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위한 애니멀 테마파크는 없다
실내체험동물원 중에서 규모가 크고 전국에 여럿 지점을 둔 ‘주렁주렁’이 서울 대형 쇼핑몰 내 입점하여 지난 7월 24일 문을 열었습니다. 카라는 개장 당일 동물단체들과 함께 주렁주렁 개장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였고, 31일 현장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미 실내에 야생동물을 가두고 체험하는 유사동물원 문제가 우리사회의 심각한 이슈로 올라오면서 폐쇄 목소리가 높아진 시민사회의 흐름을 인식한 듯 주렁주렁 리플렛과 입구 벽면에 ‘동물을 만나는 에티켓’과 공간 살균제 및 소독발판 등이 눈에 자주 띕니다. 입장 시 한 곳에 관람객을 모아 ‘큰 소리를 내지 말라’ ‘동물들에게 손을 뻗지 말라’며 직원이 직접 에티켓을 알려주며 차별화를 보이는 것 같지만, 실상 동물사를 활보하며 소리치는 아이를 향해 그 누구도 주의도 주지 않는 말뿐인 에티켓이 무책임하게 느껴집니다.
주렁주렁 보유 동물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보입니다. 그러나 어떤 동물인지 어떤 습성을 지녔는지 알 수 있는 안내판은 찾아보기 어렵고, 주렁주렁 콘셉트에 맞춘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곳곳에 찾아볼 수 있는 직원들은 안전관리요원 역할만 할 뿐, 개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동물의 습성을 알아볼 수 없는 안내판. 도대체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 것인지?
수달과 악수하는 기회가 흔치 않다며 동물 만지기를 권장하는 문구
유리 위로 아이들의 소음이 그대로 전달되고 있었다
동물과 사진찍기, 동물 쇼가 없을 뿐 동물의 전시환경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코아티, 라쿤, 프레디독 전시공간은 관람객과의 거리가 좁았고, 통유리가 아닌 어른 높이 정도의 유리만 세워놓고 있어 위의 뚫린 공간으로 아이들의 소음이 그대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코아티는 손이나 코를 이용해 호기심을 발휘하는 습성을 지녔기 때문에 넉넉한 흙더미를 통해 단조로움을 극복하도록 주변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라쿤의 경우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한 마리의 라쿤이 벽을 넘어가 밖으로 빠져나가려 하자 한 직원이 다급히 잡아채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수달의 경우 사람에 의하거나 혹은 미흡하게 설치되어 빠지게 된 플라스틱/철재 조각들을 입에 물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를 확인하고 5분이 지나서도 직원 하나 관리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관람객이 이를 알려줘야 했습니다.
빠져나가는 라쿤. 맨 손으로 라쿤을 잡아채는 직원
이물질을 입에 물고 다니는 수달들
주렁주렁은 노 와일드(No Wild), 노 쇼(No Show), 노 포싱(No Forcing) 등 3가지 정책을 표방한다고 합니다. 주렁주렁 동물들은 야생에서 포획된 동물이 아니란 것(노 와일드), 동물이 기교를 부리는 쇼가 없다는 것(노 쇼), 동물을 강제로 꺼내 교감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노 포싱)이 그 설명입니다. 보통 체험동물원들은 야생동물을 전문적으로 번식하는 업체를 통해 수입합니다. 이런 업체들은 어디선가 불법으로 포획된 야생동물을 교배하여 어린 개체들을 판매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야생동물 전시 수요가 늘어날수록 감금하여 돈벌이로 이용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포획・번식을 조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렁주렁이 동물 테마쇼가 없고 강제적인 프로그램이 없다고 하지만 “새 모이주기” 프로그램이나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는 전시시설 설계로도 기존 체험동물원과의 차별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어린 관람객들의 소음을 낮추기는커녕 방관하는 직원들을 통해 전시동물의 복지보다 관람객 편의대로 놔두는 운영 마인드를 엿볼 수 있습니다. 동물들을 같은 생명으로 인식하고 공존의 대상으로 느끼도록 하는 것이 주렁주렁 “미션”이라고 합니다. 과연 그 미션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 걸까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107곳의 동물원・수족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중 2/3은 동물원입니다. 소수의 동물원・수족관이 그나마 준수한 사육 시스템과 전시환경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부분 열악한 상태로 질적 편차가 큽니다. 심각한 것은 기존 동물원 및 수족관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주렁주렁과 같은 체험 중심의 소규모 유사동물원이 어떠한 법적 규제 없이 난립되고 있다는 상황입니다. 아래 기조를 기반으로 동물원・수족관의 패러다임은 변화되어야 합니다.
(1) 기존 동물원・수족관들은 무조건 폐쇄가 아닌 동물 본연의 생태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토록 개선해야 한다.
기존의 미흡한 동물원 및 수족관들은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서 종보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개선이 어려운 파산 직전인 경우라면 적절한 동물원 및 수족관에 인수하고, 개선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동물들의 습성을 충분히 반영한 사육환경으로 보수하여 보유 동물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보호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동물원・수족관 허가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입니다. 부적절하고 자격없는 운영자가 야생동물들을 반입하여 엉망으로 관리할 수 없도록 법적 규제를 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 상업 목적으로 관람객 중심의 실내체험동물원 및 테마파크는 더 이상 설립되지 말아야 한다.
동물원의 주요 기능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의 보전, 동물의 행동·생태·영양·질병 등의 연구, 그리고 동물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교육의 역할 등 입니다. 현재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취약종인 산양은 서식지 파괴로 위기에 처한 상황입니다. 동물과의 상생・공존을 내세운다면 작고 귀여운 동물만이 아닌 멸종위기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보전 노력을 보여야합니다. 이러한 기능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돈벌이로만 치우쳐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체험중심 동물 테마파크는 그 설립을 제한해야 합니다.
(3) 동물원의 역할은 단순 보전과 연구를 넘어 위기 야생동물의 생츄어리로 확장되어야 한다.
고도의 산업화로 인하여 국내 야생동물의 본 서식지가 파괴되고, 개체수 또한 감소하고 있습니다. 과거 호랑이, 늑대, 반달가슴곰, 여우 등은 무분별한 살상과 탐욕스런 포획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진 사례는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 동물원은 단순 보전과 연구를 넘어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들을 위한 보전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서식환경에 맞지 않는 사육장 및 방사장을 조성해서 컬렉션하듯 수많은 종을 수입해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수의 동물이라도 자연과 유사한 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실내에 감금하여 전시하고 체험을 유도하는 유사동물원은 여전히 곳곳에서 세워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부적절한 야생동물 전시를 근절하기 위해서 우리부터 이런 시설에 방문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야생동물 습성에 따라 적합하게 조성된 환경에서 살아가고, 나아가 자연 환경 속에서 보호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생츄어리가 확산될 수 있도록 법적 규제 마련과 사회 전반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여러분의 행동에 있습니다. 한 명의 행동이 모여 야생동물의 생명권을 위한 사회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체험중심 동물원의 난립을 방지하고 이윤 목적으로 운영되는 체험동물원을 폐지하도록 여러분의 목소리를 모으고자 합니다. 갇힌 공간에서 가까스로 살아가는 동물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동물은 인간의 오락도구가 아니다!’ 서명에 동참에 주세요. 동물권행동 카라는 오늘도 여러분과 함께 동물복지와 동물권 증진을 위해 행동합니다!
조은비 2019-09-03 21:59
오늘 타임스퀘어 주렁주렁에 가보려고 했던 저 스스로를 고백합니다. 3 NO 정책에 대해서 보고 그저 괜찮겠거니 생각했지만... 빨대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네요... 서명하며, 반성합니다. 고맙습니다 카라!
김대이 2019-08-03 02:29
오늘 파주 퍼스트가든이란 관광지에 갔다가 정원처럼 꾸며둔 그곳에서도 동물체험이라는 목적으로 새,토끼, 양, 라쿤등 동물들을 각각 야외우리에 두고 체험장을 운영하는것을 보았습니다. 라쿤이 2마리있었는데 무더운날씨에 사람들사이에있으니까 굉장히 불안정하고 힘들어보였어요. 우리의 서명과 목소리로 이런일이 사라지길 간절히 바라요.
이진영 2019-08-02 18:25
서명완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