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바란다.
지난 7월 19일 문재인 정부는 국가비전과 국정목표, 100대 국정과제 등이 포함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기치 하에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가 주어지는 대한민국을 약속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길이 기억될 촛불혁명의 뜨거운 정신을 국정에 고스란히 담아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지의 소산으로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힘찬 여정의 청사진이 되어줄 것이다. 특히 이번 100대 국정과제에 과거 그 어떤 정부도 명시한 바 없던 '동물복지'와 '사람과 동물의 공생'을 천명한 것은 국가 차원의 동물보호를 적극 요청해왔던 동물단체로서 매우 반갑고 기쁜 일이다.
하지만 새정부가 제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여전히 잔인한 동물학대가 빈번히 발생하는 현실에서 말 못하는 동물들의 고통을 대변하고, 가련한 동물들을 위해 한뼘의 공간을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생명존중 사회의 도래를 고대하던 시민들에게 실망과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동물복지와 보호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결국 독립된 100대 국정 운영 과제로서 제시되지 못했다. 조류독감으로 4,000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하는 초유의 국가 재난 사태를 겪고도 동물복지와 보호는 여전히 환경과제의 일부이거나 먹거리의 일환으로서 소극적으로 포섭되고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동물복지 프레임의 변경과 질적 향상을 요구해왔던 동물보호단체들은 이 땅에서 그 어떤 문제보다 시급한 동물보호와 동물복지의 과제가 우선시 되고 있지 못함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는 건강한 생명국가>라는 슬로건 하에 △동물의료협동조합 등 민간동물 주치의 사업 활성화 지원 △보편적 동물복지축산 기준 마련 △반려견 놀이터의 확대 △반려동물 행동교육 전문인력 육성 및 지원센터 건립 △유기동물 재입양 활성화 추진 △길고양이 급식소 및 중성화(TNR) 사업 확대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에 동물보호 전담기구 설치 △어린이 동물보호 교육 강화 등 동물복지종합계획 추진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 △표준진료비 자율적 마련 △개식용 금지 단계적 정책 실현 등 다양한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19일 발표된 국정과제가 ‘요약본’이며 추후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이 추가 발표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중앙정부와 지자체 전담기구 설치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으며 보편적 동물복지축산 기준 마련 등 적지 않은 내용이 누락된 것은 기대를 모았던 문재인 정부가 과연 얼마나 과단성 있는 동물보호를 추진할 수 있을지 염려케 한다. 사회적 동물보호의 필요성을 명확한 국가 과제로 확실하게 제시하지 못한 만큼 추진될 정책 내용이 모호한 측면 또한 크다. 실질적 동물복지의 향상을 꾀한다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구가 부재한 현 상황에서 동물보호 전담기구의 설치나 법제 정비 추진체 등 동물보호의 실질적 강화를 도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었어야 했다. 또한 반려동물 보호를 위한 개식용 종식을 목표로 설정하여 단계적 정책 수립에 들어가야 하고, 복지축산 확대가 말에 그치지 않으려면 보편적 동물복지축산 기준 마련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것이 부디 ‘공약의 후퇴’가 아닌 우리의 기우이길 바란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에는 동물들도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에게도 ‘정의’는 절실하다. 생명으로서 존중받을 권리, 학대 당하지 않고 이유없이 죽지 않을 권리는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적용되는 당연한 권리이며, 국가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정부가 가장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정책과제이다. 다른 생명과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은 시대적 과제요, 적폐청산과 진정 정의로운 나라를 원했던 국민들의 새정부에 대한 명령이기도 하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종차별을 넘어 인간과 비인간 동물 모두에게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해 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이번에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수정보완을 통해 동물복지 및 보호에 대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 분명히 반영되어야 한다. 그를 위해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께 동물단체와의 면담과 대화를 간곡히 요청하는 바이다. 그럴 때만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염원하는 ‘건강한 생명국가’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국민과 함께 올곧게 세워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7월 27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유관단체협의회, 동물자유연대
*아래는 기자회견 직후 청와대에 제출한 의견서와 대통령 면담 요청 내용입니다
동물단체가 드리는 국정과제 의견서 및 면담 요청 |
국민들의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잔인한 동물학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동물복지에 큰 진전을 이뤄줄 것을 기대했던 새 정부이지만 발표된 핵심 국정과제에 나타난 정부의 동물보호·복지정책 추진의지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불충분합니다. 이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자유연대, 동물유관단체협의회는 동물이 보호 받고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의 실현을 위해 3개 단체가 제시하는 정책을 반드시 수렴하여 주셔서 현재 국정과제의 미비점을 보완, 보다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동물보호 로드맵을 제시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리며 아울러 조속한 시일 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합니다. |
보편적 복지축산 기준 마련과 축산정책 프레임 전환 (공장식 축산--->복지축산)
❍ 배터리 케이지와 돼지 스톨 철폐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타임 플랜 마련
❍ 동물복지 축산이 보편적인 축산의 기준이 될 수 있도록 패러다임 전환과 강력한 지원
진정한 반려동물 보호를 위한 개식용 종식 로드맵 수립
❍ 개식용 종식을 위한 전국적 실태조사
❍ 실태조사에 기반하여 개식용 종식을 위한 구체적 계획 수립 제시와 실행
동물보호 전담기구 설치 및 동물보호 법제 강화
❍ 효율성 있는 정책 추진과 부처 업무 조율 가능한 위상의 정부내 전담기구
❍ 지방자치 동물보호 업무 전담 인력과 부서 의무 설치 (2017. 7. 27,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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