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해방 프로젝트] 8월 돌봄 소식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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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3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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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죽은 편안이 이장


화천 사육곰농장은 방사장 공사가 한창입니다. 곰사 주변에 방사장을 달아 내기 위해 무성하던 풀과 나무를 걷어내고 흙바닥을 다시 다졌습니다. 공사를 해주시는 분들은 화천에 숙소를 잡고 지독한 열기와 싸우고 있습니다. 활동가들도 공사 감독으로 분주하게 농장을 돌아다니며 비지땀을 흘립니다. 비가 오면 공사가 중단되기 때문에 차라리 숨 막히는 더위가 낫습니다. 하루하루가 흐르면 돈이 흘러가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커다란 굴삭기가 흙을 파내고 다지는 곰사 주변 빈터는 풀과 나무가 무성해서 사실 빈터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 농장에서 40년 동안 죽어간 곰들이 묻혀 있는 무덤이기도 했습니다. 웅담을 채취한 후 법적으로 이용이 불가한 나머지 사체는 농장의 빈터에 묻혀 있었습니다. 꼭 웅담을 위해 곰을 죽인 것이 아니라도, 곰이 죽으면 웅담이 없는 시신 옆에 묻곤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흙을 파헤치는 과정에는 곰의 뼈가 여기저기 나뒹굴었습니다. 곰에게는 죽음의 땅이었던 빈터입니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 죽은 ‘편안이’도 그 빈터에 묻혀 있었습니다. 2021년 7월 3일, 저희가 곰을 돌보기 시작하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편안이는 갑자기 죽었습니다. 어쩌면 그 죽음을 갑작스럽다고 느끼는 것은 곰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나오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편안이는 살아있는 내내 죽을 것 같은 기분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편안이는 먹성이 좋고 덩치가 큰 수곰이었습니다.


농장주는 병석에 누워있고, 활동가들이 주말에만 농장을 찾았던 시기라 편안이가 어떤 이유로 얼마나 오랫동안 아팠는지도 몰랐습니다. 디귿자로 생긴 내실 구조 때문에 편안이가 내실에 들어가 나오지 않을 때 걱정만 할 뿐, 내실 안에서 곰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할 길도 없었습니다. 일주일 넘게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활동가들은 곰 스프레이와 쇠막대를 들고 무리해서 편안이가 나오지 않는 내실로 들어가 그의 죽음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왜 죽었는지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활동가들이 편안이의 죽음을 깊이 슬퍼할 관계가 미처 만들어지기도 전이었습니다. 빈터에 편안이의 시신을 묻고 돌을 얹어 고개를 숙였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 남은 곰들이 태연히 걸어다닐 곰 숲을 만들기 위해 묻어두었던 편안이를 꺼내어 옮겨 묻었습니다. 일 년 만 더 살았다면 흙도 밟고 나무도 올랐을 편안이는, 그 이름처럼 편안히 누워서 옆 칸 친구들의 산책을 지켜보겠지요. 살아남은 곰들에게는 산책의 기회가 돌아오도록 작은 방사장 짓는 일에 힘을 보태주세요.


곰에게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곰 숲”은 기존의 사육곰 농장 시설에 방사장을 붙이는 형태입니다. 그 중 일부로곰들이 서로 만나는 연습, 출입문을 들락날락하는 연습할 공간이 생겼습니다. 곰이 잠자는 내실 건물과 방사장을 처음부터 새로 짓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건물까지 짓기에는 가진 돈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40년 된 농장 시설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생츄어리 부지도 찾지 못한 상황에서 곰들을 언제까지 농장 시설에서만 돌볼 수는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당장 곰들에게 필요한 방사장을 짓는 방법을 궁리한 결과입니다.

 

곰에게 방사장을 지어주는 일은 단순히 울타리를 짓고 곰을 풀어 놓는 작업이 아닙니다. 곰은 야생에서 단독생활하는 동물이고 서로를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졌습니다. 서로 싸우거나 방사장이라는 공간을 싫어하는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에 ‘훈련’이라는 의사소통 수단을 다리처럼 곰과 사람 사이에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곰에게 전할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방사장에 나갔다가 시간이 되면 집에 잘 돌아오기”와 “서로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기”입니다.

 

맞습니다. 어린이에게 하는 말과 비슷합니다. 다만 인간의 언어로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으니 서로가 훈련을 통해 약속하는 것입니다. 방사장에 나갔다가 곰이 집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방사장 점검과 청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곰이 잘 돌아가야 합니다. 곰들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으면 방사장을 동시에 여러 마리가 쓸 수 없어서, 곰들은 서로를 좋아하거나, 적어도 싫어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렇게 곰에게 도움이 되는 규칙을 알려주는 일이 훈련입니다. 모든 훈련은 곰이 즐길 수 있는 ‘놀이’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곰을 돌보는 시설은 훈련이라는 변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집을 들락날락하는 ‘입방사훈련’과 서로 마주쳐도 싸우지 않는 ‘합사훈련’을 하는 공간이 눈 앞에 세워지고 있습니다. 비용 문제로 아쉬운 점은 무척 많지만, 곰들에게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공간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꿈 같은 일이기도 합니다. 아직 그 꿈을 공유하지 못할 곰들이 걸음마를 떼듯 꿈 같은 현실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방사장 공사비용을 보태어 주세요.


반갑습니다. 화천 돌봄활동가입니다!

7월부터 화천에서 곰들을 돌보고 있는 돌봄활동가입니다. 어느새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화천도, 서로도 어색하기만한 두 명의 활동가가 만나 열 세 마리 곰들과 농장에 적응하고 함께 일하는 법을 익히고자 애썼던 날들이 하루하루 쌓이고 나니 어느새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갇혀 살아야만 하는 곰들에게 더 나은 삶을 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지만 시설이 노후한 농장에서 곰들을 돌본다는 것이 뿌듯함과 보람만 가득한 일은 아닙니다. 농장의 지형 때문에 길어진 동선은 늘 숨을 가파르게 하고 매일 같이 여닫는 곰사 문은 언제나 무겁습니다.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이겠지요. 그럼에도 일에 대한 애정을 놓지 못하는 것은 저희의 노력 하나하나에 반응 보이는 곰들과 그 모습에 응원을 보태주는 이들의 마음 때문입니다. 작은 고무대야에서 신나게 헤엄치는 칠롱, 처음 보는 어구공이 신기한 듯 이리저리 굴려보는 U1, 무슨 맛일까 궁금할 정도로 단풍나무 잎을 맛있게 뜯어먹는 미자르의 모습은 다음엔 무엇을 해주면 더 좋아할까 고민하고 움직이게 만듭니다. 


사육곰 문제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 마음을 받아 열심히 움직이고 땀 흘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곰들은 여전히 철창 속에 있습니다. 평생을 철창 속에서 살았고 어쩌면 꽤 오랜 시간을 더 철창 속에서 살아야 하겠지요. 곰들을 가두어 둘 수밖에 없다면 가두어진 삶 속에서라도 더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몇 발자국 걷고나면 다시 벽을 마주하는 삶이 아닌 흙바닥을 밟을 수 있고, 물웅덩이에서 헤엄칠 수 있고, 나무에 오를 수 있는 삶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방사장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리콜(recall)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훈련을 마치고 곰들이 방사장으로 나간다면 저희가 할 일은 더욱 많아지겠지요. 고민할 것들도 신경 써야 할 것들도 많아지겠지만 곰들은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기분을 느낄 것입니다. 곰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놀 수 있다면 조금 더 바빠지고 힘들어져도 좋을 듯합니다. 저희가 더 바빠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태어 주세요. 그 응원에 부끄럽지 않게 화천에서 부단히 땀 흘리며 곰들을 돌보고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라미를 소개합니다.



L3이 ‘라미’ 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곰보금자리 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는 L3 이름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좋은 이름을 제안해 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관심 가져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mu**___님은

" 글 읽기 전부터 동그란 눈과 얼굴에 미소가 났어요~ 동글동글 천진난만 귀여워서 동그라미의 ‘라미’ 어떨까요 ~ :) ” 라고 라미라는 이름을 추천해주셨습니다.

라미가 동그란 외모처럼 둥글둥글하게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mu**___님께는 토마토곰 키링을 선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후원하기 ⠀

🔹 목표 모금액: 1억 5천만 원

- 임시방사장(약 100평) 조성 비용: 1억 1천만원(전기철책, 방사장 유도로, 사육장 개조 등)

- 방사장 풍부화 시설 비용: 2천 5백만원(물웅덩이, 입체 놀이터, 나무 등 식재, 조경 등)

- 돌봄활동가 컨테이너 사무실 설치 비용: 1천 5백만원(컨테이너 구입, 사무집기 구입 등)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후원하기

https://bit.ly/3G07UlW


👉 동물권행동 카라 후원하기

https://bit.ly/3mdCgdw

우리은행 1005-503-325849 동물권행동 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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