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성낙인 총장님과 우희종 수의과대 학장님, 그리고 이병천 실험동물자원관리원 원장님께 드리는 공개 질의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소위 식용 ‘개농장’의 개들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동물단체 “서울대 수의대, 동물실험에 식용견 사용 의혹”, 2017,11,09, 한겨레). ‘비글구조네트워크’(대표 유영재)에 따르면 지난 10월 27일 서울대 수의대 85-1동 인근에서 이른바 ‘식용견’으로 보이는 개들이 실험동물로 공급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는 것입니다. 유영재 대표가 비구협 카페에 올린 영상에는 철장에 갇힌 어린 도사견들이 트럭에 실려 있고, “실험동물을 공급하러 왔느냐”는 질문에 운전자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운전자는 자신이 개농장주들의 연합회인 ‘육견협회’ 소속이라고 밝혔습니다.

비구협과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은 서울대측이 관계 법령의 권고를 무시하고 비윤리적 방법으로 동물실험을 해왔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현행 실험동물보호법은 개를 포함한 9종을 ‘우선 사용 대상 실험동물’로 지정, “동물실험시설 또는 제15조제1항에 따른 우수실험동물생산시설에서 생산된 실험동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노력”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3년 서울대학교가 발간한 <윤리적인 동물실험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서울대학교는 생명의 존엄성과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여 동물실험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끊임없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고 자평하고 있는 바, 개농장을 통한 실험견의 구입은 이같은 ‘윤리적 노력’과는 상반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개농장은 개들의 복지를 철저히 무시한 비윤리적이며 비위생적인 대규모 집단 사육으로 세계적인 지탄의 대상입니다. 국내적으로도 금지 입법을 위해 다수의 동물단체들이 노력 중이고, 잔인한 개도살이 연일 사회 이슈로 대두되어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구조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한국의 현실에서 만약 서울대가 소위 ‘식용’ 개농장을 통해 개들을 공급받아 실험에 이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개농장 개들의 탄생과 사육 그리고 실험실로 공급되기까지 개입된 동물학대에 동의하고 다만 생명을 ‘성과 생산’을 위한 ‘도구’로 여긴 것에 다름아닙니다. 비록 실험견으로 희생된다 해도 이들 존엄한 생명의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며 연구자로서 동물실험윤리는 최후까지 지켜야 할 자존심이자 과학자로서의 의무라 할 터인데, 개농장에서 실험용 개들을 공급받았다면 소중한 생명을 다루며 연구할 자격을 의심받기에 충분합니다. 독수독과(毒樹毒果), 즉,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의해 발견된 사실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비윤리에 기반한 기술, 철학이 부재한 손끝의 능란함이 만든 학문적 성과는 독과에 불과하며 무의미합니다.

이번 사건은 어쩌다 우연히 발생한 실수가 아니라, 그동안 지속적으로 저질러진 잘못된 관행이라는 의혹이 짙습니다. 언론에 보도되기 이전, 이미 카라는 서울대학교에서 개농장을 통해 실험동물을 공급받고 있다는 의혹을 가지고 조사 중에 있었음을 이 기회에 밝힙니다. 이에 아래 내용을 공개 질의 드리오니 그간 홍보해 온 연구 성과가 비윤리적 생명 남용의 결과가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여 ‘국립 서울대학교’가 허명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 아래 -

(1) <서울대학교 동물실험윤리위원회 규정> 제5조는 위원회로 하여금 ‘실험동물의 생산•도입•관리•실험•이용과 사후처리의 적절성여부’를 심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개농장 개들이 사용된 실험의 ①연구 목적과 ②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심의 승인을 득한 것인지 여부를 공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 2000년대 중후반기 서울대학교 수의대 동물실험실의 모습은 전형적인 소위 ‘식용 개농장’과 다름이 없습니다(사진 참조). 이와 관련 현재의 실험견(대리모견 포함)들의 사육 환경과 보호 관리 사양을 ① 상세 사육 시설 ② 급식 ③ 운동 ④ 수용 규모를 포함하여 공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3) 실험이 종료된 개들의 ① 안락사 방법 및 사용 약제 내역 ② 개체별 사체 처리 내역 등을 공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대 수의과대 2000년대 중반 실험동물 사육 모습 1 - 외관상 개농장의 '뜬 장'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

서울대 수의과대 2000년대 중반 실험동물 사육 모습 2 - 식용 개농장의 개를 실험에 이용해 온 것이 드러난 서울대. 여전히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개를 실험하고 있는 걸까.

>>식용 '개농장' 개들을 실험용으로 공급 받은 서울대!  영상 보러가기 (출처: 비글구조네트워크)

http://cafe.naver.com/ArticleRead.nhn?clubid=28294099&articleid=7266&referrerAllArticles=true

** 관련기사 보기
<데일리벳>  카라 `식용 개농장 개들로 실험 의혹` 서울대에 공개 질의
<한겨레>  카라 “서울대 식용견 실험 의혹 진실 밝혀라”
<노트펫>  박제가 된 복제견 스너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정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