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2일 오전 10시 삼경교육회관 라움에서 <거제씨월드 사태로 비춰본 고래류 체험 문제와 향후 과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경남 거제에 소재한 돌고래 체험시설인 ‘거제씨월드’는 멸종 위기 돌고래를 서프보드처럼 타고 놀게 하고 갖가지 체험 등에 이용하는 행위로 많은 시민들의 공분을 사 동물학대 논란의 중심에 놓인 곳입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나오미 로즈 박사(Animal Welfare Institute)는 <수족관 고래류 체험 프로그램이 미치는 동물복지 문제>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돌고래는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더 큰 뇌를 가지고 있고 그 어떤 종(種)보다도 EQ지수가 높은 동물(3.24~4.56)이며, 벨루가의 경우 머리 부분이 아주 연약한 두피로 덮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머리를 밟고 올라타는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벨루가는 보통 하루에10~20km씩 바다 위를 영유하며 생활하는데,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육당하고 있는 벨루가들은 하루에 고작 10~50m를 헤엄칠 수 있는 제한된 사이즈의 수조안에서 생활합니다. 이는 벨루가의 서식환경의 10,000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매우 열악한 환경입니다. 사육 당하는 벨루가들의 행동반경은 엄격히 제한되며, 행동풍부화 교육 또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상행동, 정형행동을 보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어진 발제는 동물권행동 카라 전진경 상임이사가 <수족관 고래류 법령/제도 문제점 및 개선방향>을 전달했습니다. 우리나라 전국 22개 수족관 중 7곳에서 30마리(2020.9 현재)의 돌고래를 전시하고 있으며, 현행 동물원법상 야생동물 사육 면적 규정이 전무하여 돌고래의 생태적 습성을 무시한 비좁은 수조에 갇혀 사육당하고 있습니다. 사육중인 돌고래에 대한 관리 또한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아 근본적 치유가 아닌 대증요법 차원의 항생제, 스테로이드제 남용이 확인되고 있으며 이미 여러 곳의 수족관에서 돌고래가 폐사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죠.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 수립을 통한 사육환경 개선, 쇼&체험을 동물학대로 규정하여 금지, 적정한 서식환경 제공의 구체적인 기준 마련 및 실행방안 고민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류종성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위원장
큰돌고래에게 필요한 최소 면적은 60만㎡로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의 규정으로는 충족 불가합니다. 볼리비아, 칠레, 코스타리카, 크로아티아, 사이프러스, 헝가리, 인도, 니카라과, 슬로베니아, 스위스 등 10개국에서 이미 고래전시를 불허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모든 고래류 전시·공연 및 거래가 금지될 수 있도록 동물원수족관법 즉시 개정 및 현재 억류된 고래의 방류·보호계획 수립이 절실함을 전했습니다.
황현진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
이어진 토론에서 황현진 공동대표는 포획과정, 순치과정, 사육환경, 전시·공연·체험·번식 등, 전 과정이 생명존엄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명백한 동물 학대임을 강조했습니다. 동물원과 수족관은 ‘오락시설’이며, 고래 라이딩, 키스하기 등의 무분별한 접촉프로그램이 수익목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수족관 윤리위원회 구성 ,수족관 시설에 대한 엄격한 관리규정 및 세부지침, 감독제도의 도입이 시급합니다.
장수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대표
장수진 대표는 고래의 뛰어난 지능, 매우 높은 수준의 감정 표현력을 지닌 동물이며, 무리를 구성해 생활하는 사회적 동물이라 설명합니다. 몸집이 크고 하루에도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등 넓은 공간과 생태적 조건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수족관 같은 감금시설 내 사육이 적합하지 않은 종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많은 프로그램이 ‘생태설명회’라는 명칭을 쓰고 있으나, 오히려 고래의 생태에 반하는 포장된 이미지일 뿐이라 지적합니다. 교육적·보전적 가치를 지니지 못한 프로그램 제한과 더불어 야생 개체군 보전과 사육개체 관리에 더 많은 정부의 계획과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손호선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 센터장
손호선 센터장은 사육동물의 복지를 평가하는 지표 중 간접평가(사육관리를 위해 투입된 자원)보다 직접평가(동물의 행동, 건강상태 등을 평가)가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감정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운을 띄웁니다. 돌고래의 경우 접근성 등의 문제로 연구 성과가 적어 생리·행동·인지를 활용한 복지 상태 평가가 쉽지 않다는 한계도 제시했습니다. 따라서 사육 돌고래 복지평가를 위한 엄밀한 과학적 기준마련이 쉽지는 않으나,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를 통해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육 돌고래들의 복지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장성현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
우리나라의 고래류 관리와 관련하여 동물체험 행위는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상 금지행위에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2017년 1월 이후,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과학당국 검토의견에 따라 전시용 고래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나 법적 구속력이 미흡합니다. 장성현 과장은 동물원·수족관법 개정 검토 추진 및 전시용 고래 수입제한 근거마련을 위한 야생생물법 시행령 개정 검토 예정임을 밝혔습니다.
이재영 해양수산부 해양생태 과장
동물복지에 관한 인식 개선 및 사회적 요구증가에 따라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안) 추진예정 (제1차 21‘~25’)입니다. 정부 .수족관. 시민단체 참여 협의체를 통한 지속적 논의 및 협의가 필요합니다. 전시·관람·체험. 교육방식 전환 및 쉼터조성, 자연방류 역시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이종하 경남도청 해양수산과장
거제씨월드는 매년 2월말까지 수족관 운영.관리, 연간 개방일수 등 자료를 경남도에 제출하고, 경남도는 금지행위 여부 등을 점검합니다. 거제씨월드 돌고래학대(체험프로그램 운영)주장과 관련하여 현장점검 실시하였고,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동물학대 여부 자문을 요청하였습니다. 그 결과, 체험프로그램이 관련법령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나, 국민정서를 고려하고 동물단체의 반대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여 해양수산부등과 함께 제도개선 등 해결방안을 검토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수입 돌고래 방류 시 업체의 손실보상 요구 등 고비용이 소요되는 점을 들어 방류보다 다른 개선방안이 우선 고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토론회를 마무리 지으며 서울대 수의과대학 이 항 교수는“돌고래는 각별히 보호해야 할 야생동물이며, 사육하거나 반려할 수 있는 반려동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나아가 “야생동물과 사람이 접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전염병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며, 사전예방이 가장 중요하며 이는 국가의 보안 문제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며 사안의 중대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수년전부터 동물권행동 카라는 동료 단체들, 시민들과 함께 돌고래 바다쉼터 조성운동, 큰돌고래 수입반대운동, 수족관 체험반대운동 등 해양동물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와 구조, 치료 및 재방류를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해왔으며, 그 결과 2013년 제돌이, 춘삼이 방사, 2018년 금등이 대포 방사 등의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거제씨월드 사태에 5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동물체험 프로그램 폐지를 외쳤습니다. 이제껏 감금된 야생동물을 소유자 마음대로 전시하고 체험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변화를 실감한 것입니다. 더불어 정부부처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개선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5일, 국회에서는 동물원·수족관 동물들의 공연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10년 간 국내 수족관에 반입된 고래류 중 50% 이상이 폐사했습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동물싸움과 동물쇼 등 오락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행위는 비단 야생 고래류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동물행동권 카라는‘테마 쥬쥬’,‘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쇼 애니스토리’등, 동물이 상업적 목적으로 물건처럼 이용되는 현장을 찾아내고, 이러한 행위가 근절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숨에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합니다.
야생돌고래가 수족관을 벗어나 하루 빨리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세요!
* 토론회 유튜브 영상 (제공: 환경운동연합)
* 해당 토론회 자료집은 다운로드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