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슭에 방치상태로 살며 은혜는 여러 번 새끼를 낳았습니다. 이때마다 새끼들은 뿔뿔이 흩어져 떠돌거나 밭지킴이로 모진 삶을 살거나 더러는 질병으로 죽어갔다고 합니다. 덕구는 움막에 살던 Y와 함께 은혜와 가족을 이뤘고 그 결과 9마리의 새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9마리 모두가 각자의 개성을 가진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지만, 성견이 되면 30Kg 정도의 대형견이라 국내 입양은 아무래도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열악한 환경에 방치된 탓에 전원 옴에 걸려있었습니다. 이대로 두면 모든 상황이 악화될 게 뻔해서 카라 활동가들은 컨테이너 아래 숨어있던 8형제와 어미 은혜를 어렵게 구조했고 바로 격리 치료에 들어갔습니다.
문제는 대형견인 이 아이들의 입양, 그리고 제대로 돌봄을 못하면서도 여전히 덕구를 포기하지 않는 Y였습니다. 한창 보호자의 사랑 속에 살아야 할 아이들이 보호소에서 생애 가장 중요한 시간을 보내게 둘 수 없었습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해결책을 찾던 중 이 아이들을 동료 단체의 도움으로 해외로 보낼 길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제 은혜와 아기들은 더 이상 밭지킴이나 처덕꾸러기 떠돌이로 살아가지 않아도 됩니다. 입양을 준비하며 사회화 공부도 하고 서로 즐겁게 뛰어놀고 있는 녀석들을 보면 그간의 고생이 씻은 듯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현재 아기들 중 일부가 이미 입양이 성사되었고, 어미 은혜와 나머지 아기들도 열심히 세상공부를 하며 입양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