니다.

 


 

소가 살려고 본능적 행동을 하는 것은 비정상인가? 소는 고분고분 죽어주어야 정상인가? 우리의 질문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새벽에 서산의 한 도살장에서 탈출한 소 사건을 보도한 헤드라인입니다.

 

탈출 소 : 사람 들이받고 탈출, 도축장 탈출 소, 작업중이던 소 탈출, 소가 사람 들이받아

공격 소 : 정육업자 공격, 사람 공격한 소, 정육업자 들이받고 달아나, 소가 사람 공격

난동 소 : 도축장소 소 난동, 도축장으로 옮기던 암소 난동 , 도축장 소 난동에 사망

 

공격소, 난동소라는 표현이 나오더니 급기야는 살인소라는 헤드라인을 단 뉴스도 나왔습니다. 기사 내용 중에는 소가 이상행동을 보인 만큼 광우병 검사를 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런 언급들은 과연 정당하거나 정확한 것일까요?

 

뉴스를 통해 알려진 당일 소의 행적

 

소는 그날 새벽 도살장으로 운반되었습니다. 도살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른 새벽이었고 직원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소를 매입한 분이 직원이 없는 도살장에서 직접 소의 무게를 계측했고(일반적인 도축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도살전 계류장으로 몰아넣는다는 게 잘못되어 죽음을 직감한 소가 뛰쳐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때 500킬로에 육박하는 소를 몸으로 막아섰던 트럭 운전자분과 정육업자분이 크게 다치거나 사망에 이르는 비극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소는 열려져 있던 계단을 따라 뛰어 탈출하기에 이릅니다. 소는 도살장을 탈출해 인근 야산으로 숨었고, 마취총을 맞고 포획되어 도살장으로 갔고 결국 도살되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누군가는 알려야 하는 당일 탈출 소의 행적

 (아래의 내용은 서산시청도축장소방팀장소를 사육했던 주인분과 인터뷰하여 얻은 사실들로서 모든 통화 시간과 내용이 별도의 자료로 정리되어 있음을 먼저 밝힙니다.)

암소는 두번의 출산을 한 젊은 소로서, 새끼들을 매우 정성껏 보살피는 모성이 강한 소였습니다. 도살장으로 가는 당일날 새벽에도 소는 아주 순순히 트럭에 올라가 주었습니다. 소는 탈출하는 과정에서 막아서던 정육업자와 트럭운전자를 다치거나 죽게 했습니다. 그러나 소리치며 정면에서 자신을 막아서는 주인은 알아보고 피해 뛰어 달아났고 이때 주인과 서로 눈이 마주쳤습니다. 살려고 도살장 탈출을 감행한 소가 자신을 피해 결국 도살장 문을 나서는 것을 주인은 바라봐야 했습니다. 주인은 안타까워 소방관과 도축장 여러분들이 있는 가운데 소를 잡으면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말합니다.

 

소는 본능적으로 하천을 건너 야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출동한 소방관들이 다가가자 두어 차례 대항하며 방어 행동을 보입니다. 이에 소방관들은 자일라진 마취액을 2회 쏘아 맞힙니다. 마취총을 맞혀 놓고 야산에서 도로까지 이동 구조할 방법이 없던 소방관과 도축장은 소를 밧줄로 결박하여 끌어내립니다. 이 과정에서 균형을 잃은 소가 가파른 비탈에서 심하게 구릅니다.

(다소 잔인함. 관련 동영상 TV 조선 기사: https://bit.ly/2rZWVF7 )

 

소는 이렇게 구르고도 끌려 내려온 하천에서 다시 끌려가지 않으려는 듯 네 발로 서서 버팁니다. 하천에서 도로까지는 가파른 둔덕이 있어 소는 마취가 퍼져가는 상태에서 소방관과 도축장 관계자들에 의해 계속 끌려가야만 했습니다. 도축장관계자가 소의 눈을 흰 비닐봉지로 가리려하나 금방 풀렸고 소는 주변의 소란을 두 눈으로 모두 보게 됩니다. 이윽고 지친 소가 둔덕 아래 하천에 마취되어 쓰러집니다.

 

비탈에서 구른 소가 하천으로 끌려 내려온 후에도 네발로 굳건히 버티고 있다.

 

소방관들은 (이 소를 끌어 올리려면) “크레인을 불러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현장을 떠납니다. 그러나 크레인은 오지 않았습니다. 쓰러진 소는 얇은 밧줄 하나에 묶여 도축장 관계자들로 보이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 하천에서 가파른 둔덕까지 상당히 긴 거리를 그대로 끌어올려져 트럭에 실립니다.(다소 잔인함. MBN 8시 뉴스 : https://bit.ly/2KMGtPv). 상식적으로 판단해 보건데 만약 골절이나 상해가 발생했다면 이 과정에서 생겼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입니다.

 높은 둔덕 위와 하천에서 밧줄을 잡고 계속 소를 끌고 있다.

 

도축장에서 소 주인분께 소가 골절되고 쓸려서 못쓰게 되었다는 취지의 연락을 취한 시점은 불분명하며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도축장에서 소를 안전하게 구조하여 소 주인에게 돌려줄 마음이 있었던 건지는 모든 과정을 보건데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소가 극도의 공포와 고통 속에서 감히 탈출을 시도했던 대가를 혹독히 치루는 과정에서 누구도 이 소를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일부 언론이 난동소 살인소라 부르던 소라 어떤 이는 응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침 발생한 구제역으로 서산시청 동물보호 담당자분은 구제역 방역을 위해 외근 중이었고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 볼 카라의 절박한 연락마저 도축장까지 닿을 수 없었습니다.


뉴스 방송 자막 바로 아래로 쓰러져 있는 소가 보인다. 방송 관계자들이 소를 끌어당기는 구조 방식이나 크레인 대신 밧줄로 쓰러진 소를 바닥에서 끌어대는 행위에 이의를 제기해 주었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카라에서 사건을 접한 것이 오후 1, 긴급 논의 후 서산시청에 연락하여 소 매입 의사를 밝힌 게 오후 111, 구제역으로 바쁘니 도축장에 직접 연락해 보라며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도축장 연락처를 받은 게 오후 149, 통화를 마치자마자 도축장으로 연락한 게 오후 153, 이때 도축장에서는 이미 작업이 끝났다고 말했으며 서산시청으로부터 카라의 매입 의사를 전해들은 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여러 경로로 사실 확인을 해 본 결과 도축장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설사 매입 의사가 전달되었다고 해도, 제대로 소를 구할 수 있었을지 여러 정황상 의문이기도 합니다.

 

 

서산 도살장 탈출 소를 위한 변명

 

이렇게 도축장으로 실려간 탈출 소는 안타깝게도 120분에 도축장에 진입했고 50분부터 도축이 시작되었습니다. 도축은 220분에 완료되었습니다. 마취 후 바로 도살했기 때문에 이 탈출소의 사체를 고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이어 삶을 갈구했고 두 번의 출산에서 낳은 새끼를 살뜰히 보살폈던 암소는 도살되어 파란 잉크를 뒤집어 쓴 폐기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좌 상단부터 시계방향) 20129월 알프스에서 발굽이 아파 못 걷는 소를 헬기로 병원 이송하고 있다. 20151월 독일에서 소를 헬기로 구조하고 있다. 201610월 인도에서 우물에 빠진 소를 힘을 합쳐 구조하고 있다. 20178월 텍사스에서 침수된 농장에 고립된 소를 보트에 실어 구조하고 있다. 이태리에서도 최근 소방기관이 계곡에 고립된 소를 헬기로 안전하게 구조했다.

 

동물을 구조하려면 최대한 자극하지 말아야 합니다. 마취를 한 후 마구 끌어대며 자극하며 몸을 움직이도록 한 것은 동물과 사람에게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정시켜야 할 마취 총을 맞은 소를 제 발로 걸어 내려가라며 끌어대는 건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목적이 불분명한 잘못된 일이며 소는 고통을 받게 됩니다. 산에서 조용히 마취하여 쓰러지게 한 후 천막에 옮겨 당겨서 산비탈에서 끌어 내리고 하천에서는 크레인에 실어 다치지 않게 포획 운반하는 건 정말로 불가능한 일이었을까요? 너무나 비전문적이고 동물의 복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이번 포획과정과 도살에 카라는 큰 우려를 표합니다.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소의 눈을 가려줄 것조차 변변히 없어 비닐봉지를 사용했고 그마저도 바로 벗겨져 버렸다. 이런 식이라면 소는 마취 뿐 아니라 탈진되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2017년 한 해 우리는 소 873500여 마리, 돼지 1673만여 마리, 936백만 마리를 도살해 소비 했습니다. 이 많은 동물들이 어디선가 도살됩니다. 그러나 동물복지 도살장은 소 돼지의 경우 부경 김해 화정 도드람 4곳뿐이며 가금류는 참프레와 하림 2곳에 불과합니다. 복지도축장 전환을 준비하는 곳은 증가 중에 있긴 하지만 여전히 도축장은 동물복지 사각지대입니다.

 

농장동물이라고 모두 다 무조건 죽어야 하는 것 또한 아닙니다. 소나 돼지 그리고 닭은 많은 분들이 도살이 아닌 목적으로 키우기도 합니다. 선진국의 많은 생츄어리 팜에서 농장동물들을 고기가 아닌 생명으로 보살피고 있습니다.

 

삶을 찾아 탈출을 감행한 범상치 않았던 암소를 카라는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서산 탈출 소와 같은 농장동물들을 위한 안식처를 만드는 게 동물단체로서의 카라의 중요한 소임임을 알고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먹고 소비하기 위해 도살하지만 누군가는 이들도 생명임을 기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언젠가를 결단코 이뤄야 할 꿈입니다.

 

그러나 그 전에 감히 도살의 톱니바퀴를 벗어나고자 했고, 그 결과 더 고통스럽게 죽어가야 했던, 그리고 그 사체마저 폐기물이 되어야 했던 암소에게 최소한 살인소’, ‘난동소’, ‘이상행동 소의 누명은 지금 당장 벗겨주고 싶습니다.
 

그녀는 최소한 카라에게는 그냥 살고 싶었던 50개월의 젊고 아름다우며 강인했던 소, 주인의 제지를 물리치고 감히 도살장 문을 홀로 나선 자기 삶의 주인이고자 했던 모성이 강했던 소, 그냥 탈출 소입니다.

 

도살장에서 탈출한 농장동물들 몇몇 기사

 

2018327/한국 서산/ 도축장 소가 사람 들이받아1명 사망·1명 부상( SBS 뉴스 )

(탈출한 소 발견자 : 발자국을 따라서 오다 보니 산속에 더이상 가지도 못하고 어디 도망도 못 가고 그런 위치에 서 있더라고요.)

https://bit.ly/2ke9OH6

 

 

20171023/ 뉴욕시 / 뉴저지 동물보호소에서 살게 됨

"음메~나도 살고싶어뉴욕시 도축장 탈출해 질주하던 황소, 보호소에 입양(조선일보)

(반면, 1월 탈출소 - 다시 도축장으로, 2월 탈출소 - 마취총 맞고 죽어)

https://bit.ly/2x1WSxt

 


2017623/경기도 안양/ [영상] 꽉 막힌 출근길, 옆으로 소가 지나간다면?(YTN)

(“인근 도축장에서 탈출한 소, 출근길은 좀 막혔을지 모르지만, 운전자들은 흔치 않은 광경을 목격했다며 웃음을 지었다고 합니다”)

https://bit.ly/2rZXWNt

 

2017522/광주 북구 / 도축장 가던 소 아파트에 출현 한시간만에 포획(연합뉴스)

(아파트 관계자는 "주민들이 아무도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도축을 앞둔 자신의 처지를 알았는지 도망 나왔다가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https://bit.ly/2kgxR8g

 


댓글 1

조율래 2018-06-01 15:14

삐용이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무지개다리 저 건너편에 '탈출 소' 그녀가 도착하면, 모든 인간이 다 나쁜 건 아니라고, 조금이라도 위로해주면 좋겠습니다. 엉엉엉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