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카라 동물영화제가 마친지 한 달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난 후기에서는 관객과의 대화, 간담회 등 프로그램이 남긴 이야기를 정리했다면, 이번 후기에서는 카라 동물영화제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안팎의 노력을 꼼꼼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제2회 카라 동물영화제에서 없었던 세 가지! 그리고 있었던 두 가지는 무엇이었을까요?
없다 1. 카라 동물영화제 기념품에는 비닐/플라스틱 포장이 없다.
카라 동물영화제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없는 영화제의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영화제를 찾아주신 관객분들은 확인하셨겠지만, 현장에서 판매하거나 나눠드린 비건 제품들에도 플라스틱 포장은 없었습니다.
영화제 공식 기념품은 금속 키링과 천 포스터였습니다. 물론 지구에서 동물과 자연, 인간이 고통받는 원인이 플라스틱과 비닐 소재 때문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제작되고 버려지는 수만 가지 제품들은 가벼운 플라스틱과 비닐 소재가 있어서 더 쉬워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카라 동물영화제 기념품은 플라스틱과 비닐 소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특히 비닐은 모든 제품의 포장에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찾아내는 것만으로는 제작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동물권행동 카라는 업체에 비닐 대신 종이 포장을 제안하고, 포장 방법을 줄일 수는 없는지 확인하고 바꾸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금속 키링 역시 비닐 포장이 기본이었습니다. 카라는 제작해주신 업체 담당자분과 논의하여, 비닐 포장은 종이봉투 포장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업체에 추가적인 노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의 비닐 포장 사이즈와 동일한 것으로 카라가 직접 주문하고, 스탬프를 찍어서 업체에 배송했습니다. 제작업체에서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진행하는 것에 동의해주셨습니다. 패브릭 포스터는 카라에서 직접 종이봉투로 포장했습니다.
플라스틱과 비닐 소재가 없이도 충분히 가능한 영화제 기념품들! 모두 오래오래 사용해주시길 바랍니다. :)
없다 2. 카라 동물영화제에는 플라스틱 생수병이 없다.
큰 행사를 진행할 때 500mL 플라스틱 생수병은 필수 준비물일까요? 어쩌면 플라스틱 생수병은 '쉽게 버리는 것'이 편했던 것은 아닐까요?
카라 동물영화제는 초청 게스트에게는 머그컵에 정수기 물을 담아서 제공했고, 스태프와 자원활동가 모두 텀블러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카페에서 음료를 살 때는 커피포트에 대량으로 담아 각각의 텀블러에 나눠 마셨습니다. 물도 음료도 각자가 먹을 만큼 덜 수 있었고, 모두 각기 다른 모습의 컵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플라스틱 생수병을 사용할 때와는 다르게 '누구의 것인지 몰라서 버리는 물'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카라 동물영화제의 게스트 중에는 본인이 직접 텀블러를 챙겨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카라 동물영화제의 원칙을 떠나, 일상에서도 텀블러 사용을 실천하고 계신 분들! 정말 멋졌습니다. 또한, 텀블러 사용이 낯선 분들께서도 즐겁게 동참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없다 3. 카라 동물영화제에는 버리는 현수막이 없다. (업사이클링)
어떤 행사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만, 재활용되기는 어려운 현수막. 카라 동물영화제에서도 소량이지만, 몇 가지 현수막을 본 것 같은데 버리는 현수막이 없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요?
카라 동물영화제는 일회용이 될 수밖에 없는 홍보물은 플라스틱 재질의 배너는 사용을 지양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천과 종이 재질의 홍보물만 제작했습니다. 홍보물은 언제나 최소로 출력합니다. 종이 홍보물은 분리수거로 재활용되지만, 천 재질의 현수막과 배너 홍보물은 분리수거가 되지 않고 폐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카라 동물영화제는 폐현수막을 버리지 않고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만들어 재사용합니다.
제2회 카라 동물영화제 기념품이었던 '풉백'(반려견 산책배변봉투 파우치)이 바로 폐현수막 업사이클링 제품이었습니다. 1회 카라 동물영화제 폐현수막을 비롯하여 동물권행동 카라의 기자회견. 집회 등 캠페인에서 사용한 현수막이 모두 재활용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카라 동물영화제는 동물, 환경, 인간을 위한 활동으로써 홍보물 제작부터 폐기까지 책임감을 느끼고 기존의 원칙을 지켜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있다 1.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비건 제품들이 있다.
3일간 진행된 제2회 카라 동물영화제 현장에서는 영화제 기념품 외에도 비건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판매했던 비건 비누와 대나무 칫솔은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완판이 되었습니다. 이벤트로 소개한 비건 쿠키와 비건 생리대 역시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닥터브로너스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물품 후원으로 카라 동물영화제와 함께해주셨습니다.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고, 과다 포장이 없는 닥브의 "비건 비누 퓨어캐스틸 바솝 3종"은 물에 물러지지 않아서 비누를 끝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비누가 손톱만큼 남았을 때도 처음 비누를 개봉했을 때의 품질과 똑같아서 믿고 카라 동물영화제에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닥터노아에서는 "대나무 칫솔과 환경을 해치지 않는 파우치 세트"를 협찬해주셨습니다. 닥터노아의 웨이브 대나무 칫솔은 사용한 후 버려도 생분해되어 자연으로 순환되는 제품으로, 부드러운 칫솔모에 많은 분이 여러 개를 구입하셨습니다.
제2회 카라 동물영화제 현장 이벤트에서도 비건 제품은 빛났습니다. :)
SNS 해시태그 이벤트에 참여해서 카라 동물영화제를 널리 널리 알려주신 모든 분께는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의 No 계란 No 우유 No 버터,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 비건 쿠키를 드렸으며,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관객에겐 유기농 동물실험반대 화장품 브랜드 '닥터브로너스'에서 콜만 유기농 비건 생리대를 선물로 나누어 드렸습니다. 또한, '그리팅테일'의 생분해성 반려견 배변봉투는 풉백을 구매하신 분께 함께 증정했습니다.
설문조사 관객 평가에는 더 많은 비건 제품들을 만나고 싶다는 의견을 남겨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국내에서 비건 제품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브랜드들을 저희도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카라 동물영화제가 작은 영화제로 공간이 한정적이고, 그것에 맞게 전체적인 기념품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소비는 지양하지만, 여러분께 더 많은 비건 제품을 알릴 수 있도록 더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있다 2. 동물의 권리를 더 배우고 공감하는 일상의 실천이 있다.
제2회 카라 동물영화제에서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사회 안에서 동물이 겪는 고통을 고민할 수 있지만, 각자의 고민을 더 단단하게 이어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카라 동물영화제에는 동물의 삶을 지키기 위한 배움과 일상의 실천이 있습니다.
제2회 카라 동물영화제에서 영화를 세 편 이상 관람하신 분에게 '책공장더불어'에서 출간한 동물권리도서 한 권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킁킁도서관의 추천 도서인 <동물학대의 사회학>과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사회로 가기 위한 철학적·실천적 지침서 <동물주의 선언>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받아 가실 수 있었습니다. 따끈따끈한 신간이었던 <동물주의 선언>도 인기가 많았지만, 여러 매체에서 소개되었던 <동물학대의 사회학>도 많은 분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카라 동물영화제에는 카라 활동가를 비롯하여 자원활동가, 게스트까지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준비합니다. 제2회 카라 동물영화제 스태프에게는 여러 가지의 공지사항이 있었습니다. 카라 동물영화제의 워크숍부터 뒤풀이까지 비건 음식만이 제공되며,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기 위해 텀블러와 개인 숟가락을 챙겨야 하고, 동물 털이 사용된 의류나 소품도 지양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사전 워크숍을 통해 이러한 규칙의 이유를 공유하고, 각자의 의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전 워크숍에서는 '동물권 활동가를 위한 인권 길라잡이'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위의 사진 속 음식들은 모두 스태프에게 제공된 영화제 식사와 다과입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비건 음식이 있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영화제 운영에서 가능한 비건 음식들로 선정하였습니다만, 카라 동물영화제를 통해 처음 비건 음식을 접하는 자원활동가도 있었기에 다양한 비건 음식을 소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자원활동가는 모두 맛있게 비건 음식을 즐겼습니다.
제2회 카라 동물영화제에 없는 3가지, 있는 2가지까지 모두 알아보았습니다. 이로써 모든 후기까지 정리되었습니다. 제2회 카라 동물영화제의 상영작들 하나하나를 응원해주시고 반겨주셨던 관객분들! 설문조사에서 정성스러운 의견을 꼼꼼히 남겨주시고 3회 영화제를 기다리시겠다는 이야기들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자원활동가들의 열정은 언제나 놀랍습니다. 텀블러와 개인 숟가락 챙겨와야 하며, 영화제 기간에는 비건을 실천하고,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고, 동물권과 함께 인권도 반하지 않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는 카라 영화제에서 단 한 번도 ‘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요?’를 고민하고 논의하던 마음들에 늘 자극을 받았습니다. 올해 제2회 카라 동물영화제가 남긴 가장 큰 자산은 사람에 대한 감사함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내년 제3회 카라 동물영화제에서 만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