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지역 길고양이]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에서 02 집중 TNR 진행: 포획 후 관리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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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2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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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409





계류장과 포획틀을 준비하고 고양이들을 포획하는 작업은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카라는 이틀 동안 총 39마리의 고양이를 포획하고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분업: 최소 인원으로 최대 효율을


그렇습니다. 분업은 최소 인원으로 최대 효율을 내기 위한 장치입니다. 우리는 TNR 작업을 위해 포획틀 준비라 부르는 일을 했습니다. 누군가는 신문지를 접고, 누군가는 신문지를 포획틀 안에 넣고, 누군가는 포획틀 안에 있는 신문지 위에 비린내가 나는(아마 고양이들에겐 향기로울) 캔 내용물을 올리고 접시 안에 캔 내용물을 몇 스푼 덜었습니다. 캔은 냄새가 강할수록 좋습니다.


굳이 포획틀 안에 신문지를 까는 것은 고양이가 덜 경계하며 발판(trigger, 밟으면 포획틀이 탕! 닫히도록 하는)를 밟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더불어 이동 도중 패닉상태로 소변을 볼 수 있는데, 신문지가 소변을 어느 정도 흡수해 주거든요.


포획틀 준비가 완료되면 포획틀 덮개와 케이블 타이를 챙기고 길고양이들이 자주 나타나는 장소로 갑니다. 허리근육과 어깨근육이 허락한다면 포획틀을 두 개씩 들고 이동하세요. 덜 돌아다닐 수 있어서 좋습니다.


▶ 고양이 포획 준비물 : 포획틀, 밥그릇(스텐 추천), 냄새 강한 캔, 신문지, 케이블 타이, 포획틀 덮개(혹은 담요), 매직, 가위






포획 1호는 세상 물정 모르는 고양이가



길거리에서 포획틀을 준비하고 있는데, 길고양이 몇 마리가 포획틀 준비 현장 근처를 어슬렁거립니다. 치즈색 고양이와 턱시도 고양이입니다. 이 친구들은 카라와 우리동생이 계류장을 정비하고자 처음 왔을 때부터 그 근처를 맴돌았습니다.


“쟤네 잡힐 것 같은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포획틀을 자동차 앞에 놓아둡니다. 쟤 잡힐까요? 에이, 설마…. 봉사자들과 술렁술렁하며 모르는 척 열심히 포획틀 준비를 계속하는데, 몇 초 지나지 않아 탕! 하고 포획틀 닫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치즈색 고양이입니다.


카라 활동가가 재빨리 다가가서 포획틀 덮개로 포획틀을 씌우고, 포획틀에서 밥그릇을 빼고, 케이블 타이로 포획틀을 단단히 고정합니다. 포획틀에 붙어 있는 도표에 어디서 잡혔는지 등등도 기록합니다. 이름도 즉석에서 지어줍니다. 


 TIP. 밥그릇을 빼는 것은 일반적인 단계는 아닙니다. 포획틀 안에서 밥그릇을 엎으며 엉망진창으로 있을 고양이를 생각해서 밥그릇을 빼 주는 건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안 빼줘도 괜찮습니다. 케이블 타이로 포획틀을 묶는 것은 혹시나 포획틀을 들고 가다 넘어지는 등 불의의 상황에서도 고양이의 탈출을 예방하기 위한 2차적 잠금조치입니다.





그 동안 턱시도 고양이가 ‘뭐냥, 무슨 일이냥’ 하듯이 눈이 동그래져서는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녀석은 포획틀 냄새도 맡고, 안에 있는 애한테 ‘야옹’ 하고 말도 걸어봅니다. 하지만 잡힌 아이는 말이 없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고 눈치 없이 포획틀에 들어간 아현동 집중 TNR 첫 번째 고양이가 되어 계류장 대기실로 갔습니다.


계류장 대기실은 최대한 어두운 환경을 조성하면 좋습니다. 고양이들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사전에 바닥을 소독한 후 신문지를 깔아둔다고 했죠? 그리고 그 위에 소변패드를 더 깔아줍니다. 소변패드 위에 포획틀을 놓습니다. 덮개는 걷지 않습니다. TNR 1호 고양이가 애처롭게 웁니다. 애오오옹…!


안쓰러운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길고양이 관리 일지를 꺼냅니다. 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기재합니다. 포획틀에 쓴 정보를 그대로 옮겨 씁니다. 이 일지는 추후 고양이들의 체계적인 관리의 중심 기록지가 됩니다. 고양이 포획틀 사이를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얘는 누구고 언제 풀어줘야 하며 어떤 특이사항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보다는, 일지에 쓴 것을 한 눈에 보며 관리하는 게 편하니까요.






“쟤도 잡힐 것 같은데요.” 한편, 친구가 납치되던 현장을 바라보았던 턱시도 고양이 앞에도 포획틀을 놓아 보았습니다. 에이, 쟤는 지 친구 잡혀가는 것도 봤는데…. 또다시 봉사자들과 술렁술렁 이야기하며 포획틀 준비를 열심히 하는 척 합니다. 이번에는 1분쯤 뒤에 탕!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카라 활동가는 또 다가가 덮개로 포획틀을 덮고, 밥그릇을 빼고, 케이블 타이로 포획틀 입출구 두 개를 묶습니다. 그리고 매직을 꺼내 또 이름 지어주고, 어디서 언제 몇시에 잡혔는지 써주고 계류장 대기실로 데려갑니다. 


방금 잡힌 친구와 함께 있도록 풀어주면 좋지 않겠느냐고요? 좋지 않습니다. 같은 밥그릇과 화장실을 쓰게 하는 것은 혹시나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전염병을 나눠 갖게 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어서 TNR 과정을 깔끔히 마치고 방사해서 건강하게 다시 만나도록 해 주는 게 최선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을 포획틀 안에 넣은 상태로, 덮개를 덮은 채, 서로 충분한 거리를 두고 놓아두세요. 1묘 1실이 이상적이겠지만, 지금은 바닥에 깔아둔 소변패드가 닿지 않을 거리로 만족하면 되겠습니다.






▶ 길고양이 포획 가이드


1. 포획틀 가운데 신문지를 길게 깔아주고, 밥그릇을 포획틀 끝에 놔둔다.


2. 고양이가 포획틀에 들어가 장치를 밟으면 입구가 닫힌다. 포획된 상태임을 확인하고 덮개로 포획틀을 가린다. 패닉했을 고양이가 그나마 안정적으로 있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3. 밥그릇이 있는 쪽 덮개를 걷는다. 이 때 고양이는 자연스럽게 덮개가 덮여 있는 쪽으로 이동해 몸을 숨기게 된다. 밥그릇 쪽 포획틀 입구를 살짝 열고 밥그릇을 뺀다.


4. 밥그릇을 뺀 후, 케이블타이로 포획틀 입구 두 개를 고정한다. 구조상 포획틀이 다시 열리지는 않지만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서다.


5. 포획틀에 있는 도표에 정보를 적는다. 포획일시, 포획장소, 포획목적, 포획 담당자, 고양이 이름.


6. 고양이를 데리고 계류장 내 고양이 대기실로 간다. 신문지를 깔아놓은 대기실에 소변 패드를 길게 깔아주고, 그 위에 포획틀을 놓아둔다. 덮개를 씌워 최대한 밖을 보지 못하도록 한다.


7. 고양이 정보를 일지에 기록한다. 포획틀에 적힌 정보와 다르지 않게 유의한다.


8. 소변 패드는 서로 닿지 않도록 놓는다. 소변이 서로에게 닿지 않게 해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9. 고양이들이 충분히 모이면, 차에 싣고 병원으로 이송한다. 그 전에 한 번씩 소변 패드를 확인하고, 소변이나 대변을 본다면 패드를 갈아준다.


10. 활동을 하며 항상 유념할 것.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입니다.




| 단짝이 갇히자 그 안을 유심히 살펴보는 녀석. 이 친구는 계류장까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쫓아왔습니다.


아현동 집중 TNR 첫째 날은 계류장과 포획틀을 정비하고, 해가 저물 때까지 20여 마리 고양이들을 포획해 병원으로 이송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둘째 날에는 포획 작업과 수술을 받고 돌아온 고양이들을 관리하는 작업을 함께 했습니다. 다음 게시글에서는 둘째 날의 이야기, 중성화 수술 후 돌아온 아이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방사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해 보겠습니다 :)



[재개발지역 길고양이]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에서 시리즈 보기


INRTO 

01 TNR 사전작업하기

02 집중 TNR 진행: 포획 후 관리_ 해당 게시글

03 집중 TNR 진행: 방사와 이주

04 bonus_아현동에서 만난 묘연(猫緣)



[재개발지역 길고양이] 이전 활동 보기


▶ 오갈데 없는 생명들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 길고양이 보호 사례 :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댓글 1

임예솔 2017-11-28 11:07

지축재개발지역 고양이들도 도움이 간절히 필요합니다. 이미 공사가 시작되었구 폐교된 지축초등학교에 고양이들이 모여사는데 이곳도 곧 철거가 되어 고양이들이 오갈때가 없습니다 . 주위는다 공사판이라 학교밖은 먹을거나 잘곳도 없고 제가 먹을거를 챙겨무고 있는상황입니다 . 6~8마리정도 살고 있습니다 . 이곳저곳 도움을 챙해보았는데 답변이 없네요 ㅠ .구조나 TNR사업에 적극 돕겠습니다 . 이곳이 철거되기전에 고양이들 좀 함께 도와주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