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갇힌 얼룩말, ‘세로’를 위해 해야 할 일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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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0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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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갇힌 얼룩말, ‘세로’를 위해 해야 할 일

3월 23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얼룩말 ‘세로’가 탈출했습니다. 어린이대공원에 따르면 세로는 가족을 잃고 혼자 남은 2019년생 수컷 얼룩말입니다. 밖으로 나온 세로는 포획되어 3시간여 만에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갔습니다.

현재 이 사건은 사춘기에 접어든 세로가 부모를 여의고 방황하다가 탈출한 것으로 ‘암컷’과 짝을 지어 ‘가족’을 꾸리도록 한다는 결말을 향하고 있습니다.

비인간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정립할 때 의인화는 경계해야 할 요소입니다. 의인화는 동물을 역지사지로 이해하는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실을 호도하거나 산업 안에서 착취당하는 현실을 감추는 데 쓰이기도 하는 까닭입니다.



세로의 탈출은 여지없는 인재(人災)입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은 동물과 사람 모두의 안전을 위해 울타리를 잘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으나 부족했습니다. 세로가 울타리를 부수고 나간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건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얼룩말사는 얼룩말에게는 불충분한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세로와 같은 ‘그랜트 얼룩말’은 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사회성이 고도로 발달한 동물입니다. 세로가 옆 칸의 캥거루와 상호작용을 한 것도 반항의 징후가 아닌 정상적인 얼룩말의 행동 특성이 발현될 것일 수 있습니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측은 세로를 위해 ‘여자친구’를 데려올 계획이라고 합니다. 다른 개체와의 합사로 세로의 사회적 결핍이 어느 정도 해소되길 기대해 볼 수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개체의 탄생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 야생에서 얼룩말 무리는 암수 한 쌍의 구성이 아니며 수컷으로만 구성된 집단의 형태도 존재합니다.



현시점에서 당장 동물원을 완전히 없애고 전시 동물들에게 돌아갈 자연을 온전히 돌려주기 어렵다면, 우리는 전시시설이자 위락시설인 지금의 동물원에게 안녕을 고하고 멸종위기종의 보전과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들을 보호하고 재활을 돕는 보전시설이자 보호시설로 나아가야 합니다. 감금돼 무기력해진 동물들을 단순 구경거리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교육시설로서 전환해야만 합니다.

세계적으로도 동물원들이 기후 환경도 맞지 않는 외래종의 복지를 최대한 충족시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점차 그 수를 줄여 나가고, 토종 야생동물들의 보전과 보호를 위한 시설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잡아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내의 동물원 역시 이러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나가야 할 때입니다.

세로의 탈출을 계기로 많은 분들의 관심이 동물원 동물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가 닿고 있습니다. 이 흔치 않은 기회가 세로에게 ‘여자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끝내기보다 더 바람직하며 미래지향적인 해결책은 없을지 고민하고 논의할 기회가 될 수는 없을까요?



말은 사회적 동물로서 다른 종의 말들이나 염소 등 특정 동물과도 잘 지내는 특성이 있습니다. 외로운 말과 염소의 합사가 서로에게 큰 위안이 되며 당장 같은 국내에서도 세로와 같이 홀로 남게 된 얼룩말 ‘하니’를 셔틀랜드 포니들과 합사하여 감당할 수 없는 추가 개체의 출산 없이도 사회적 동물인 얼룩말의 복지 증진을 도모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물론 하니는 세로와 성별과 상황이 달라 같은 방식이 세로에게 동일하게 작용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암컷의 도입이라는 정형화된 해결책에 멈추지 않고 향후 동물원의 역할과 기능을 고민하며 감당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했다는 점입니다.

지금 세로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당장의 사육 환경 개선과 행동 풍부화를 통한 기본적인 복지 향상, 그리고 평생 갇혀 살아야 할 추가 개체의 탄생을 예고하는 암컷 얼룩말의 도입을 넘어 얼룩말의 사회적 욕구 충족을 위한 보다 진중한 고민입니다.



카라는 현재 서울어린이대공원 측에 암컷 얼룩말을 데려오는 방안을 재검토하고 복지를 고려한 교육적인 선택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하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이 이번 세로 탈출을 계기로 전시 중인 동물 전체의 복지 향상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 사랑받는 종보전 교육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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