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제대로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우리 헌법에서 동물의 보호를 선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최근 들썩이는 헌법 개정 논의에서 동물권이 빠질 수 없습니다.
지난 10월 15일은 <동물권 개헌을 위한 동물행동>의 첫 번째 외침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카라는 시민들과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동물 대변인’들과 국회 개헌 발언대를 찾아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 냈습니다.
‘동물이 권리를 가지는가’에 대한 논의보다는 ‘어떻게 동물권을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동물들의 권리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1부에서는 ‘동물권’에 대한 배경과 역사를 소개했습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내빈으로 참석해 “동물들이 더 이상 인간이 관리해야 할 대상이나 도구가 아닌 생명으로서 평등한 권리를 부여받아야 한다”며 축사를 전해주셨고요. 카라는 세계 동물권 선언을 낭독하면서 오프닝을 마무리했습니다.
2부에서는 각 동물의 사진을 든 동물 대변인이 나서서 실존 피학대 동물들의 사례를 전했습니다.
생명 존중을 강력히 소망하고 그를 위해 실천하시는 시민 분이 참여해 주셨고요. 핫핑크돌핀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한국고양이보호협회, PNR 등 동물보호단체와 녹색연합, 세상을바꾸는꿈 등 시민단체도 함께 닭, 돌고래, 쥐 등 10종 동물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진승민 님은 닭의 목소리가 되어주셨습니다.
“안녕? 나는 닭이야. 매일매일 달걀을 낳지만 한 번도 내 아이들을 본 적은 없어. 달걀을 낳으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거든. (…) 멀쩡한 동물 4천만 마리가 살처분된 지난 조류독감의 기억은 너무 충격적이야. 감염 여부와 상관없는 예방적 살처분과 생매장을 멈춰주면 좋겠어. 우리를 제발 생명으로 여겨줘!”
세상을바꾸는꿈 김지혜 님은 돼지의 목소리가 되어주셨어요.
“삼겹살을 좋아해? 사람들은 나를 빨리 살찌워서 잡아먹으려고 안달인 것 같아. 하지만 내겐 삶이 달린 문제야. 도축장은 너무 끔찍해. 도살장에 도착한 돼지들이 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우린 전기충격을 당하거나 구타 속에 억지로 끌려 내리지. 도살장 문턱에서부터 우리는 이미 ‘고기’일 뿐이니까.”
동변 권유림 님은 개의 목소리가 되어주셨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하지만 정말 그럴까? 많은 것들이 참 일방적으로 이뤄져. 사람들은 바라는 대로 되지 않으면 화부터 버럭 내곤 하지.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꼭 우리 탓을 해. 우린 사람들에게 배운 대로 행동했을 뿐인데… (…) 개식용 농장은 또 뭐냐고? 몸집이 큰 개들을 뜬 장에서 무한번식 시키며 음식쓰레기를 먹이고 결국 불법 도살해서 유통시키는 곳이지.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고서는 개식용 농장이 존재할 수 없지만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개들만 계속 죽어나갈 뿐이지. 난 내가 개농장으로 흘러들어 고기가 되지 않은 운명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
동물보호단체 카라 이순영 활동가는 고라니 ‘12-585’ 의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2012년 10월 말 내가 농수로에 갇혀 있을 때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나를 구조하여 ‘12-585’라는 번호를 붙여주었어. 사람들은 고맙게도 나를 치료해준 뒤 발신기를 달아 깊은 산에 방생해 주었지. (…) 나의 사체는 2012년 12월 27일 발견 되었어. 머리는 떨어져 나가고, 껍질은 발린 채, 네 다리 아래 뼈와 발굽만이 달려 있어 처참한 몰골이었다고 해. 나는 방생 후 고작 38일 만에 밀렵을 당하고 만 거야.”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박선미 님은 고양이의 목소리가 되어주셨습니다.
“고양이 학대 사건이 늘 쏟아지는데 이러다 큰 일 나는 거 아니냐고? 물론 내가 아는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들도 많아. 잔혹 범죄로 인해 애꿎은 고양이들이 목숨을 잃은 경우도 많고. 알 수 없는 혐오의 근원이 무엇인지 나도 궁금해. 사람들의 복잡한 속을 내가 어찌 알겠어. 또 고양이들이 여전히 ‘나비탕’으로 희생되고 있다는 소식도 듣고 있어. 나비탕이 관절에 좋다는 근거 없는 미신은 이제 사람들이 좀 분별하여 믿지 않기를 바래.”
핫핑크돌핀스 황현진 님은 고래, 그중 대표적으로 돌고래 ‘태지’의 목소리가 되어주셨습니다.
“나는 일본 타이지에서 잡힌 뒤 한국 수족관으로 팔려오게 됐어. (…) 나도 바다로 돌아간 친구들처럼 고향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나는 제주 앞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던 남방큰돌고래가 아니라 타이지에서 수입된 큰돌고래이기 때문에 바다로 쉽게 돌아갈 수 없는 처지인가 봐. (…) 중간 기착지로서 돌고래보호소 역할을 하는 바다 쉼터라도 있다면 한국에 있는 타이지 큰돌고래들에게도 큰 희망이 될 텐데. 나는 언제쯤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PNR 서국화 님은 오랑우탄, 그중 대표적으로 ‘오랑이’의 목소리가 되어 주셨습니다.
“난 나무도 무척 잘 타고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 위에서 보내. 하지만 나는 지금 쥬쥬 체험동물원에서 살고 있지. 동물원 전시관은 숲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환경이야. (…) 체험동물원에서 사람들은 동물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금세 실망하고 말아.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야외벤치에서 사람들을 환대해야 할 때도 있지. 그리고 이런 걸 생태설명이라고 하더군. 동물원 동물들은 늘 사람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나 봐.”
녹색연합 최승혁 님은 곰, 그중 대표적으로 ‘곰례’의 목소리가 되어 주셨습니다.
“난 강원도 한 농가에서 살고 있는 곰이야. 뭐라 그러더라. 한국 사람들은 우리를 사육곰? 사육곰이라고 그랬던 거 같은데. (…) 우리가 철창에 갇혀 사육되는 이유는 단 하나야. 우리 몸에 들어있는 쓸개라는 것이 인간들 건강에 아주 좋기 때문이지. 태어난 지 10년이 지나면 우린 도축 당해. 인간들은 우리 배를 갈라 쓸개를 가져가지. 우린 어둡고 끔찍한 그곳에서 태어나, 적어도 10년이 지나야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어. 죽은 채로 말이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님은 쥐의 목소리가 되어 주셨습니다.
“나에게 실험을 한다고 해서 그 결과가 인간에게서 똑같이 나오리란 보장은 없어. 심지어는 우리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실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우리를 죽이는 방법을 택하는 경우도 있어. (…)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편을 택하고 싶어. 크기가 작다고 생명의 무게까지 작은 것은 아니야.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고통을 피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어.”
햇살냥이에서는 비둘기의 목소리가 되어 주셨습니다.
“안녕? 내 이름은 비둘기, 아니 닭둘기야. 사람들이 나보고 뚱뚱하다고, 날지 못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야. (…) 과거에 우리 조상들은 평화의 상징이라느니, 전서구라니, 여러 귀중한 가치를 받아 왔지만, 세월이 지나고 우리의 천적들이 살 환경이 없어지면서 우리의 수는 늘었어. 우리 존재 자체가 죄라면, 우리는 태어난 게 죄인 거지? 우리 수가 줄어서 천연기념물 친구들처럼 되어야 우리도 같은 생명이란 걸 알아줄까?”
인간이 동물을 존중하는 것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존중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동물의 권리’를 헌법에 명시해 동물 그 자체를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은, 비단 비인간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 동물을 포함해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오늘은 내가 동물대변인, 나의 목소리를 들어줘!’는 동물의 권리를 헌법에 명시하기 위한 첫 캠페인이었습니다. 카라는 앞으로도 동물권을 헌법에 넣기 위해 부단히 뛰겠습니다. 함께 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