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에 상처받은 개 ‘시지’ 구하기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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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0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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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898
 
지는 포화상태의 보호소에서 살아가던 개입니다.
너무 많은 동물들이 함께 지내다보니 보호소에서는 크고 작은 개들끼리의 싸움이 벌어지곤 합니다.
그날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지는 다른 개들에게 공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심하게 다친 시지를 구조해 달라는 부탁에 카라는 녀석을 급히 병원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그렇게 시지는 1차로 카라에 구조되었습니다.
 

우리 생각과는 달리 사람들처럼 동물들의 경우도 몸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로 인한 고통을 크게 받곤 합니다.
시지는 보호소에서 원래 서열이 높던 녀석이라고 했건만 이 사건 이후 아주 의기소침한 개가 되었습니다. 몸의 상처는 나았으나 마음의 상처가 너무 깊었던 거겠지요.
 
 

그래도 녀석은 다른 가여운 아이들에게 너른 품을 내어주는 착한 품성을 가졌습니다.
녀석은 그냥 바라만 보아도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아주 독특한 몸매와 얼굴의 귀여운 아이이기도 합니다.
 
 
 
카라에서 오랫동안 지내고 활동가가 집에 데려가 보살피는 등 노력 끝에 시지에게도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시지의 상처까지 보듬어 안아줄 가족이 나타나신 겁니다.
그렇게 시지는 입양을 갔고, 거기서 행복한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시지는 두려움 때문에 산책을 잘 못했는데, 이젠 제법 현관 밖에서 걷기도 하고, 많이 안정이 되어갔습니다.
 
그러다 바로 그날...
현관문 밖으로 목줄과 어깨끈을 하고 나온 시지에게 또 다시 시련이 닥쳤습니다. 예기치 못하게 갑자기 아래층에서 “쾅!!”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고, 시지는 놀라서 갑자기 몸을 비틀어 목줄과 어깨줄을 뺀 후 (시지는 뚱뚱해서 얼굴이 목보다 가늘어 목줄이 빠져 버린 것 같습니다...) 미친 듯 달려 도망가 버렸습니다. 녀석은 겁이 많아 사람을 무서워하고, 누군가에게 먹을 것을 구걸할 수 있는 녀석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시지의 생명이 위태로웠습니다.
 
 
입양자분과 카라의 시지 구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상처 받은 이 녀석을 절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전단지를 붙이고 나눠드리고, 최선을 다해 수소문했지만 안타까움만 더할 뿐 시지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시지가 도망간 일주일 째 되던 날, 결정적인 목격자분이 나타났습니다. 성미산 자락에서 시지를 두 번이나 보셨다는 것입니다.
 
즉시 그곳으로 달려가 보았으나 워낙 복잡한 지형인데다 숨을 곳도 많아 시지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돌아오는 발길이 너무 허탈했습니다. 겁도 많은 녀석이 대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눈물만 났습니다.
 
궁리 끝에 목격된 지점 인근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시지의 습성을 최대한 고려하여 확률이 높아 보이는 곳에 안전한 포획틀을 설치했습니다.
 
제발 제발...안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시지가 기적처럼 나타났습니다. 겁먹고 도망간지 열흘이나 지난날입니다.

 
그렇게 녀석은 우리 곁에 돌아왔습니다.
시지는 그렇게 2번째 구조되었습니다.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며 아이들 찾아다니시던 사랑많으신 입양자분께서 시지를 보러 오셨습니다. 애태우던 활동가분과 함께 아이를 살펴봅니다. 시지야 정말 고맙구나..ㅜㅜ
 
 

다음날 입양자분께서 카라 사무실을 찾으셨습니다.
시지에게 주려고 손수 만드신 예쁜 이불을 챙겨 오셨습니다.
 
입양자분께서도 너무 큰 마음의 상처를 받아 지금은 시지를 만날지 못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며 눈가가 촉촉해지셨습니다.
 
 
 
시지는 그 이불을 깔고 쉬고 있습니다. 녀석은 그 이불이 한땀 한땀 정성으로 오직 녀석에게 사랑을 전해주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 것입니다.
 
시지가 몸과 마음의 상처를 씻고 우리의 미안한 마음과 진심을 알아주는 날이 올까요?
우리는 그런 날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시지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모습 그대로의 시지도 괜찮습니다. 사랑하며 녀석의 상처까지 사랑하면 되니까요.

 
 
 

 
 

댓글 3

카라 2015-05-22 17:22

시지다 +_+


카라 2015-05-20 15:03

시지를 응원해주세요.


시지짱 2015-04-09 15:19

찾게돼서 정말정말 다행입니다. 시지가 그간 고생했던 나날들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는 없겠지만 이제부턴 마음 편하게 지내기만을 바랍니다. 입양하셨던 가족분들은 또 얼마나 마음 고생을 하셨을지요. 손수 만드셨다는 이불을 보면서 코끝이 찡... 시지도 그렇고 가족도 그렇고 마음의 상처가 남지 않기를.. 이렇게 시지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해요. 시지는 정말 한참을 보고있게되는 묘~한 매력이 있군요. 시지야. 건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