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이의 성공적인 방류를 위해서는 방류, 방류 불가, 방류 실패의 기준과 행동 평가 지표가
과학적으로 설정되어야 하며 방류 불가와 실패 시 보호 방안이 아울러 제시되어야 한다
2022년 4월, ㈜호반 4월 일본 다이지 고래 태지 아랑이 거제씨월드로 무단 불법 반출
2022년 8월, 해수부 ㈜호반에 남은 마지막 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방류 발표
8월 3일 해수부는 3세령 어린 시절에 불법 포획되어 17년간 쇼 돌고래로 살아온 비봉이의 방류를 전격 발표했습니다. 4개월 전, ㈜호반이 태지와 아랑이를 거제씨월드로 무단 반출한 지 4개월 만이라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해수부는 보도자료에서 제주특별자치도, ㈜호반, 핫핑크돌핀스, 제주대학교 등 총 5개 기관 등과 함께 ‘방류협의체’, 그리고 ‘기술위원회’를 구성하여 마지막 수족관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방류를 ‘지속해서 논의’해 왔으며, 7월 초 해양방류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논의의 진행이나 협약의 체결까지 카라를 비롯 대부분의 동물단체는 본 사안의 진행을 알 수 없었습니다. 돌고래들이 수족관에서 차례로 죽어가는 지금, 비봉이의 방류 소식은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성공 방류로 이끌기 위한 노력은 물론 실패 시의 대응 방안도 마련되어야 하며, 무엇을 성공으로 볼지 실패는 어떻게 정의하고 비봉이를 재 포획할지까지 면밀히 대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성공적으로 방류되어 바다로 돌아간 1차 방류(제돌이 삼팔이 춘삼이)와 2차 방류(태산, 복순)의 사례보다 방류 후 사라진 3차 방류(금등 대포)의 사례를 더욱 참고해 성공 방류와 안전조치를 병행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성공적이었던 1차, 2차 방류에는 긴 백서가 발행되어 있습니다. 1차 제돌이, 2차 태산이 복순이, 그리고 3차 금등이 대포 방류 때도 참여 단체와 기관들의 떠들썩한 방류 축하행사는 동일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방사에 꼭 참고해야 할 금등이 대포 3차 방류는 당시도 기술위원회와 방류협의회가 있었음에도 공개된 자료 하나가 없습니다.
“가두리에 모인 귀빈들과 사육사가 먹이를 던져주자 두마리는 힘차게 솟구차 올라 마지막 식사를 즐겼다. 이후 "금등아 대포야 잘가라"라는 인사와 함께 바다 방향의 일부 그물을 내렸다.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이 익숙치 않은 듯 두마리는 바로 나가지 못했다. 20여분이 흐른 뒤 대포가 먼저 가두리를 뛰쳐나갔다. 하지만 금등은 이후로도 1시간 가까이 가두리안 배회하다 가까스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기사 출처: "잘가라 금등·대포야" 2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머니투데이, 2017, 7, 18)
금등이 대포는 서울동물원에 남은 마지막 쇼 남방큰돌고래였습니다. 비봉이는 ㈜호반(구 퍼시픽랜드)에 남은 마지막 남방큰돌고래입니다. 해양수산부는 2017년 금등 대포 방류시에도 해양동물보전관리에 더욱 힘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2017년부터 해양동물보호를 위해 바다쉼터 건립을 요청해왔지만 해수부의 소극적 자세로 바다쉼터 건립은 여전히 요원합니다. 비봉이의 방류를 앞둔 지금 바다쉽터의 존재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해수부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검토예정’일 뿐입니다.
비봉이가 또다시 인간의 이익, 인간의 계획, 인간의 시간이라는 ‘그물 속에 갇힌 고래’가 되지 않도록 비봉이 방류가 절차의 정당성과 과학적 근거를 딛고 차분히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는 해수부의 여러 약속과 계획이 구체적으로 시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1. 정보의 불투명성을 개선해야 합니다.
- 방류 시기, 방류 또는 방류 불가 결정 시 행동 및 건강 등 평가(판단) 지표와 기준 및 관찰 방법에 대해 시민사회는 정보에 목마른 상황입니다.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한 ‘생명’의 복지와 생사를 가를 평가를 하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 야생적응 훈련과 방류시 기관이나 일반인의 출입 및 접근 통제에 동의하지만 정보의 체계적이고 투명한 공개와 훈련현장 출입 통제는 논리적으로 전혀 연관이 없는 별개의 사안입니다. 해수부는 선 방류 후 영상 공개 방침을 밝혔지만 ‘이미 방류를 한 이후 공개되는 훈련 영상’으로는 안전 방류를 담보할 수 없습니다.
2.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 비봉이의 방류를 지속해서 논의해 왔다고 하지만 협약이 이뤄진 7월에도 방류 계획을 공개하지 않다가 야생 훈련이 시작된 8월에야 발표 등 논의와 방류 진행과정의 정당한 절차를 확보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 해수부는 방류 기한을 정해두지 않고 충분한 훈련기간을 줄 것처럼 발표했지만 태풍이 오는 시기 및 가두리 사용기간을 고려한 실제 야생적응 기간은 해수부 발표와 다르게 짧게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가 투명하게 공유되고 이해와 동의가 선행되거나 별도의 훈련 기간 연장 대책이 강구되어 방류 계획과 함께 공개되어야 합니다.
3. 수많은 계획과 예정, ‘생명’인 비봉이를 위해 구체적 각론이 필요합니다.
- 해수부는 방류시기를 정해 놓지 않겠으며, 해양방류 불가 판단 시 별도의 보호 관리를 위한 대안 ‘마련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방류 결정은 비봉이의 상태를 과학적 근거에 의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내려야하기 때문에 방류 불가 시 ’대안‘은 방류 실행 계획과 동등한 중요성을 가집니다. 성공적인 방류가 되기를 바랄수록 방류 불가 시 대안은 ’지금‘ 함께 마련되어 발표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래야 무리한 방류 결정이 오류를 피해 객관적 정보에 의한 최선의 결정이 가능해지며, 최선을 다한 결과를 모두가 수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또한 비봉이 방류 후 야생적응이나 무리 합류에 실패할 경우 누가 어떤 방법으로 재포획할지와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소요 비용에 대한 합의 또한 ‘지금’ 제시되어야 합니다.
- 이외에도 해양동물의 안전을 위한 규정 강화 ‘예정’, 국내 고래 바다쉼터 조성 적극 ‘검토할 예정’ 등 모든 것들이 구체적 추진 계획이 아닌 계획 또는 예정이며 특히 방류 실패시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될 바다쉽터 조성은 5년 이상 표류하며 여전히 ‘검토할 예정’이라니 참 답답한 일입니다.
‘생명’에 관한 일이기에 어린 돌고래 비봉이를 납치 감금해온 우리는 잘 되겠지 하는 바람 속에 안주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좋은 과정은 바람직한 결과를 냅니다. 상식과 합리성 그리고 과학적 의사 결정에 따르는 게 좋은 과정일 것입니다. 설사 만에 하나 최선을 다한 결과가 목표와 다르다고 해도 이해되고 수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족관에 마지막 남은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성공 방류는 그 목적의 달성 외에도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더욱 빛날 것입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비봉이의 성공 방류를 기원하며 해수부에 공식적으로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해수부의 전향적이고 민주적인 시민소통을 기대하며 공문 답변이 오는데로 여러분께 공유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비봉이의 성공방류를 기원하며, 동물권행동 카라는 비봉이의 방류와 이후 보호 방안 마련에 적극 동참할 것을 약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