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웠던 강아지 포이가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

  • 카라
  • |
  • 2023-08-01 17:14
  • |
  • 520



사랑스러웠던 강아지 포이가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


포이는 지난 2021년 여름, 달봉이네 사설보호소에서 구조되어 다른 개들과 함께 더봄센터에 입소했습니다. 재개발지역에 버려져 사회화 시기를 놓친 달 봉이네 개들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었고 이는 포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활동가들은 그런 포이에게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을 작은 것부터 하나씩 가르쳐주기 시작했습니다.


달봉이네 보호소에서 구조된 후부터 포이가 겪는 모든 일은 온통 첫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사람 손 위의 간식을 먹은 날, 첫 목줄, 첫 산책, 첫 목욕까지 포이의 하루하루는 처음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주 천천히, 포이와 활동가의 거리는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포이는 활동가가 보이면 반갑게 꼬리 쳐주는, 미소가 이쁜 강아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포이는 이후 본격적으로 해외 입양을 준비하기 위해서 훈련소에 입소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도 포이는 매번 용감해진 모습으로 활동가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도시를 누비고 공항에도 미리 가봤습니다. 목줄을 놓고도 이름만 부르면 사람 앞에 설 정도로 사람을 믿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입양이 코앞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을 때쯤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포이는 지난 7월 5일 갑자기 컨디션이 악화된 모습을 보였고 급히 24시 동물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검진 결과 포이는 급성폐렴을 진단받았습니다. 폐의 반 이상에 폐 침윤이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여 고압 산소치료까지 받으며 최선의 의료 조치를 취했지만, 포이는 그날 저녁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활동가들은 늘 이별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동물들을 만납니다. 하지만 포이와의 이별은 입양을 통한 기쁜 이별일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입양을 목전에 두고 마주한 포이의 죽음은 너무나 급작스러워 실감조차 나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구조되었더라면,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무엇이 하나 바뀌었을까 하는 가정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포이에게 알려줬던 건 아마도 사랑을 전해주는 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에게 천천히 다가가 손바닥을 핥고 반짝이는 눈망울을 들여다볼 수 있게 허락해 줬던 포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해주고서 떠났습니다. 그렇게 포이의 사랑을 전해 받은 사람들이 다시 포이를 애도하고 기억한다는 사실이 작은 위로가 됩니다. 지금쯤 포이는 무지개다리 건너편에 잘 도착했겠죠. 그 너머에서는 즐거웠던 기억만 안고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강아지 포이의 명복을 빌어주세요.


🙏 아직도 더봄센터에는 포이처럼 달봉이네 사설보호소에서 구조되어 머물고 있는 개들이 많습니다. 포이에게 못다 전한 사랑만큼 달봉이네 구조견들이 모두 세심한 돌봄 끝에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