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화장품 때문에 동물이 고통 받아서야”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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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0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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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새로운 원료를 개발하는 경우가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동물실험을 안할 수 있다. 그런데도 동물실험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두는지 답답하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Humane Society International)’ 독성연구국장과 ‘비 크루얼티 프리(Be Cruelty-Free)’를 맡고 있는 트로이 세이들(Troy Seidle) 박사는 한국이 화장품 관련 동물실험을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개정, 공포된 동물보호법에는 화장품 관련 동물실험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빠져있다. 국회 의원, 시민단체와 등이 제안한 ‘화장품의 원료, 원료의 조합, 완제품의 제조·생산 및 판매를 위한 실험 금지’는 반영되지 않은 것.

이는 동물대체시험법이 완벽하지 않아 아직은 동물실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열린 ‘한국피부장벽학회 2013년 워크숍’에서도 임경민 이화여대 교수는 “2011년 동물 대체시험법 연구 진행사항에 대한 중간 검토 결과, 전신독성 부분에 대해서 5~7년 또는 발암성, 만성독성 같은 일부 항목에 대해서는 그 시기를 예측조차 불가능하다고 논했다”면서 “기존의 동물실험들, 특히 전신독성을 예측하는 동물시험들을 모두 대체하기 위한 동물대체시험법을 개발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기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세이들 박사는 “OECD 동물대체시험법 검증 가이드라인은 과학자들에게 과학적인 객관성을 검증받은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에 대해 찬반 논란이 있는 만큼 그에게 다소 공격적으로 질문했다.

가령, 그는 동물실험의 반대 이유로 “얼마전 제약업계가 연구한 동물실험 결과 가운데 92%가 사람에게 안맞았다”고 제시했다. 이 답변이 나오자 마자 “8%는 사람에게 유의미한 결과라는 의미인데, 이 또한 사람에게 중요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에게서 즉답이 돌아왔다. “10년 동안 많은 돈을 들여 100개 이상의 약품 테스트를 했는데 8개만 사람에게 유효하다면 투자에 비해 당황스러울 정도로 적은 결과”라면서 “산업적으로도 낭비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람을 위하고, 비용을 줄이면서 정확한 시험 결과를 얻기위해서는 동물대체시험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다시 반격했다. 나노물질을 함유하는 화장품처럼 효과가 좋아지면 그만큼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동물대체시험법이 완전할 때까지는 동물실험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나노 물질 같은 경우 피부 침투력이 깊다. 나노는 피부를 통과해 혈관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독성이 어디까지 퍼질지 모른다. 이는 아무리 동물실험을 해도 부작용을 알 수 없고, 안전성을 100% 보장할 수 없다.”

화장품 관련 기업들이 ‘진짜’ 동물실험을 안하는지 확인하기도 힘들고, 기업들이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는 질문도 던졌다.

“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화장품 동물실험을 안한다고 했으면 ‘약속’인만큼 지켜야 한다. 그리고 ‘비 크루얼티 프리(Be Cruelty-Free)’를 종종 오해한다. 과거에 동물실험을 거친 원료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점부터 책임감 있게 동물실험을 안하고, 중국처럼 동물실험을 요구하는 나라에도 판매를 안하는 것을 말한다.”

동물대체시험법이 선진국의 또다른 무역 장벽이 아니냐고 넌지시 물었다. 동물실험금지가 후발 주자의 화장품산업 발전을 막으려는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중국 정부 관계자의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무역 규제라기 보다 동물시험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물대체시험법을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보는지도 궁금했다.

“동물대체시험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사람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동물실험은 비용적인 면에서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든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동물대체시험 관련 연구소가 많이 생기면 해외에서 검증 요청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적극적이어야한다.”

이어 그는 “화장품은 사람이 쓴다”면서 “동물대체시험법은 동물실험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또한 동물들이 실험으로 받는 고통이 너무 크다. 동물에게 억지로 삼키게 한다거나 눈에 바르게 하는 것은 큰 문제다. 이것은 도덕적 이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지만 동물을 얼마나 더 희생하면서 화장품을 사용해야하는지 소비자에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www.ekara.org)가 조사한 ‘화장품 동물실험에 대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장품 제품과 원료 동물실험 금지에 대해 전국민의 70.2%가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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