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해방 프로젝트] 6월 돌봄 소식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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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0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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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친구 만들기는 포기할 수 없지



사육곰들의 합사

친구를 만드는 일은 어렵습니다. 나와 잘 맞는 친구를 알아차리는 법,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 맞춰가는 친구 사이를 만드는 법은 정답이 없어 더 어렵기만 합니다. 나이가 같다고 해서 취미가 비슷하다고 해서 사는 곳이 가깝다고 해서 냉큼 친구가 되지 않듯 친구가 되려면 여러 조건이 필요합니다.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선 서로의 취향, 성격,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이 비슷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특정할 수 없는 서로 간의 끌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복잡하고 피곤한 과정을 거치면서까지 친구를 만들어야 하나 싶지만 잘 맞는 친구와 놀 때의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짜릿한 행복임을 알기에 친구를 만드는 일은 포기할 수 없는 삶의 일부분입니다.

곰들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는 일도 비슷합니다. 체격이 비슷하다고 해서 나이가 비슷하다고 해서 옆방에 사는 곰이라고 해서 단숨에 친구가 되지 않습니다. 곰들의 친구 만들기에는 고려해야 할 것이 많고 어떤 곰과 친구가 되고 싶은지 곰들의 의견을 인간의 언어로 들을 수 없기에 더욱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그렇지만 이 과정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곰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운 놀이시간과 그 즐거움을 함께 누릴 친구를 가지게 됩니다.

곰들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려면 우선 격문이라는 장벽을 두고 서로를 마주보게 하며 곰들의 반응이 어떤지 살피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이 곰은 어떤 곰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하고 어떤 곰과는 친구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지 알아보는 이 단계를 '마주보기 훈련'이라 말합니다. 마주보기 훈련을 하며 놀이방식이 비슷해 보이거나 서로에게 공격반응을 보이지 않고 흥미를 보이는 사이가 있다면 그 곰들을 집중적으로 마주보기 훈련을 이어나갑니다. 마주보기 훈련을 여러 차례 이어나간 후 장벽 없이 서로를 마주했을 때도 상대를 공격하거나 위협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면 곰들을 한 공간에 두는 '합사'를 시도합니다. 합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곰들에게는 놀이를 함께 할 친구가 생깁니다. 같은 종이어서 나눌 수 있는 유일하고 특별한,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놀이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말로 설명하면 간단하고 평화로워보이는 과정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곰은 상대를 다치게 하거나 죽일 수도 있을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기에 혹여나 섣부르게 합사를 시도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첫 합사에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면 다른 곰에 대한 반응까지 부정적으로 바뀌어 버릴 수 있어 합사과정은 굉장히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마주보기와 합사 훈련은 특히나 많은 시간을 들이며 조심스럽게 진행합니다. 시간과 공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그만큼 곰들에게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기에 허투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 합사과정을 처음으로 마친 곰이 올 3월 구조한 '소요'와 '덕이'입니다. 마주보기 훈련을 열 번 정도 진행한 후 조심스럽게 시작한 합사는 잔뜩 긴장한 활동가들의 걱정이 유난이었을 만큼 성공적이었습니다. 함께 할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소요와 덕이는 합사 첫날부터 서로 물고 밀치고 뒹굴며 천진난만한 놀이를 즐겼습니다. 성공적으로 합사를 마치고 친구가 된 소요와 덕이의 시간은 다른 곰들의 시간과는 다른 속도로 흘러가는 듯합니다. 어떤 곰에게는 그저 홀로 견디며 보내야 하는 지루한 시간이 친구가 생긴 이들에게는 재밌고 즐거운 놀이시간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사육장 안 곰들에게 친구와 함께 노는 시간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았으니 곰들을 돌보는 우리가 할 일은 명확합니다. 늦기 전에 더 많은 곰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입니다. 혹여나 원치 않는 상대와 친구를 맺어주려 하거나 섣부른 판단으로 곰들에게 안 좋은 기억을 심어줄까 봐 겁이나고 조심스럽지만 걱정은 인간의 몫일 뿐 심심한 시간을 보내는 곰들에게 우리의 걱정이 당당한 변명거리가 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천천히 빠르게, 조심히 서둘러 가며 곰들의 친구를 만들어 주고자 애를 쓰고 있습니다. 마주보기 훈련을 위해 뙤약볕 아래서 곰들을 바라보고 훈련준비를 위해 매일 같이 톱을 들고 나뭇가지를 베러 다니고 마음 졸이며 합사를 결정하는 것은 제법 고된 일이지만 곰들이 즐거울 수만 있다면 우리가 흘리는 땀은 그저 닦아내면 그만일 뿐입니다.


2. 야생생물법 개정안 통과 촉구








지난 5월 31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이번에 발의된 일부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육곰의 소유·사육·증식 금지
-사육곰 및 그 부속물(가공품 포함)을 양도·양수·운반·보관·섭취 및 알선 행위 금지
-사육곰 탈출 시 농가의 신고 및 수습 의무 부과, 국가 및 지자체의 수습과 비용 청구 근거
-사육곰 보호시설 설치 및 운영 지원 근거
그간 우리나라의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노력에 관심을 가지고 동참해온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은 내용일 것입니다. 바로 지난 2022년 5월 2일에 발의된 『곰 사육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 우리 사회가 오매불망 통과만을 기다려왔던 사육곰특별법과 거의 동일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2022년 1월 정부, 지자체, 사육곰 농가, 시민사회단체가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협약을 맺은 뒤 실질적인 종식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발의된 사육곰특별법은 지금껏 단 한 차례 논의된 후 1년 넘게 진척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사육곰특별법이 야생생물법 일부개정안으로 바뀌어 새로이 발의된 것입니다. 낙관적으로 바라보자면 비록 적극적인 심사와 논의가 이뤄져 오진 않았으나 국회에서도 여전히 법안 마련에 대한 의지를 잃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간 미뤄져왔던 사육곰특별법의 전사를 생각해보면, 새 법안의 발의는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지난한 시간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육곰 산업의 종식이 누구보다 절실할 당사자인 사육곰은 2023년 4월 기준 현재 국내에 308마리가 남아있습니다. 2022년 6월 기준 322마리가 남아있던 사육곰은 2022년 12월 기준 313마리, 그리고 다시금 줄어들어 308마리가 남은 것입니다.
쓸개 채취를 위해 10년령 이상의 사육곰을 도축하는 것이 여전히 합법인 현실 속에서 도축, 병사, 자연사 등의 이유로 철장 밖으로 나와 흙을 밟아볼 수 있게 될 사육곰들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곰들에게 했던 약속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요원해지고 있습니다.
21대 국회의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새로이 발의된 야생생물법 일부개정안도 사육곰특별법 때와 같이 지체된다면 이번 국회의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되어 사육곰 산업의 종식은 더욱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국회는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사육곰 산업의 실질적인 종식을 위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심사와 통과시키기를 바랍니다.
우리 사회와 시민들이 사육곰들에게 한 약속이 하루빨리 지켜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지가 더욱 필요한 시점입니다.


3. 화천 사육곰 돌봄 2주년

화천 사육곰 돌봄 2주년

시간이 참 빠르게 흐릅니다. 곰들의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카라가 화천의 사육곰 농장에서 곰을 구조하고 돌보기 시작한지 벌써 2년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주신 덕분에 2년 동안 놀라운 변화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앙상하게 말랐던 곰들은 보기 좋게 살이 붙었습니다. 이제서야 곰 다운 모습입니다. 두 번째로, 곰들이 흙을 밟을 수 있는 공간과 매일 곰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돌봐 주는 상근활동가들이 생겼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3월에는 화천의 다른 농장에서 곰 두 마리를 추가 구조하여 사육곰 농장 하나를 없앨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것들도 많습니다. 사육곰들 도살하는 것은 여전히 합법이고, 생츄어리는 아직 만들지 못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야생생물법 개정안을 통하여 사육곰 도살을 불법화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고, 생츄어리를 짓기 위해 후원금도 열심히 모으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사육곰 산업 종식을 이루어내고 싶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응원해주신 덕에 이만큼 올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4. 소요, 덕이 구조 모금 보고




소요와 덕이 구조 모금 보고


지난 3월 26일, 저희는 사육곰 두 마리가 살고 있던 농장에서 곰을 구조하고 농장을 철거했습니다. 두 곰의 삶을 낫게 만들기 위해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 주신 결과를 공개합니다. 


그 후 자매로 보이는 곰 두 마리는 각각 소요와 덕이라는 이름을 갖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15년을 철창을 사이에 두고 각방을 쓰던 소요와 덕이는 합사훈련 끝에 한 공간에 살게 되었고, 그 전보다 훨씬 덜 지루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부둥켜안고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 그 긴 세월동안 서로를 만지고 싶어서 어떻게 견뎠나 싶어요. 가끔 덕이가 소요에게 짜증을 부리기는 하지만요. 둘은 사이좋게 (사실 데면데면하게) 방사장에 나가 노는 법도 배우는 중입니다. 다리 하나를 딛지 못하는 덕이는 리콜 신호에 느리게 반응하면서도, ‘아 이제 돌아갈 시간이야!’라는 신호를 명확하게 인지하게 됐습니다.


이 복잡하고 뿌듯한 작업을 위해, 두 단체의 계좌와 해피빈 모금함으로 2월 16일부터 5월31까지 22,825,223원을 모금했습니다. 사용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금구분

곰보금자리 X 카라  직접 모금

동물권행동 카라 해피빈 모금액

목표액

24,000,000원

20,497,000원

집행계획

매입 구조비(1마리)- 2,000,000원

농장 전업지원금 - 2,000,000원

구조 후 돌봄 및 진료비 - 20,000,000원



매입구조비(1마리) - 2,000,000원

이송용 케이지 제작비 – 3,500,000원

기존 사육시설 철거비 – 2,497,000원

구조 개체 2마리 사료비(1년치) - 12,000,000원

곰 이송비용 – 500,000원


모금액

(5/31일 기준)

전용계좌 모금액 2,293,523

해피빈 모금액 20,531,700 원 

모금 합계

총 22,825,223원

사용내역

매입 구조비(2마리)- 4,244,155원

농장 전업지원금 - 2,147,665원

구조 후 돌봄 및 진료비 - 9,470,940


(해피빈) 이송용 케이지 제작비 – 4,342,800

(해피빈) 기존 사육시설 철거비 – 2,662,000

(해피빈) 곰 이송비용 – 1,430,000원

총 사용액

총 24,297,560원

모금액 잔액

(5/31일 기준)

-1,472,337원



덕이의 다리 때문에 진료비를 넉넉히 잡았는데, ‘올리브동물병원’과 동물용 영상장비 업체 ‘우리엔’의 협조로 큰 비용 없이 수의사 활동가들이 다리의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낀 돈으로는 곰들이 좋아하는 먹거리를 사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 한국에는 300마리에 가까운 곰들이 여전히 웅담채취농장에 살고 있습니다. 이 곰들을 무사히 꺼내서 여생을 살만하게 하려면 갈 길이 멉니다. 모든 곰들이 새 삶을 찾을 때까지, 지금처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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