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동물권행동 카라는 한 시골 마을의 애니멀호더를 돕는 활동을 진행중입니다. 심신이 미약한 애니멀호더는 '절대로 입양 못 보낸다, 죽어도 같이 죽겠다'는 마음으로 동물들을 거둬 기르고 있었습니다. 그가 개를 많이 키운다고 소문이 나자 누군가는 멀리에서 차를 타고 와 개를 버리고 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마리 두 마리 늘어나서 기르게 된 동물은 약 40여 마리에 이릅니다.
애니멀호더의 집에 버려진 불독 한 마리
꾹이는 올해 봄에 할머니의 집 앞에 버려졌습니다. 무척이나 순하고 착한 꾹이가 왜 버려졌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꾹이는 이제 막 한 살이 된 것 같다고하니,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애니멀호더의 집 앞에 버려진 셈입니다.
꾹이는 처음 카라 활동가들을 만났을 때도 호기심 많은 얼굴을 하고선 그 뒤를 졸졸 쫓아왔습니다. 처진 눈망울이 참 선하게 느껴지는 이 개가 그나마 개농장이 아니라 이 곳에 버려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첫 현장답사를 다녀오고서 2주 후, 활동가들은 다시 애니멀호더 할머니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개체 수 조사를 하고 중성화 수술과 치료 등 스케줄을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애니멀호더 할머니가 펑펑 우시면서 ‘애가 죽을 것 같다’며 살충제를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선 누워 있는 꾹이의 몸 위로, 그 근처로 에프킬라를 뿌렸습니다.
“할머니, 뭐 하시는 거예요! 그러시면 안 돼요!”
놀란 활동가들이 달려가자 할머니는 휴지를 뽑아들어 꾹이를 가리켰습니다. 우리는 그제서야 왜 할머니가 꾹이에게 살충제를 뿌렸는지 이해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구더기들이 꾹이의 몸을 파먹고 있었습니다. 누워있는 꾹이 주변에는 할머니가 집어 던진 구더기들이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마당 구석에 힘없이 누워있던 꾹이. 꾹이의 등에서 구더기들이 끊임없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픈 와중에도 할머니의 손길에 천천히 고개를 들던 꾹이.
“안락사를 시켜야 할 것 같아, 애가 너무 아파. 아파해.”
할머니는 눈물을 쏟아내며 구더기를 집어들어 주변으로 던졌고, 꾹이는 미동도 없없습니다. 얼굴 주름 사이, 등, 발가락 사이, 피부가 접히는 사이 등등 꾹이의 온 몸에서 구더기가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애니멀호더도 꾹이의 행복을 빌었다
급한대로 그 자리에서 소독약 등을 이용해 구더기를 꾹이의 살점에서 헹궈냈습니다. 꾹이는 그 동안 꿈쩍도 않았습니다. 이미 고통스러운 단계를 지난 것인지, 아픈데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 애기 안락사 안 해도 되요. 우리가 데려갈게요. 데려가서 치료하고 좋은 데로 입양 보내고 싶어요."
꾹이의 고통에 펑펑 울던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개들을 절대 입양 못 보낸다며, 죽어도 함께 죽겠다던 애니멀호더 할머니였습니다. 본인의 집착보다는 꾹이의 치료와 행복이 더 우선이였겠죠.
동행했던 수의사 선생님이 '서울로 데려가는 동안 개가 버틸 수 있을 것이다'고 진단했고, 활동가들은 서둘러 꾹이를 데리고 연계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원으로 올라가는 동안에도 구더기들은 쉬지 않고 꾹이의 피부 표면 위로 꿈틀꿈틀 올라왔습니다.
우리는 밤늦게 병원에 도착했고, 병원에서는 꾹이를 계속 돌보며 구더기를 하나하나 제거할 일손이 부족했습니다. 급한대로 열을 떨어뜨리고 키트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활동가들은 집게로 구더기를 집어 꺼내며 소독을 계속했습니다. 살점 속에 파묻힌 구더기를 빼내는데도 꾹이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그나마 일어서서 목이 마른 듯 물을 왈칵 마시고는 했습니다.
꾹이의 견생 2막은 행복으로만 가득하길
꾹이는 현재 카라 동물병원에서 몸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구더기 때문에 근육손상까지 온데다가 심장사상충 진단을 받았지만, 상태는 매우 호전적입니다.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간식도 무척 좋아해요. “앉아!” 라고 지시어를 내리면 얌전히 앉기도 합니다. 활동가들이 별도로 교육을 하지는 않았으니, 꾹이는 아마 버려지기 이전에 집에서 ‘앉아’ 훈련을 받은 것 같습니다.
꾹이는 사람을 무척 좋아해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호기심을 가지고 친근하게 대해주고 있어요. 애니멀호더 할머니는 꾹이의 소유권을 포기하고, 꾹이가 좋은 가족을 만나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이제 꾹이에게 남은 일은 무사히 회복하고 좋은 가족을 만나는 것입니다.
간식봉지를 볼 때면 '앉아'를 잘 해 주는 꾹이.
'애니멀호더'가 한 번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에서 애니멀호딩에 대한 제보가 부쩍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간 우리 사회의 그늘에서 곪고 있던 문제가 불거져 터진다는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뜻과 같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애니멀호더, 애니멀호딩에 대한 논문 한 편 없습니다. 애니멀호딩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조차 없습니다. 카라는 애니멀호딩이 개인의 학대일 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발행한 비극이라고 판단합니다.
애니멀호딩에 대한 사회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카라는 이를 대중과 함께 이야기 하는 기회를 갖추는 것도 몹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꾹이를 비롯해서 고통받고 있는 애니멀호딩 피학대동물이 좋은 가정에 입양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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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호더의 개들] ② SOS! 할머니와 개들을 도와주세요!
꾹이의 견생을 응원해 주세요!
최연정 2018-08-05 10:40
꾹아, 고생 정말 많았지...... 당장 업어오고싶을만큼 너무너무 귀엽고 예쁘지만.. 너를 데려오면 나도 애니멀호더 나 마찬가지일것 같구나... 제발 천사엄마 만나서 남은 생은 행복만 하길 응원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