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카라는 부천에서 깡마른 프렌치불독을 비롯해 총 3마리의 동물을 애니멀호더로부터 구조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염려 속에 구조된 프렌치불독은 구조 후 24시간이 채 안 되어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함께 구조한 포메라니안 강아지는 옴에 감염되어 있었고, 고양이는 귀 진드기에 감염되어 있었습니다.
동물학대로 고발, 그러나 증거는 불충분했다
카라는 프렌치불독이 심각한 영양 결핍으로 사망한 원인이 반려인의 임 씨의 그릇된 ‘반려’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하루 세 번 13알의 사료를 줬”으며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은 개가 게으르기 때문”인데, 3개월령 강아지에게 하루 40알 남짓한 사료는 터무니없이 적으며 게으르기 때문에 움지기지 않는다는 판단은 너무나 비합리적이었기 때문입니다.
| 육안으로 보기에도 바짝 마른 프렌치불독 새끼.
카라는 부천 시민들로부터 임 씨의 동물학대에 대한 증거사진과 영상 등을 받았습니다. 시민들은 임 씨가 고양이를 던진 후 이웃과 갈등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바싹 마른 프렌치불독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진, 포메라니안을 두고 길가에서 청년과 임 씨가 갈등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경찰과 갈등하다가 신고자에게 폭언을 하는 영상 등을 보내주셨습니다.
카라는 이와 같은 자료와 임 씨의 주장- ‘하루 세 번 열 세 알의 사료를 준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과 수의사 소견서, 프렌치불독의 부검 결과지 등을 토대로 임 씨를 동물보호법으로 고발했습니다.
고발인(카라)와 피고발인(임 씨)의 조사가 차례로 이루어지고, 몇 차례 추가 자료를 제출한 끝에 돌아온 검찰의 판단은 임 씨에게 동물학대 혐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증거불충분이었습니다.
동물보호법 제8조(동물학대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3.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
프렌치불독의 사망 원인이 심각한 영양 결핍이었더라도, 임 씨의 집에서 사망한 것이 아니고 임 씨는 한참 부족할지언정 소량의 사료를 주었기 때문에 동물학대가 아니라고 합니다. 만일 임 씨의 집에서 프렌치불독이 죽었다면 동물학대일 것이라고 합니다. 프렌치불독은 분명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펫샵에 진열되어 팔려가 제대로 치료받지도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너무 늦게 구조되어 죽었는데요. 만일 우리가 그래도 살려보려고 달려가지 않았더라면, 그는 동물학대를 저지른 게 맞는 게 되는 것일까요?
이 와중에 누군가 동물들을 임씨에게 또 팔았다
임 씨는 카라가 동물들을 긴급 격리한 후 펫샵에서 동물들을 더 사 왔습니다. 웰시코기, 푸들, 빠삐용으로 보이는 개 각각 한 마리와 검정색 털 짧은 고양이 한 마리 총 4마리가 또 다시 임씨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그는 기존에 있던 흰 페르시안 친칠라까지 총 다섯 마리 동물들을 좁고 비위생적인 원룸에서 기르며 카라 활동가들을 절도와 동물학대죄 등으로 고발을 했습니다. (그의 고발은 모두 기각 당했습니다)
| 여전히 더럽고 비위생적인 환경, 사료를 주자 동물들이 허겁지겁 배를 채웠다.
이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치밀한 동물보호법의 개정과 엄격한 적용, 강한 처벌입니다. 동물을 학대한 사람이 더는 동물을 키우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하루만에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 적용할 수도 없고, 임 씨가 더 이상 동물을 사지 못하도록 할 수도 없고 그가 데리고 있는 동물들을 격리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법과 제도가 동물들 제대로 보호할 수 없는 막막한 현실에서 카라가 동물들을 지킬 방법은 임씨의 수백번의 폭언과 집요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구조해 온 동물들을 내 주지 않고 버티는 길 뿐이었습니다. 임씨가 동물을 제대로 돌보는 사람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동물을 돌려줄 수 없었습니다. 힘들어도 오래 걸리더라도 임씨가 변화하도록 해야 했고, 부천시의 공적 영역에서의 역할이 필요했습니다.
부천시청과의 협력, 성과와 한계
당장의 최선은 부천시청이 임 씨에 대해 계도, 관리하며 동물돌봄의 정보를 제공하면서 동물들을 보호하는 것이었습니다.
카라는 프렌치불독이 사망한 후 부천시청에 임 씨가 제대로 동물들을 돌볼 수 있도록 정보 제공 및 관리와 지도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부천시청에서는 관할 사항이 아니며 오히려 카라가 임 씨에게 동물들을 돌려줘야 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당시 카라는 시민 분들게 부천시청에 대한 강력한 항의를 요청드리고 많은 시민 분들이 민원을 넣어주셨는데요, 그 덕분인지 부천시청은 그 이후로는 매우 협조적으로 임 씨의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동물보호감시원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해 주었습니다.
| 동물이 사는 공간이 위생적이여야 한다는 사실을 외면하던 임 씨.
부천시청 담당자는 임 씨를 설득해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동물들의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진행했고, (그렇게 싫어하던) 예방접종도 진행했습니다. 주기적으로 찾아가 집안과 동물들의 상태를 점검한 덕에 임 씨는 집 안을 이전보다 비교적 깨끗하게 청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집 안 영상을 촬영해 집이 깨끗하다고 카라 활동가들에게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얼마 가지 않아 집은 다시 더러워졌지만, 전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때에 비하면 발전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8월 중순, 카라 활동가들은 부천시청으로부터 ‘강아지 한 마리가 집에 없다, 본가로 보냈다고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무렵 시민으로부터 다시 ‘그 아저씨가 개를 데리고 나왔다는데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인다’는 제보를 듣고 집을 방문하려 준비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카라 활동가들은 임 씨를 다시 찾아갔습니다. 파피용으로 추정되는 강아지가 없었습니다.
임 씨도 동물의 행복을 고민했다
임 씨의 집은 여전히 더러웠습니다. 고양이 화장실에는 대변이 가득해 파리가 날아다니고 있었고 육안으로 보기에 웰시코기는 약간 말라 있었습니다. 다른 동물들은 긴 털에 가려져 있었지만 우선은 상태가 괜찮아 보여 다행이었습니다.
임 씨는 대화를 거부하며 문을 닫았지만 초인종을 누르면 나와서 다시 문을 열긴 했습니다. 몇 차례 문을 열고 닫는 것을 반복하고, 카라 활동가들이 언성을 높였다가 조곤조곤 설명하기를 몇 차례 반복하던 끝에 결국 카페로 가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대화가 몇 번 도돌이표 돌 듯 하긴 했지만, 임 씨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프렌치불독을 살려내지 않으면 더 이상의 대화는 없다.
2. 프렌치불독은 카라가 죽였다. 영양결핍이 아니다.
3. 프렌치불독과 데려간 두 마리는 이미 팔지 않았냐. 마음대로 해라. 아니, 데려와라. 아니다, 마음대로 해라.
4. 집에 데리고 있던 강아지 한 마리는 본가에 갖다놨다. 카라에 그걸 증명할 이유는 없다.
5. 사실, 지금 집에 데리고 있는 아이들 때문에 고민이다. 개들이 크니까 걱정도 된다...그 애들의 행복을 위해서 남에게 줘야 하는지... 이사를 지금보다 더 넓은 데로 가야 하는데 그것도 고민이 많고...
임 씨는 정서적인 결핍을 동물로 채우고 있다고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는 프렌치불독의 죽음에 대해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며 지금 기르는 반려동물들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습니다. 문제는 그의 반려와 사랑이 사회적인 기준에서 무척 부적합한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동물을 기르는 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이 부재한다는 것입니다.
카라 활동가들은 임 씨에게 동물의 숫자가 많은 것이 전부가 아니라 한 마리를 키워도 잘 키우는 것이 서로에게 좋고 옳은 것이고, 언제든 카라가 그의 반려동물들을 인계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입양을 보내고 싶다면 연락을 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만 중성화를 해서 키우는 것은 어떠시냐고 카라가 돕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더불어 동물들이 지금 상태에서 더 나빠지고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때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대화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애니멀 호딩 금지법’, 다른 희생을 막아줄까
지난 해 기동민 의원이 동물을 방치하는 것을 처벌하는 소위 ‘애니멀 호딩 금지법’을 대표 발의했고, 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번 9월 21일부터 관련법이 시행됩니다.
동물보호법 8조 ②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학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3의2. 반려(伴侶) 목적으로 기르는 개, 고양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공간 제공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사육ㆍ관리 의무를 위반하여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시키는 행위 |
이를 두고 카라는 세부 시행규칙이 진정 동물 방치와 이로 인한 상해 및 질병 유발을 제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어떤 개인이 몇 십, 몇백 마리를 감당하지 못하면서도 동물을 기르는 것 뿐만이 애니멀호딩이 아니라, 임 씨처럼 네 마리, 다섯 마리를 키우더라도 그 환경과 삶의 질을 가누지 못하는 것 또한 애니멀호딩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만들어내기 위해 단체의 입장을 강력히 표명하고 있는 중입니다.
만일 이번 법안이 실효성을 얻게 된다면 임 씨를 비롯한 우리 일상 속의 애니멀호더들의 동물학대를 막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애니멀호더를 처벌하는 것과 동시에 그가 데리고 있던 동물들의 거취와 안전 문제도 해결되어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동물을 물건처럼 대량 매매하고 아무나 동물을 살 수 있고 함부로 버릴 수 있는’ 사회 문제도 해소하는 작업도 계속 진행되어야 그 법이 좀 더 완전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부천 애니멀호더 사건에서 건져낸 작은 기적
두 달간 씨름했던 임 씨에 대한 이야기는 일차적으로는 일단락 됐습니다. 동물학대죄를 묻지 못했고, 그에 대한 법적인 이야기는 9월 21일 이후로 다시 미뤘습니다. 그에 대한 법적인 이야기와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수 많은 비슷한 이야기들은 9월 21일 이후에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을까요? 카라는 임씨가 이제는 커져서 버거뤄진 동물들을 누군가 잘 키워주길 바란다며 카라에 연락을 줄 그날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부천시청과 계속 협업할 예정입니다.
한편, 두 달 전부터 카라 더불어숨센터 사무국에는 작고 사랑스러운 생명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프렌치불독과 함께 구조했던 어린 포메라니안입니다. 옴 진드기에 걸려 있을 때 임 씨에게 진드기 치료를 하겠다고 하자 “옴도 생명이니 죽이지 말아주세요”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그리하여 카라가 무단으로 치료한 강아지입니다. 강아지들의 소유권 문제가 여전히 카라의 어깨를 짓누릅니다만 우리는 감당할 것입니다. 이들은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만 생각하겠습니다.
체중 600g의 티컵 강아지, 너무 어린 나이에 어미로부터 박탈된 아기, 체구가 너무 작아 옴 진드기 치료가 힘들고, 몸집을 좀 불린 다음에 진드기 치료를 해야 해서 그 동안 털이 많이 빠졌었습니다. 활동가들로부터 ‘옴마니(옴 많이)’, ‘이리옴(이리 온, 옴 많은 애야)’ 등의 별명을 얻으며 천방지축 뛰어다녔던 개, ‘도치’는 현재 영특함을 빛내며 입양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메리칸 숏헤어 고양이 ‘헬리’도 고양이 연구실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을 무척 좋아하고 다른 고양이들과도 잘 지냅니다. 어린 시절 도치와 함께했지만 최근에 다시 만나도록 했더니 냥냥펀치를 날렸습니다. 강아지가 있는 집에 가도 썩 잘 지낼 것 같습니다. 이미 입양신청이 꽤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좁고 비위생적이던 임씨의 집에서 구조된 두 마리 동물들. 가족을 기다리는 이들은 분명 품종은 상관 않고 평생동안 건강하고 예쁜 반려를 해줄 입양 가족의 품에 안길 것입니다. 카라는 우리 사회의 구멍난 방패, 동물보호법의 개정과 보완을 위해 최전선에서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이어지는 애니멀호딩 대응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도치와 헬리의 입양은 카라 홈페이지 – 입양하기에서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최연정 2018-10-01 12:47
늘 감사합니다~ 응원하겠습니다^^
이재은 2018-09-29 16:55
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