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인간의 오락도구가 아니다 ④ - 사라진 쥬라리움 바다코끼리 행방추적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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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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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인간의 오락도구가 아니다

- 사라진 쥬라리움 바다코끼리 행방추적 -

 

 

 

1. 멸종위기종 보호규제의 한계

 

2011년 쥬라리움은 생후 8개월 암컷과 18개월 수컷 바다코끼리 1쌍을 러시아 해양동물연구센터 틴로연구소에서 수입했습니다. 보통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야생생물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교역에 관한 협약(CITES)’ 하에서 거래가 규제됩니다. 협약 부속서는 I , II , III 급으로 분류되어 있고, 등급에 따라 동식물들의 교역 규제가 달리 적용됩니다.



<사진1> 테마동물원 쥬쥬로 옮겨 온 아기 바다코끼리들


카라는 2017년 상반기 이후 매맞던 바다코끼리 베누스가 폐사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1년 후 남아있던 마루스가 쥬라리움 내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제보를 받게 됩니다. 쇼에 이용되던 마루스가 어디로 간 것이고, 베누스는 왜 폐사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먼저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나라는 CITES 부속서에 속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종 규제를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마련하고 있습니다. 야생동물보호법 23조에 따르면 국제적멸종위기종(부속서 I, II, III)의 양도폐사의 경우, 폐사질병신고서를 작성, 지방환경관청장에 제출해야 합니다. 또한 동법 19조에 따르면 국제적멸종위기종의 수출수입의 경우, 허가신청서를 작성, 지방환경관청장에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쥬라리움을 관할하는 한강유역환경청에 문의하여 베누스 폐사 신고서와 마루스의 수출 허가 정보를 요청했으나 확보할 수 없었습니다. 이유는 캐나다에서 수입한 바다코끼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사진2> CITES 부속서의 주요 내용 (환경부)

<사진 2>의 표를 보면 각 부속서 별로 주요 대상종을 나누어 거래 규제를 두고 있습니다. 부속서 I 급과 II 급의 규제 대상종은 최고 의결기구인 CITES 당사국총회의 채택을 통해 결정되지만, 부속서 III 급은 당사국이 1차 결정하고 사무국에 통지하여 결정하게 됩니다. , 당사국인 캐나다는 자국에 서식하는 바다코끼리를 주요 대상종 목록에 올린 것이고, 이것이 부속서에 반영된 것입니다. 바다코끼리는 캐나다뿐만 아니라 배링해협, 그린란드, 러시아, 알래스카 등 여러 나라와 지역에도 분포하여 서식합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바다코끼리를 대상종 목록에 올리지 않았다면, 캐나다가 아닌 다른 원산지의 바다코끼리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쥬라리움의 바다코끼리 원산지는 러시아이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아니므로 폐사 원인과 수출 정보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부속서 III 급에 해당하는 바다코끼리이지만 원산지가 캐나다가 아니기 때문에 소유자는 폐사 사유를 당국에 신고할 의무도, 어디론가 보내기 위해 허가받을 의무도 없습니다. 결국 마음대로 처분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으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지만, 추적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카라는 해외로 수출된 바다코끼리 마루스가 좀 더 나은 곳으로 이동된 것인지 아니면 쥬라리움보다 더 심한 동물쇼 업체로 넘어간 것인지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이정미 의원실의 협조를 얻어 마루스의 행방을 파악한 결과, 중국 항저우에 소재한 ‘Hangzhou Changqiao Tourism Investment Group’에서 마루스를 수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사진3> 일산 쥬라리움 바다코끼리 수입업체 정보




2. ‘수출이란 이름 속 유기라는 학대

 

카라가 입수한 자료 상의 업체는 수족관(Aquarium)이나 동물원(Zoo)이 붙지 않은 것을 근거로 마루스를 수입한 중간 유통업체로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회사를 거쳐서 수족관 또는 동물원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루스가 최종적으로 도달한 곳이 어디인지 확인하기 위해 항저우 지역 내 수족관 및 동물원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Polar Ocean Park’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35억 위안(5,800억원)을 투입하여 확장 공사하고 19개 테마 공간에 흰돌고래, 고래, 돌고래, 바다코끼리 등 7여 종의 해양포유류를 보유한다며 홍보합니다.



<사진4> 항저우 신문에 난 폴라오션파크 홍보 기사 (www.hangzhou.co.cn)


마루스의 수출 허가일은 2018221일이고, 실제 수출된 날짜는 22일입니다. 폴라오션파크가 새롭게 개장하는 2월에 맞춰서 마루스가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또는 항저우 내 다른 수족관으로 이동했을 수 있습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폴라오션파크가 최종목적지인지 확실히 하기 위해 주소를 파악한 결과, 수입업체 주소와 폴라오션파크의 주소가 동일함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마루스는 폴라오션파크로 수출된 것입니다. 



<사진5> 항저우 폴라오션파크 주소와 수입업체 주소


폴라오션파크는 여의도공원 면적(23) 크기에 매년 1천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중국에서 가장 큰 해양공원 중 하나이자 중국 동부 지역에서 가장 큰 테마파크입니다. 이곳이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전시와 쇼입니다. 특히 쇼의 경우 야외, 실내를 가리지 않고 사람과 동물 모두가 온갖 쇼를 벌이고 있습니다. 파도를 타며 돌고래가 뛰어오르고 뒤집으며 멋진 공연을 선보인다는 돌고래 쇼”, 벨루가의 키스를 얻으려는 북극해 투어”, 멋진 무술을 보여준다는 바다사자 쿵푸 쇼등 현란한 내용으로 동물쇼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사진6> 폴라오션파크 사이트 이미지 (http://www.hz-polar.com/home/theme) 




이렇게 인간의 손놀림으로 거대한 야생동물들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하려면 상당한 조련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폭력이 수반될 수 밖에 없습니다. 쥬라리움의 바다코끼리 폭행 사건도 조련 과정에서 발생했던 점을 보더라도 폴라오션파크의 동물들이 고난도 쇼를 보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학대를 당했을지 짐작됩니다.

그러나 조련 과정 외에도 조련사 또는 사육사가 다치지 않게 할 목적으로 공공연한 학대가 발생합니다. 과거 쥬라리움 사육사로 근무하던 제보자에 의하면 사육사의 안전을 위해서도 (폭행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폴라오션파크라는 메가급 동물쇼업체로 간 마루스와 다른 야생동물들은 그들의 야생성을 잠재우기 위해서, 사육사와 조련사의 안전을 위해서, 원하는 동작과 행동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 빈번한 폭행과 학대를 받았을 것입니다.

 


3. 동물은 인간의 오락도구가 아니다

 

지금까지 추적한 결과, 쥬라리움은 결국 쇼에 이용되던 마루스를 더 심한 동물쇼업체로 보내버린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폴라오션파크는 쥬라리움보다 매우 강도높은 동물쇼를 진행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 곳으로 보낸 것은 수출이란 이름으로 유기한 것과 다를바 없으며 야생동물에 대한 쥬라리움의 책임감은 그 어디에도 볼 수 없습니다. 대체 어떤 이유로 마루스를 보낸 걸까요? 쥬라리움 관계자에 문의하니 이런 답변을 받았습니다. “몸집이 커져서 보냈다.” 



<사진7> 현재 폐쇄된 쥬라리움 바다코끼리 전시장 (2018. 10)


동물원을 등록하려면 보유할 종과 개체수, 전시시설과 사육시설 면적, 전문인력 수 등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 사육할 동물에 대한 철저한 계획을 사전에 마련해야 하는 것입니다. 관리자의 답변이 바다코끼리의 몸집이 커져서 사육할 공간이 없다는 의미라면 애초에 들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쥬라리움 관계자의 답변은 성체가 되었을 때 얼마나 커질지 파악하지 않아서 그냥 아무곳에나 보내버렸다와 다를바 없습니다.

카라가 궁극적으로 확인하려 했던 마루스의 모습을 확인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쇼에 동원되었다면 온라인 상에 홍보가 되었을 것이지만 어디에서도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카라는 현장조사를 진행하여 바다코끼리의 상황을 확인하고 시민들께 알릴 계획입니다.


2013년 쥬라리움에서 벌어진 동물학대 사건이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면서 쇼에 이용되는 전시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쥬라리움은 그러한 인식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여전히 체험 중심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고, 심지어 쇼에 이용되던 바다코끼리를 몸이 커져버렸다는 이유로 수위 높은 동물쇼업체에 보내 버렸습니다. 수 년간 키우던 동물을 더 나은 곳으로 보내는 것이 그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관리자로서 가져야 할 책임인데, 쥬라리움은 이를 망각하고 있습니다. 

제도적으로 동물원을 기존의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려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동물복지가 상실된 동물원수족관이 난립하여 동물을 그저 돈벌이인 오락도구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물원과 수족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동물원 전시동물의 끝없는 고통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동물은 인간의 오락도구가 아니다!!!’

 

체험중심 동물원의 난립을 방지하고 이윤 목적으로 운영되는 체험동물원을 폐지하도록 여러분의 목소리를 모으고자 합니다. 갇힌 공간에서 가까스로 살아가는 동물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동물은 인간의 오락도구가 아니다!’ 서명에 동참에 주세요. 동물권행동 카라는 오늘도 여러분과 함께 동물복지와 동물권 증진을 위해 행동합니다!

 

 서명에 동참하기 


 


댓글 1

조율래 2019-03-06 17:30

이 모든 게 국민의 수준 때문입니다. 이런 동물을 보길 원하는 한국인이 길에 널린 이상 이걸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