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기견보호소 화성 '희망이네'가 문을 닫습니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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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7-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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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보호소가 위기에서 구조된 아이들의 평생보호나 재입양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려면 적정한 관리 개체수의 유지와 깨끗한 환경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이런 모습을 보이는 사설보호소는 드뭅니다. 그것은 관리소장 개인의 힘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시설, 사료, 질병관리 등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지역봉사자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안정적인 환경관리, 지속적인 입양홍보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관리소장-지원단체-개인봉사자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합니다. 카라는 자체 보호소를 만드는 대신 고양, 화성, 용인 등 세군데 미자립 사설보호소를 지원함으로써 사설보호소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였습니다. ▶[관련 게시글] <[보고서 발간] 한국의 사설보호소와 (사)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사설보호소 지원사업> 보기
화성 ‘희망이네’를 지원할 때 가진 희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전지원, 시설지원, 의료·청소봉사 등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했으나 깨끗한 환경 속에 적절한 개체수를 유지시키는 데에 실패했습니다. 개체수는 지속적으로 늘었고, 개들이 풀려서 논밭으로 마을 안쪽까지 다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매일 벌어졌으며, 보호소인지 쓰레기장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관리는 엉망이었습니다. 소장은 카라와 맺은 약속을 수시로 어겼고, 관리소장의 관리행태를 둘러싼 개인봉사자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오로지 개들의 안전만 보고 지원철회를 번복하면서 협의로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였으나, 마지막 파국은 관리소장이 앞에서는 협의를 하자고 하면서 뒤로는 개들을 빼돌리는 것이었습니다. 카라는 이미 빼돌린 개들 외에 남아있는 아이들 33마리를 구조하고, 희망이네 부지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희망이네 보호소(구 '정남이네', 봉사자들 사이에선 '사랑이네'로 알려져 있습니다)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카라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설보호소 중 하나입니다. 다른 사설보호소들과 마찬가지로 '카라의 사설보호소 지원기준'에 의거하여 지원을 받아온 곳입니다. 카라는 희망이네 보호소 후원을 해온 이래 보호소 관리 소홀, 주민 마찰 등으로 민·관 및 보호소와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희망이네 보호소를 지원하게 된 배경과 그간의 경위 등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게시글을 통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카라는 최근 희망이네 개들을 구조하고 보호소의 폐쇄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사설보호소 소장의 관리능력 부재와 이로 인해 고통 받는 동물들이 더는 없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결정이었습니다. 그동안 이곳에선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희망이네가 철거에 이르게 된 경위와 이후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  보호소 위생관리는 뒷전

보호소 동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살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경 위생 관리를 최우선시해야 합니다. 봉사자들이 청소를 하더라도 깨끗해지는 건 한순간일 뿐 보호소는 늘 쓰레기더미나 다름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질병에 노출된 개를 제때 치료하지 않아 끝내 죽음에 이른 개 사체를 큰 대야에 묻어둔 채 방치하거나 외부에서 떠도는 개를 지속적으로 유입시켜 전염성 질병에 취약한 상태로 만들고도 이를 카라에 알리지 않는 등 보호소를 위생과 복지 면에서 최악의 환경으로 전락시켰습니다. 



▲ 지난 4월 카라 봉사대의 청소 지원으로 깨끗해진 희망이네 견사 주변


▲ 보호소 자체적으로 청소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봉사의 의미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금세 더러워진다. 

▲방치된 보호소의 모습. 사료와 물을 주자 아이들이 몰려들어 허겁지겁 먹는다.




|  무분별한 개체수 증가



희망이네는 사설보호소의 본분을 잊은 채 끊임없이 개체 수를 늘려왔습니다. 희망이네 보호소 소장은 카라가 지원을 시작한 2013년 3월에만 하더라도 60마리를 데리고 있었으나 2015년 5월 160마리까지 늘렸습니다. 지난해 한때 200마리 수준까지 개체 수가 늘었던 것으로 자체 파악한 바 있습니다.
소장은 ‘개체수 증가시에는 사전 협의를 한다’는 지원기준을 어기고 별도의 후원 유치를 위해 개인 구조자들로부터 개들을 받아들였고, 이 때문에 중성화 수술이 제때 시행되지 못하여 개체 수가 급증하였습니다. 소장은 개체 수 관리의 필요성이나 의지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개체수를 늘리지 않겠다는 소장의 각서




|  주민과의 끊임없는 마찰

"주위 환경을 해롭게 하고 농사 피해가 발생하며 동리 마을 안까지 개가 떼 지어 출몰하면서 논밭 할 것 없이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중략)배수로에는 개의 똥을 비롯한 온갖 배설물과 심지어 개 사체까지 버려져 있어 악취 등 피해가 너무 큽니다. 이로 인해 농사조차 짓기가 겁이 나는 형편이니 보호소를 다른 장소로 이전하여 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주민들이 화성시에 제출한 진정서 일부)

이전 초기부터 관리소장과 주민의 다툼이 시작되었습니다. 내용은 관리소장이 개를 자꾸 풀어놓는다는 것과 쓰레기를 전혀 안 치운다는 것이었습니다. 거듭된 주민의 항의에도 개를 견사 밖으로 풀어놓아 주변 농지를 훼손시키면서도 개들을 단속할 생각보다 “개들은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며 계속 개들을 풀어놓았습니다. 카라로는 “지금도 개들이 돌아다닌다”는 항의 전화가 매일 이어졌고, 지난해 가을에는 농지훼손에 대한 손해배상도 지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카라의 지원기준 준수한 달봉이네의 변화


▲카라가 지원하기 전 어수선하고 정돈되지 않은 상태의 달봉이네


▲카라가 지원한 이후의 달봉이네 견사 상태.


반면 카라가 지원하고 있는 보호소 중 하나인 고양시 '달봉이네' 보호소는 주로 지역 재개발로 인해 버려져 야생화된 개들로 관리에 어려움이 많은 곳이지만 단체의 사설보호소 지원 기준을 준수함으로써 점진적으로 환경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위 설문조사 이미지를 비교해보면 희망이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봉사자들의 문제 인식을 알 수 있습니다.




|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지원의 한계





카라는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희망이네 보호소의 정상화를 위해 현실적인 문제 해결책을 찾고자 무던히 애를 썼습니다. 이 모든 논의 과정이 보호소 동물들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카라는 희망이네가 이미 여러 차례 단체 지원 기준을 어기고 개체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동물들을 외면할 수 없어 지원 중단을 철회하면서까지 지원해왔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의료지원비, 월세, 사료 등의 보호소 운영 비용으로 3700여만 원이 소요됐습니다. 개인과 기업 후원으로 지원된 물품도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  7월 18일 이후 30여마리 구조…그리고 철거

문제는 이 같은 카라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는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었지만 보호소 아주머니가 비협조적인 자세를 고수하면서 사태는 악화됐습니다. 거듭된 논의 끝에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는 보호소 관리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보호소 소장이 보호할 수 있는 30마리의 범위 내에서 일부 아이들을 데려가도록 하고 나머지는 카라가 보호하는 것으로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소장은 “7월초까지 자신의 입장을 문서로 보내겠다”고 하면서 뒤로는 75~100마리 정도의 개들을 자신의 보호처로 빼돌렸습니다. 문제는 연달아 터졌습니다. 소장이 관리해야 할 보호처가 두어 군데로 분산되면서 개들이 풀려진 상태에서 보호소를 비우는 일이 잦아졌고 개장수가 출몰한다는 제보까지 이어지면서 개들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에 카라는 7월 18일(월) 보호소의 남은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활동가들은 화성시청 관련부서 공무원들의 감독 하에 보호소 개들을 구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장은 그런 와중에 20마리 이상의 개들을 데리고 고속도로 주변의 풀숲에 숨어 있다가 발각되는 웃지 못할 촌극을 벌이는 한편 화성시 공무원과 경찰 앞에서도 아이들을 내놓지 못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습니다.


▲보호소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숨어 있던 보호소 소장이 활동가에게 발견되자 개들을 데리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고 있다.


▲소장은 경찰과 화성시청 공무원의 설득에도 개들을 내놓을 수 없다며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카라는 우여곡절 끝에 이날 15시간 동안 희망이네에서 총 31마리의 개들을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이 중 2마리의 새끼 강아지는 카라 동물병원으로 이동했고 추후 입양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틀 뒤에는 2마리를 추가로 구조, 총 33마리를 구조했습니다. 아주머니께서 본인이 보호할 수 없으니 카라 측이 데려가라고 떠넘긴 아이들이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던 개들을 구조하는 모습


새끼 2마리를 제외한 성견 31마리는 경기도에 위치한 위탁처로 무사히 이동했으며 현재 모든 개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곳은 쾌적한 환경 속에서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반려견 위탁처라는 점을 사전에 확인한 상태였습니다. 이 아이들은 모두 카라의 책임 아래 보호되고 있으며 우선 안정을 취하게 한 뒤 필요한 조치를 다할 예정입니다.










|  앞으로가 중요합니다!

여전히 남은 문제가 있습니다. 소장이 데리고 간 개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으신 줄 압니다. 빼돌린 개들이 있는 보호처에서도 이미 민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카라 역시 무거운 책임의식을 느낍니다. 지금도 모든 개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안만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희망이네 부지를 원 상태로 복구한 뒤, 소장이 상의 없이 데려간 나머지 개들에 대해서 법적·도덕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자문 변호사와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 사설보호소의 산적한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동물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설보호소 동물들을 방치하여 책임을 미루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지켜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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