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들에게 선물해 준 해먹
무더위가 한창인 지난 토요일(17일), 동물권행동 카라,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직접 만든 해먹을 선물해 주기 위해 남양주 화도읍에 위치한 사육곰 농가를 방문했습니다. 이곳에 모두 10살이 넘은 2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해먹을 달기 앞서서 철장 내부를 살펴보며 어느 정도의 높이로 달아야 할지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나무를 오르내리는 습성을 고려하여 적당한 높이를 지정해 해먹 끈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끈을 수직으로 매달 경우 끈으로 목을 감는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걸이 형태를 구상했습니다.
설치하면서 준비해 온 시원한 수박을 쪼개 주자 곰들이 맛나게 먹어주었습니다. 철장 위로 던져놓자 쇠창살을 타고 올라 앞발을 이용해 수박을 다 먹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곰은 머리를 쓰면서 달콤한 간식들을 놓치지 않고 입속에 넣었습니다.
해먹을 다는 일은 많은 기술을 요하진 않지만, 곰의 무게를 견딜 정도로 튼튼한 소방호스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상당히 무겁습니다. 송글송글 땀방울 흘려가며 무거운 해먹이 떨어지지 않도록 볼트로 견고하게 조이며 하나씩 설치를 완료해 나갔습니다.
곰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난생 처음보는 해먹에 호기심을 보이면서도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해먹 위에 앉을 것 같다가도 매달린 줄과 끝자락을 잡아당기면서 조금씩 친해지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곧 곰들은 알게 될 것입니다. 무료한 하루를 조금은 즐겁게 해 줄 놀이기구가 생겼다는 것을요.
전국적으로 사육곰으로 불리며 살아가는 곰들은 공식적으로 526마리입니다. 농가마다 편차도 심해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곰들도 있고, 상대적으로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곰들도 있습니다. 2016년 정부는 등록된 사육곰을 대상으로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지만, 전시관람용인 곰들은 예외를 적용해 중성화 수술 의무를 지지 않게 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농가가 이를 악용하여 불법으로 32마리의 곰들을 증식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태어난 어린 곰들 또한 철장 신세를 면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불법으로 증식된 어린곰들은 엄연히 불법이기 때문에 ‘몰수대상’입니다. 환경부는 몰수시설을 마련해서 32마리 어린 곰을 몰수하겠다고 했지만, 현실화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몰수시설을 넘어서 철장 속에 평생 살아가는 사육곰들에 대한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합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자연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야생동물들에게 좁고 열악한 감금이 아닌, 자연과 유사한 쉼터인 ‘생츄어리’ 조성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민단체 혼자서는 해낼 수 없습니다. 정부, 지자체, 시민사회가 함께 사육곰 생츄어리 조성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 협력하며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단시간에 이루어질 수 없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에 카라는 사육곰을 위한 생츄어리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