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육곰 농장 한 곳을 철거했습니다
사육곰 농장 한 곳을 철거했습니다!
지난 3월 26일, 동물권행동 카라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강원도 화천군의 사육곰 농장에서 두 마리의 사육곰을 구조했습니다. 사육장 안에서 태어나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철창 안의 세계가 전부였던 곰들은 카라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의 임시 보호시설로 옮겨졌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에 적응하는 시간을 한달 여 보내고 나면, 이들도 방사장 ‘곰숲’에서 흙바닥을 밟고 돌아다니며 맛있는 먹이들을 찾아다니게 될 것입니다.
이 곰들을 사육하던 농장주는 이제 더 이상 곰을 키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곰 사육을 이어갈 의지가 없는 그는 곰들을 잘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곰들이 갇혀 있던 사육시설을 완전히 철거하는 데에 동의했습니다.
곰들이 무사히 구조되어 이송된 후 카라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곧바로 날을 잡아 곰 사육 시설을 철거했습니다. 갇혀 있던 곰들에겐 너무나도 절망스러웠을 철창살은 막상 철거가 시작되자 허무하리만치 쉽게 허물어지고 부서졌습니다. 곰들이 비바람을 피하던 콘크리트 내실 역시 금세 부서졌습니다. 그렇게 드러난 내실에는 곰들이 벽을 짚고, 긁은 흔적이 여기저기 찍혀있었습니다. 좁은 공간 안에서 곰들이 느꼈을 답답함이 보였습니다.
수십 년 세월이 무색하게 산산이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 위에 활동가들은 국화를 놓고 그 안에서 죽어 나갔을 곰들을 추모했습니다. 적어도 이 농장에서는 30여년 동안 이어져 온 고통의 굴레가 끝났습니다. 두 마리의 사육곰은 구조되었고 전국에 남은 사육곰 농가 20개소 중 1개소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 300여 마리의 사육곰이 남아있습니다. ‘사육곰’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곰’만 남게 되는 그 날을 위해 동물권행동 카라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사육곰 생츄어리 건립’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2. 구조한 곰들의 근황을 전합니다
구조한 곰들의 근황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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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 구조한 곰들은 'U라인'이라 부르는 윗줄 사육장 1, 2번 칸에서 생활하며 구조 농장 이니셜을 따서 'S1', 'S2'라는 개체번호로 불리고 있습니다. U라인 사육장에 들어가고 나올 땐 장화를 소독하고 S1, S2 곰들이 쓰는 사육장 청소도구와 장난감은 따로 관리하며 혹시 모를 전염병 예방에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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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후 3주 정도 지난 것을 감안하면 곰들은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듯합니다. 볏짚을 끌어모아 둥지를 만들어 낮잠을 자고 먹이를 넣어준 장난감이 흥미로운지 코로 굴리고 앞발로 들어 올리며 관심을 보입니다. 매일 보는 돌봄활동가들과도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사육장 앞에 서서 땅콩 하나 건네면 살며시 다가와 혓바닥을 내밀어 날름 가져갑니다. 사육장 앞을 지날 때마다 사과, 감, 땅콩 같은 달콤한 간식을 건네며 친한 척을 해댄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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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곰은 S2 곰에 비해 적응 속도가 더딘 편입니다. 쌍둥이 자매라는 S2 곰이 안 보이면 사육장 안을 빙글빙글 돌며 불안한 울음소리를 내고 맛있는 걸 먹다가도 갑자기 격문으로 달려가 옆 방의 S2 곰을 확인합니다. S1 곰의 불안이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S2 곰과의 합사훈련을 되도록 빠르게 시작할 예정입니다. S1 곰은 사과 한 조각 받아 먹을 때도 미심쩍다는 듯 고개만 쭉 내밀어 두어 번 냄새를 맡고 먹을만큼 조심스럽지만 돌봄활동가들이 퇴근하고 더 이상 사람소리가 나지 않으면 사육장 안 우물에 들어가 앞발을 턱하니 걸친 채 늘어져있거나 볏짚을 끌어모아 만든 둥지 위에 발라당 드러누워 배를 긁으며 휴식을 취합니다. S1 곰만의 속도로 이곳이 맘 편히 쉴 수 있는 곳임을 알아가고 있는 듯 해 조금 더디더라도 큰 염려는 하지 않으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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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 곰은 원래 이곳에서 살았던 곰인 듯 적응을 빠르게 마쳤습니다. 박스 안에 넣어준 먹이를 금세 꺼내먹고는 앞발로 박스를 돌리며 자기만의 놀이법을 찾았고 날이 덥다 싶으면 자연스레 물통 안에 발을 넣고 더위를 식힙니다. 생전 처음 만나는 여러 장난감 중 어떤 장난감도 어색해하지 않고 능수능란한 솜씨로 가지고 노는 모습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철창 사이로 코를 쏙 내밀고 앉아 밖을 내다보는 여유로운 모습은 정말 이곳에 처음 와본 곰이 맞을까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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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과 S2는 할 일이 많습니다. 이름도 가져야하고 곰숲에 나갔다 들어오기 위한 리콜훈련도 익혀야 합니다. 채혈을 위해 앞발을 내미는 법도, 다른 곰들을 만나 서로의 냄새를 익히고 같이 노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바쁘고 귀찮은 일들의 연속이겠지만 몸도 머리도 많이 쓰는 생동감 넘치는 날들의 연속이기도 할 것입니다. S1과 S2가 쌓아갈 새로운 나날들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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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구조한 S1의 이름을 공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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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는 3월 26일 두 마리의 곰을 구조해서 저희가 곰을 돌보고 있는 임시보호시설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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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하는 날은 마취도 해야 하고, 곰들이 난생 처음 사육장 밖으로 나가는 길인데다, 덜컹거리는 케이지에 실려 트럭에도 올라야 했기 때문에 겁에 질린 곰들만큼 저희도 무척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있는 곰들을 보며 무엇을 더 해주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같은 화천의 농장이라 구조가 결정된 후 겨울부터 활동가들이 드나들며 곰들과 친분을 쌓아 둔 덕에 저희와 곰 사이의 유대는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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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이름 짓기 공모를 하게 되었네요. 이름을 부르면서 형성되는 곰과 사람의 개별적 관계는 ‘곰’이라는 생물학적 존재를 넘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한 공간에 함께 살게 되는 의미를 갖게 합니다. 비록 곰들이 인간이 붙인 자신의 이름을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그 의미는 곰과 사람이 이어진 그 사이 어디에선가 꽃처럼 피어납니다. 그렇게 피어난 꽃은 아직 피폐한 삶을 살고 있는 전국의 300마리 사육곰에게도 향기를 전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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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두 마리 곰 중 다리 네 개를 다 쓰는 곰은 S1, 뒷다리 하나를 못 쓰는 곰을 S2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이번에 S1의 이름을 먼저 지어보기로 했습니다. S1은 S2에 비해 긴장을 많이 하고 낯가림도 심합니다. 덤덤하게 적응해버리는 S2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서 옆 칸의 S2가 잠시라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하면서 똑똑거리는 텅클러킹(Tongue clucking)을 합니다. 텅클러킹은 불안하거나 다른 곰과 긴장감이 높아질 때 상대에게 경고하거나 안심을 시키기 위해 곰들이 내는 소리입니다.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S1은 S2와 한 공간에서 지내는 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둘을 합사하는 훈련을 열심히 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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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과 S2가 서로를 만나고 함께 곰숲에 자박자박 걸어 나가 원래 있던 곰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는 그 날을 기다립니다. 그 순간에 우리는 S1을 뭐라고 불러주면 좋을까요? S1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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