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길에서 구조되자마자 마지막을 시한부 받았던 부름이가 평안히 눈을 감았습니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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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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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길에서 구조되자마자 마지막을 시한부 받았던 부름이가 평안히 눈을 감았습니다.

부름이는 시골 마을의 어느 식당 앞에서 구조되었습니다. 썩어가고 있던 고리와 좋지 못했던 눈 상태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요. 병원에서 자세히 살펴본 부름이의 상태는 예상보다 훨씬 나빴습니다. 꼬리는 골절에 괴사까지 진행되고 있었고 항문과 고환까지 짓무른 상태였습니다. 아마도 오래전 교통사고가 있었을 거라 추정합니다. 이후 심장병까지 진단받으며 부름이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길에서 평생을 살았던, 삶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은 8살 고양이 부름이. 어쩌면 부름이가 사람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사람이 천천히 다가가기만 해도 하악질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부름이의 삶이 얼마나 남았든 남은 생은 따뜻하고 편안하게 보내게 해주고 싶었던 활동가들은 그런 부름이를 내버려둘 수 없었습니다.

부름이는 밥 먹는걸 무척 좋아했습니다. 밥을 먹을 때면 머리를 만져도 모를 정도여서 활동가들끼리는 먹깨비 고양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고단한 길 생활에서 어떻게 지냈을지 조금은 상상이 가기도 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칫솔을 이용해 턱을 만져주면 시원한 듯이 골골송을 불러주기도 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부름이 곁에 다가간 활동가들과 봉사자님들 덕분에 나중엔 머리를 쓰다듬고 필 건으로 약을 먹일 정도까지 사람과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식욕도, 활력도 많이 떨어진 부름이는 다시 입원하여 돌봄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조금 더 부름이와 오래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부름이의 마지막은 너무나 빠르게 찾아와 버렸습니다.

작은 몸집으로 오랜 세월동안 거친 길 생활을 해왔을 부름이. 우리에게는 단 하나뿐이었던 길고양이 부름이는 활동가와 병원 선생님들의 배웅을 받으며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부름이는 묘사에 있을 때 캣타워 제일 꼭대기 위에 앉아 창밖을 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온종일 창밖을 보고 있는 부름이를 보면 ‘혹시나 바깥 생활을 그리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에 묘사 활동가는 마음이 아팠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부름이가 쓸쓸한 길 한구석이 아닌 부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떠나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름이가 도착한 고양이별은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꼭 부름이가 떠난 날의 날씨만큼 선선한 곳에 도착해서 마음껏 뛰어놀고 맛있는 것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용감한 고양이 부름이의 명복을 빌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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