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쓰레기와 분뇨로 가득한 서울 한 가정집에서 방치되어있던 솔레는 고양이 38마리와 함께 구조되었습니다.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이 집에서 구조된 고양이의 대부분이 장모종의 품종묘였는데, 털 관리가 되어있지 않은 것은 물론 위생상태도 엉망이었습니다. 솔레는 발톱을 다듬을 스크래처도 없어 날카로운 발톱이 패드를 파고들어 있기까지 했었습니다. 구조 후 솔레는 치료해 준다는 걸 안다는 듯 그동안 너무나 아팠을 텐데도 하악질 한 번 없이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만큼 착하고 순한 고양이었습니다.
솔레와 함께 구조된 많은 고양이들은 영양실조와 만성 허피스, 구내염 등 크고 작은 질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솔레 역시 추후 이어진 기본 검진에서 심장병 초기 진단을 받았는데요, 이후 많은 고양이가 가족을 찾았지만, 심장병 초기 진단을 받은 10살 추정의 고양이 솔레에게는 단 한 건의 입양신청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더봄센터가 설립되고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서 솔레와 함께 구조되었던 고양이들은 묘사로 입소하게 되었습니다. 더봄 활동가들이 기억하는 솔레는 의젓하고 조용하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고양이었습니다. 더봄 활동가들이 출근을 하면 가장 먼저 묘사 문 앞에 앉아 야옹, 울며 활동가들을 반기는 것이 솔레의 일상 루틴 중 하나였습니다. 겁이 많아 큰 소리가 나는 건 무서워 숨기도 했지만, 아침 청소처럼 부산한 일이 끝나면 어느새 다가와 사람 근처에 가만히 맴돌던 고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