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트남 곰 생츄어리 견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베트남 곰 생츄어리 견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7일간의 베트남 곰 생츄어리 견학 일정을 잘 마치고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다정과 친절을 베풀어준 Animals Asia, Four Paws, Free the Bears 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가 방문한 생츄어리들은 환경, 운영, 돌봄, 훈련에 있어 서로 다른 점이 꽤 많았습니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생츄어리들을 보며 우리가 짓고 싶은, 지어야 할 생츄어리는 어떠한 모습이 되면 좋을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세 곳의 생츄어리가 가진 확실한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곰의 모습이었습니다. 편안하고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의 곰들은 이곳이 곰이 곰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공간임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생츄어리에서의 곰들은 놀고 싶으면 놀고, 자고 싶으면 자고, 풍부화물을 선택하고, 같이 놀고 싶은 상대 고르는 것이 마땅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문득 시멘트 바닥과 철창 위에서 부르튼 발바닥으로 좁은 사육장 안을 빙빙 돌고 있을 한국의 사육곰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먹먹했었습니다.
화천의 곰들을 돌보며 우리는 늘 궁금한 것이 많았습니다. 밥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갑자기 털이 빠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약을 먹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활동가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도 결론을 내지 못한 적도 자주 있습니다.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비행기를 타고 6시간을 날아와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베트남 곰 생츄어리들은 서로 소통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며 더 나은 생츄어리 운영을 위해 애쓰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생츄어리 건립조차 하지 못한 채 고군분투하고 있는 형편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생츄어리가 단지 곰 보호시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지역사회 연계를 통하여 환경 및 야생동물과의 지속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생츄어리의 필요성에 대해 알리려 노력하는 모습도 인상깊었습니다. 인간이 야생동물을 가두어놓고 착취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성찰하는 것, 그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와 문제해결을 위해 나아가야할 방향을 고민하는 것 또한 생츄어리의 역할입니다. 우리가 해외의 생츄어리로 곰들을 보내는 대신 한국의 곰 생츄어리를 짓겠다고 결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야생동물을 야생동물로서 존중해주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역사를 기록하고 그 부끄러운 행위가 과연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는지 다른 형태로 남아 여전히 야생동물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한국의 생츄어리는 꼭 필요합니다.우리의 눈에는 마냥 좋게만 보였던 이곳의 생츄어리들도 운영을 시작한 초기 단계에는 부족함이 많았음을 이야기하며 아주 작은 규모에서 시작해 천천히 부지를 넓히고 시설을 확장해가며 지금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니 계속하다 보면 우리도 분명 생츄어리를 지을 수 있다고 응원을 건넸습니다. 그 응원이 예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배웠으니 이제 다시 우리의 곰들에게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우리의 곰들은 여전히 3평 남짓한 사육장에서 지내며 100평의 미니 방사장에서 소박한 풍부화물을 가지고 놀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더 나은 돌봄을 줄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처럼 든든한 힘을 얻고 화천으로 돌아갑니다.
우리의 견학은 후원자분들의 꾸준한 관심과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때로는 지지부진하게 보일 수 있는 이 일에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