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주영이를 데리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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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이는 화천에 마지막으로 남은 웅담채취용 사육곰입니다. 4년 전부터 주영이를 만났지만 데려올 여건이 되지 않아서 가끔씩 안부만 확인했던 2013년생 암컷입니다. 올 7월 오랫동안 척추질환을 앓았던 유식이가 떠나며 남긴 빈 방을 보며 가장 먼저 떠올린 곰이 주영이입니다. 도살연령인 열 살이 되자 웅담을 사고 싶다는 사람이 있었지만, 주영이를 기르던 농장주는 공영 생츄어리가 생길 거라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 곰은 살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팔지 않고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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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금을 내어놓으시며 겨울이 오기 전 다른 농장의 곰을 데려올 수 있겠냐는 한 후원자의 제안으로 저희는 바로 주영이를 찾아갔습니다. 농장주께서도 주영이가 좋은 곳으로 간다는 이야기에 흔쾌히 협의에 응했습니다. 화천의 돌봄활동가들은 그 날부터 수시로 주영이를 찾아 먹을 것을 건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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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이는 사람이 두려워 무섭게 위협하는 곰이었고, 이렇게 공격성이 강한 곰을 어떻게 감당하나 걱정이 많았습니다. 동물과 친해지는 것도 동물에게 인간의 의사소통방식을 학습시키는 훈련이고, 인간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일이기 때문에 주영이가 우리의 몸짓에서 무엇을 배울지 조심스럽게 천천히 고민하며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주영이는 예상치 못한 속도로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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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다가가면 철창을 쾅쾅 치며 콧김을 내뿜던 주영이는 한 달쯤 지나자 손으로 먹을 것을 줘도 받아먹기 시작했습니다. 적어도, 이 사람들이 주는 먹이가 안전하다고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구조를 앞두고는 철창에 어깨를 갖다 대며 근육주사를 맞는 훈련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곰을 옮기려면 마취를 위해서 블로건을 쏘아야 합니다. 그런데 블로건은 무척 아파서 동물의 마음에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블로건을 쓰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 근육주사 훈련이 이루어진다면 주영이는 블로건을 맞지 않아도 됩니다. 구조 당일 주영이의 상태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만약 손으로 가볍게 주사를 놓을 수 있다면, 주영이가 하게 될 최악의 경험 하나를 없앨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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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일요일, 10월 8일이면 주영이를 데려옵니다. 몸이 아프고 늙은 곰 하나를 보내고, 마음에 상처가 많은 젊은 곰 하나를 데려옵니다. 매일 만나는 얼굴 하나가 새로 옵니다. 그러면 한국의 사육곰 농장 19개 중 하나가 또 사라집니다. 다 여러분의 응원 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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