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 현장, 희망의 씨앗 뿌리기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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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2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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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간의 산불로 숲이 까맣게 불타버린 울진 호월리 일대. 그곳에서 카라는 어제(24) 생태 복원을 위한 씨앗 뿌리기와 야생동물 먹이주기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야생동물을 지원해 다시 힘찬 삶을 살 수 있도록 자원 봉사자와 반려견, 마을 주민, 활동가들이 산불 피해를 입은 산에 모였습니다. 다 같이 묘목과 모종 심기, 씨앗 뿌리기 설명을 듣고 산 구석구석을 다녔습니다. 길 가까이 산수유 묘목 심기를 시작으로 산 안쪽에서는 모종과 씨앗 심기를 했습니다.

 

모종과 씨앗의 종류는 더덕, 고들빼기, 취나물, 개똥쑥, 씀바귀 등 국립생물자원관의 사전 확인을 받아 해당 지역에서 무리 없이 잘 자라날 식물들로 골라 고르게 심어주었습니다. 불에 그을려 검은 땅이지만 깊이 흙을 파내니 애벌레 같은 작은 생명이 나타나고 곳곳에서 고라니의 똥도 발견돼 반가웠습니다.

 

보호자와 함께 온 반려견 멀리, 콩지, 구마도 동참했습니다. 이들은 송송 난 주머니 사이로 씨앗과 곡물을 떨어뜨리며 씩씩하게 걷고 달려 도움을 주었습니다. 유기견이었다가 마을 주민의 반려견이 된 까미도 도우미를 자처하며 앞장서 여러 반려견의 기운찬 모습에 주변까지 환해졌습니다.

 

씨앗 심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지만, 꼭 챙겨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산불 진화가 한창이던 때 만난 울진이. 울진이는 평소 노부부의 곁을 지켜주던 고마운 개였습니다. 화재가 번질 때 줄에 묶여 대피하지 못하다가, 다행히도 줄이 끊어져 도망칠 수 있게 됐지만 결국 노부부의 집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카라는 돌아오는 길에 울진이의 사체를 수습해 고이 화장해 주었고 울진이가 평생을 살다간 고향으로 이날 유골함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산불로 인해 다치고 끝내 사망한 소인 소원이도 만나고 왔습니다. 소원이의 장례를 치러준 곳에는 비석으로 남겨둔 돌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울진이와 소원이가 더는 아픔 없는 곳에서 부디 평안하길 바랍니다.

 

조금씩 남은 씨앗과 곡물은 마을의 추가적인 활동 지원을 위해 주민분께 전달했습니다. 카라는 울진에서의 구호 활동 중 산불 피해 주민이자 미생물 연구자분을 호월리에서 만났고 지역 상황 정보와 든든한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호월리 주민분은 지속해서 산의 변화를 모니터링해 주실 것이며, 조력이 필요하다면 카라는 언제고 추가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번 주말 울진에 단비가 내린다는 예보입니다. 봄비를 맞은 땅에서 조금씩 초록 새싹이 돋아오르고 산수유 나무가 자라나 산새에게 빨갛게 익은 열매를 주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산불 피해 지역의 숲이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오는 데는 최소 수십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지만, 우리의 관심이 초록의 숲을 조금 더 빨리 만날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울진에서 희망의 씨앗이 곳곳에서 움틀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카라와 함께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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